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액투자 세제 혜택 늘렸더니… 잠자던 1000조엔 ‘증시 훈풍’ 견인
파이낸셜뉴스
2025.09.21 19:13
수정 : 2025.09.21 20:39기사원문
일본 新 소액투자비과세제도 재조명
투자 구조 단순화·절세 혜택 대폭 확대
절세용 NISA 계좌수 1920만개 기록
30세 이하 비중 30%로 10년새 두배로
【파이낸셜뉴스 도쿄=서혜진 특파원】 최근 일본 증시가 연일 고공 행진을 이어가면서 투자 구조를 단순화하고 절세 혜택을 대폭 확대한 신(新) 소액투자비과세제도(NISA)가 다시 조명받고 있다. 일본 정부가 증시 부양을 위해 지난해 도입한 제도로 개인 투자 자금을 증시로 끌어들이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잠자는' 1000조엔(약 1경원)의 현금성 자산이 정부 정책에 힘입어 주식시장으로 향하면서 일본 증시 상승세를 견인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버블 붕괴 이후 30년 간 디플레이션을 겪은 일본은 예금·현금 선호 현상이 강했다.
일본 정부는 국민의 노후 자금 증대를 위해 아베 신조 전 총리부터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정책과 주가 부양 정책을 적극 추진해왔다.
이 중 하나가 지난 2014년 도입된 NISA다. NISA는 절세용 계좌로 2016년 도입된 한국의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의 모델로 알려졌다.
일본 정부는 NISA 도입 10년차인 지난해 투자 구조를 단순화하고 절세 혜택을 대폭 확대한 신 NISA를 도입했다. 총 투자 한도를 종전 최대 800만엔에서 1800만엔(약 1억6300만원)으로, 연간 납입 한도액은 120만엔에서 360만엔으로 각각 3배씩 늘리는 게 골자였다. 비과세 적용 기간 역시 최대 20년에서 무기한으로 확대했다.
이같은 제도 변화에 올해 6월 말 기준 NISA 계좌 수는 1920만개로 '국민 재테크' 반열에 올라섰다는 평가다. 특히 젊은층을 중심으로 투자 바람이 불고 있다. 일본 금융청에 따르면 NISA 계좌수에서 30세 이하 비중은 2015년 14%에서 지난해 30%로 2배 넘게 커졌다.
일본 가계의 '돈 주머니'도 두둑해졌다. 지난 18일 일본은행(BOJ)이 발표한 올해 6월 말 기준 가계 금융자산 잔액은 2239조엔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년동기 대비 1% 증가했으며 전분기(0.6%)보다 증가폭이 확대됐다. '증시 훈풍'에 주식 등의 잔액이 전년 동기 대비 4.9% 증가한 294조엔을 기록하며 증가세를 견인한 영향이다.
NISA의 세제 혜택이 확대되면서 현금 및 예금 선호도는 떨어지고 있다. 올해 2·4분기 현금 및 예금은 전년동기 대비 0.1% 감소한 1126조엔을 기록했다. 증가율이 마이너스로 돌아선 것은 2006년 12월 말 이후 18년 6개월 만에 처음이다.
업계에서는 NISA 가입 연령 제한을 철폐하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일본증권업협회는 지난 17일 NISA의 적립식 투자 한도에 대한 투자 가능 연령 제한을 철폐해 미성년자까지 확대하는 내용을 담은 내년도 세제개편안을 마련해 달라고 일본 정부에 요구했다. 히비노 다카시 일본증권업협회 회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중점은 젊은 층으로의 자산 이동"이라며 "반드시 도입해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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