오산 옹벽 붕괴 ‘부실시공’ 의혹… "설계와 다른 자재 사용"
파이낸셜뉴스
2025.09.21 18:52
수정 : 2025.09.21 18:52기사원문
‘뒤채움재’서 기준 넘는 암석 나와
비닐 등 건설폐기물도 다수 발견
옹벽 블록도 설계도서상보다 작아
토압 제대로 버티지 못할 확률 높아
【파이낸셜뉴스 오산=장충식 기자】 지난 7월 붕괴 사고가 발생한 경기 오산시 가장교차로 고가도로 옹벽이 설계와 다른 자재를 사용하거나 심지어 폐기물이 섞인 자재가 포함되는 등 시공 단계부터 부실하게 시공된 정황이 일부 확인됐다. 처음부터 부실한 시공으로 인해 사고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는 것으로, 앞서 오산시는 지속적인 사고 원인을 두고 근본적인 부실시공 의혹을 제기해 왔다.
21일 오산시 등에 따르면 지난달 21일 국토교통부 사고조사위원회와 오산시, 경찰 등이 현장 합동조사를 진행할 당시 무너진 옹벽 뒤로 드러난 토사 속에서 설계와 다른 다수의 암석이 발견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현장에서 발견된 암석들은 기준을 상회하는 크기가 다수였던 것으로 알려졌으며, 400mm가 넘는 암석이 발견되기도 했다. 이처럼 뒤채움재로 입경이 큰 암석이 사용될 경우 흙과 돌 사이의 공간이 많이 생겨서 다지기 작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또 암석의 모서리 등이 옹벽의 지지력을 높여주는 보강재(지오그리드)를 훼손시켜 안정성을 떨어뜨릴 수도 있다.
표준시방서뿐 아니라 해당 현장의 설계도서에도 뒤채움재는 입경 100mm를 넘지 않아야 한다고 돼 있다. 이와 더불어 뒤채움재로는 물이 잘 빠지는 자재를 사용해야 하는데 현장에서는 토사 사이에 비닐 재질의 건설 폐기물도 다수 발견된 것으로 전해졌다.
옹벽을 쌓는 데 사용된 블록 역시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설계도서상에는 가로 456mm, 세로 527mm, 높이 200mm의 블록을 사용한다고 돼 있는데, 실제 사용된 블록은 가로 450mm, 세로 400mm, 높이 200mm로 더 작았다.
작은 블록은 당연히 무게가 더 가볍기 때문에 뒤에서 밀려오는 토압을 제대로 버티지 못할 확률이 높고, 블록 크기가 작아지면 각 블록 간 접촉 면적이 줄어들기 때문에 마찰력도 줄어든다. 이에 따라 제대로 다져지지 않은 뒤채움재 사이로 흘러 들어간 빗물이 안에서 고여 토압을 높이고, 설계를 따르지 않은 옹벽이 이를 버티지 못해 무너졌을 가능성이 있다.
이 같은 옹벽 블록은 시공이 끝나면 어떤 크기의 것이 사용됐는지 구별이 쉽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으며, 무너진 옹벽뿐 아니라 당시에 함께 시공된 옹벽들 역시 설계와 달리 지어졌을 가능성이 크다.
붕괴 지점은 현대건설이 2006~2012년 시공한 양산~가장 구간(4.9km) 도로로, LH가 발주했다. 오산시 관계자는 "사고 옹벽이 추가 붕괴해 사고조사위의 의견에 따라 모래주머니를 쌓는 등 안정성 보강 작업을 하고 있다"며 "사고 원인에 대해선 경찰과 사고조사위가 다각도로 분석 중"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 7월 16일 저녁 7시께 경기 오산시 가장교차로 수원 방향 고가도로의 10m 높이 옹벽이 무너지면서 아래 도로를 지나던 승용차를 덮쳐 40대 운전자 1명이 숨졌다.
jjang@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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