떨어지는 노동생산성, 주 4.5일제 이르지 않나

파이낸셜뉴스       2025.09.22 18:27   수정 : 2025.09.22 18:27기사원문
임금 4.0%, 노동생산성 1.7% 올라
근로시간 탄력 적용 등 환경 개선을

2018~2023년 5년 동안 연간 임금이 연평균 4.0% 오른 데 비해 노동생산성은 1.7% 상승에 그쳤다. 2000~2017년 연간 임금(명목)과 노동생산성(명목) 증가율은 각각 연평균 3.2%로 비슷했던 것과 비교하면 최근 5년 동안 임금은 크게 올랐고, 노동생산성은 상대적으로 작게 상승한 것이다. 대한상공회의소 지속성장이니셔티브(SGI)가 22일 박정수 서강대 교수와 공동 연구한 결과다.

노동생산성이란 산출된 생산량을 투입된 노동량으로 나눈 것이다. 노동생산성이 낮다는 것은 노동력을 많이 투입했는데 생산량은 적다는 것으로 비효율적이라는 의미다.

최근 5년 동안 임금이 크게 오름으로써 노동생산성은 저하된 것으로 대한상의 조사에서 나타났다. 일반적으로 노동을 투입하는 만큼 생산이 늘어나야 효율적인 경제다.

그러니까 우리 경제가 임금은 오르는데도 생산은 정체되어 효율성이 떨어지고 있다는 말이 된다. 임금이 오르는 만큼 일을 더 열심히 해 생산량을 늘려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는 뜻이다. 우리나라의 연간 노동생산성(취업자 1인당 국내총생산)은 6만5000달러로, 2023년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6개국 중 22위에 그쳤다.

대한상의가 노동생산성을 조사한 이유는 주 4.5일제로 근로시간을 단축하려는 정부의 계획이 합당한지 따져보려는 취지일 것이다. 말하자면 노동생산성은 갈수록 떨어지는데 근로시간을 줄이면 생산성은 더 떨어질 것이라는 점을 말하고 싶은 것이다.

한국인들이 세계에서 가장 일을 많이 하는 국민에 속하는 것은 맞는다. 그동안 땀 흘리며 일을 했고, 이제 일을 줄이고 좀 쉴 때도 됐다. 삶과 일의 균형을 추구하는 정부 방침이 틀린 것도 아니다. 세계적 추세이기도 하다. 평생 일만 하다 죽을 것은 아니지 않는가.

그러나 우리의 현재 경제 상황이 과연 일하는 시간을 줄여 우리보다 앞선 선진국들처럼 쉬는 시간을 늘릴 만한 정도인지는 깊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우리 경제는 아직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4만달러에 미치지 못하고, 대만에도 밀리고 있을 만큼 사정이 좋지 않다. 더 쉬는 것도 좋지만 조금 더 늦춰서 경제를 더 발전시켜 놓고 그렇게 하는 것이 맞지 않은지 생각해 볼 일이다.

일부 선진국은 주 4일제를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보다 노동생산성이 월등히 높다. 벨기에(12.5만달러)·아이슬란드(14.4만달러)는 두배, 주 4일제를 시범운영 중인 프랑스(9.9만달러)·독일(9.9만달러)·영국(10.1만달러)은 최소 1배 반 이상이다.

노동생산성이 늘지 않고 근로시간을 줄이면 기업 입장에서는 생산실적이 떨어지고, 이는 당연히 국가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반면 연공서열형 임금체계,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초과수당 증가, 통상임금 판결 등으로 임금이 최근 급격히 올라 기업의 부담은 더 커지고 있다는 게 이번 연구 결과다.

그래도 근로시간 축소가 필연적이라면 경영환경이 개선돼야 한다는 제언도 귀담아들을 필요가 있다.
근로시간의 탄력적 적용, 노동시장 유연화와 인력 재조정, 중소·중견기업 성장 지원 등이다. 구체적으로는 첨단산업에 대한 주 52시간 근무제 예외 적용, 직무·성과 중심으로의 임금체계 개편 등인데, 처음 제기된 것도 아니다. 정책에 반영해야 한다.

Hot 포토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