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창' 구병모 "누군가를 한 권의 책처럼 읽을 수 있을까"

연합뉴스       2025.09.23 08:00   수정 : 2025.09.23 08:00기사원문
신작 장편 출간…상대의 상처 통해 마음 읽는 이야기 '파과' 영화로 제작돼 베를린 초청…"액션, 스펙터클 충분"

'절창' 구병모 "누군가를 한 권의 책처럼 읽을 수 있을까"

신작 장편 출간…상대의 상처 통해 마음 읽는 이야기

'파과' 영화로 제작돼 베를린 초청…"액션, 스펙터클 충분"

장편소설 '절창' 발표한 구병모 작가 (출처=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황재하 기자 = "우리는 누군가를 한 권의 책처럼 읽을 수 있을까, 읽었다고 해서 그걸 온전히 이해했다고 할 수 있는 걸까. 그런 고민을 반영한 소설입니다."

흥미진진한 서사로 많은 독자에게 사랑받는 작가 구병모(49)가 서면과 전화를 통해 진행된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새 장편소설 '절창'(문학동네)에 이러한 질문을 담았다고 했다.

구병모는 "'절창'은 말하고 전달하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누락되고 변형되는 것들의 틈, 균열을 생각해보려는 소설"이라며 "결국 읽기와 이해의 가능성과 불가능성을 탐색하는 이야기"라고 소개했다.

'절창'은 타인의 상처에 손을 대면 상대의 기억과 감정이 자신의 머릿속에 흘러들어오는 젊은 여성의 이야기다. 제목은 예리한 날에 '베인 상처'(切創)를 뜻한다.

작중 '나'는 부모의 생사조차 모른 채 보육원에서 자랐고, 성인이 되어 생계가 막막해지자 그의 능력을 알고 있는 남성 오언에게 의탁한다. '나'는 상처를 만지면 기억과 감정을 읽는 능력을 지녔다.

오언은 호텔 경영 회사로 위장한 범죄조직에서 높은 자리에 있는 인물이다. 그런 오언은 필요한 정보를 알아내야 할 때마다 관계자를 폭행해 초주검을 만든 뒤 '나'에게 기억을 읽어내게 한다.

이처럼 주인공이 사람의 마음을 읽는 능력 때문에 고통에 시달리는 것에 대해 구병모는 "사람의 마음을 읽는 능력이 축복일 수 있겠다는 생각은 안 해봤다"며 "편리할 수는 있겠지만, 지나친 편리함은 필연적으로 재앙의 씨앗이 된다"고 했다.

그는 "사람이 사람의 마음을 읽지 못하도록 만들어진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며 "누군가를 알아가고자 하는 마음과 태도를 그만두지 않는 것이 인간의 본능 가운데 하나라는 걸 잊지 않기 위해서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절창' 구병모 "누군가를 한 권의 책처럼 읽을 수 있을까" (출처=연합뉴스)


'절창'은 '나'와 독서 지도를 해주기 위해 초빙된 선생 두 사람이 번갈아 서술한다. 오언의 저택에서 외부와 철저히 차단당하고 감시당하는 일인칭 화자가 유일하게 친밀감을 쌓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대상이 독서 선생이다.

두 서술자는 책과 사람의 마음에 관련된 여러 이야기를 나눈다. '읽는다'는 말이 책과 사람의 마음 모두를 대상으로 쓰이는 데서 알 수 있듯이 '절창'은 책을 읽는 것과 마음을 읽는 행위를 동등한 위치에 나란히 놓고 비교한다.

구병모는 "사람의 마음을 읽는 것과 책을 읽는 것은 닮은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 닮은 부분이란 필히 오독을 수반한다는 것"이라고 짚었다.

'읽는 행위는 오독을 수반한다'는 작가의 말처럼 소설 속에서 독자들을 헷갈리게 하고 온전히 이해되기 어려운 인물이 오언이다. 오언은 끔찍한 범죄와 폭행을 저지르면서도 '나'를 해치지 않고 오히려 극진하게 대접한다.

그런 오언이 '나'에게 바라는 것은 자신의 상처를 통해 마음을 읽어달라는 것이지만, '나'는 오언이 벌이는 범죄에 치를 떨면서 "당신만은 절대로 안 읽어"라고 거부한다.

오언과 '나' 사이의 긴장감과 갈등이 팽팽해진 가운데 소설은 후반부에 독자의 예상을 뒤집고 뜻밖의 방향으로 흘러간다. 결정적인 순간 오언은 평소 그의 악행에 비춰볼 때 믿기 어려운 선택을 한다.

구병모는 "오언을 명백하게 잘못을 저지른 악인으로 분류해야겠지만, 현실의 인간은 복합적이라 그리 단순하게 분류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누군가를 안다고 할 수 있을까, 심지어 읽었다고 할 수 있을까"라고 반문했다.

2008년 소설 '위저드 베이커리'로 창비청소년문학상을 받으며 활동을 시작한 구병모는 리얼리즘과 판타지의 경계를 넘나들며 흥미로운 서사를 선보인다는 호평을 받았다. 오늘의작가상, 김유정문학상, 김현문학패를 받았다.

그의 장편소설 '파과'(2013)는 동명 영화로도 제작돼 올해 4월 개봉했으며 베를린영화제에도 초청됐다.
이 영화는 60대의 여자 킬러 조각과 젊은 남성 킬러 투우의 대결을 담은 액션물로, 조각 역할을 맡은 63세 배우 이혜영이 강렬한 액션 연기를 선보여 화제가 됐다.

구병모는 "제 소설이 장편영화로 만들어진 건 처음이어서 그 자체만으로도 인상적인 일이었고, 문자로만 봤던 액션 장면이 실사로 구현돼 스펙터클이 충분했다"고 만족감을 표했다.

그는 "영화 제작 과정에 저는 의견을 제시하지 않고 전적으로 맡겼다"며 "영화 감독님이 원작 소설과 다른 길로 가면서도 원작을 많이 검토하고 신경 쓰셨다는 느낌이 전해졌다"고 말했다.

352쪽.

jae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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