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시설 전무한 아프리카에서 25년 헌신···정춘실 진료소장, 제37회 아산상 수상

파이낸셜뉴스       2025.09.23 12:59   수정 : 2025.09.23 11:13기사원문
저소득 주민 위한 진료소와 병원 등으로 현지 환자 80만명 의료 혜택 26년간 선천성 심장병 어린이 살린 김웅한 교수, 의료봉사상 27년간 노숙인과 고립 청년 가족 돼준 김현일·김옥란 부부, 사회봉사상



[파이낸셜뉴스] 아산사회복지재단이 제37회 아산상 수상자로 정춘실 케냐 '성 데레사 진료소' 소장(여·59세)을 선정했다고 23일 밝혔다.

정 진료소장은 지난 25년간 아프리카 케냐와 말라위의 진료소와 병원 등을 통해 약 80만 명의 현지 주민들이 의료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헌신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어려운 이들을 돕고자 수녀의 길을 선택한 정 진료소장은 1999년 영국에서 간호사 자격을 취득, 2000년 아프리카에서 질병과 가난으로 고통받는 케냐와 말라위의 저소득·소외 지역 주민을 위해 힘썼다.

케냐에서는 의료 시설이 전무한 빈민 지역에 성 데레사 진료소를 설립하고 운영을 주도했다. 가난한 주민들이 일반 사립병원 대비 20~30% 수준의 진료비로 양질의 진료를 받을 수 있는 길을 열었다. 말라위에서는 '음땡고 완탱가 병원' 책임자로서 의료 및 행정체계를 정립했다. 당시 말라위 병원의 의료환경은 케냐보다 열악한 상황이었다. 잦은 정전과 디젤 연료 부족으로 병원의 발전기를 돌리지 못해 인큐베이터의 어린 생명이 위험에 처했다. 또 제왕절개 수술 중 전기가 끊겨 손전등 불빛에 의지해야 했다. 이에 정 진료소장은 2018년까지 △응급실 개설 △감염 예방 강화 △검사 장비 보강 △태양광 발전기 설치 등을 통해 현지의 열악한 의료 환경을 개선했다. 2018년 수녀회에서는 케냐 수도 나이로비 외곽 칸고야 농촌지역에 새로운 진료소를 건립하기로 했다. 최근 환율과 자재비 상승, 후원금 부족으로 공사가 중단되는 어려움에 부딪혔지만 진료소 기금 마련과 설계, 공사 과정을 주도하며 완공을 위해 노력 중이다.

의료봉사상에는 김웅한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남·62세)가 선정됐다. 김 교수는 26년간 △중국 △몽골 △우즈베키스탄 △에티오피아 등 17개국의 선천성 심장병 어린이 844명의 무료 심장수술을 집도하고 현지 의료진 3000명에게 교육을 통해 의술을 전했다.

김 교수는 선천성 심장병 환아와 가족들에게 희망을 전하고 사회적 편견을 개선하는 데 힘쓰고 있다. 심장병 수술을 받은 아이는 약하다는 사회적 편견에 맞서며 지난 2016년부터 환아들과 꾸준히 산에 올랐다. 지난해에는 선천성 심장병을 이겨낸 청소년들과 함께 히말라야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 등정에 성공했다.

사회봉사상에는 김현일(남·59세)·김옥란(여·53세) 부부가 선정됐다. 이들은 노숙인 무료급식소 '바하밥집'과 고립·은둔 청년 회복기관인 '푸른고래 리커버리센터' 등을 운영하며 27년 간 소외된 이웃들의 자립에 힘써왔다. 김현일씨는 2009년 노숙인들에게 컵라면 등을 전달한 것을 시작으로 점차 많은 노숙인들이 모여들자 노숙인 무료급식소 바하밥집을 열었다. 바하밥집은 500여 명의 후원자와 100여 명의 봉사자들의 도움으로 운영된다.

김옥란 씨는 평소 바하밥집에 찾아오는 청년들의 우울, 대인기피 등을 마주하며 이들의 정서적 회복이 시급함을 깨달았다. 이에 지난 2019년 푸른고래 리커버리센터 설립을 주도하며 청년들이 고립에서 벗어나 건강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연간 110~120명의 자립준비청년과 50~80명의 고립·은둔 청년들이 이곳을 찾고 있다.


시상식은 다음 달 25일 서울 송파에 위치한 서울아산병원 아산생명과학연구원 강당에서 열린다. 아산상 대상 수상자인 정춘실 진료소장에게는 상금 3억 원, 의료봉사상 수상자 김웅한 교수와 사회봉사상 수상자 김현일·김옥란 부부에게는 각각 2억 원의 상금을 수여한다.

또 △복지실천상 △자원봉사상 △효행·가족상 3개 부문 수상자 15명에게도 각각 2000만 원씩 6개 부문 수상자 18명(단체 포함)에게 총 10억 원의 상금을 수여한다.

kaya@fnnews.com 최혜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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