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스운용 '빌드투코어' 투자전략 눈길…원그로브 ‘반전의 1년’
파이낸셜뉴스
2025.09.23 11:27
수정 : 2025.09.23 11:17기사원문
서울 서남권 새 랜드마크로 우뚝…준공 1년 만에 리테일 '완판' 이지스운용과 국민연금 맞손, 4년 만에 자산가치 극대화 눈길
[파이낸셜뉴스] 마곡에 위치한 초대형 업무복합시설인 ‘원그로브’가 서울 서남권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안착하면서 이지스자산운용과 국민연금의 윈윈 사례로 평가되고 있다.
23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원그로브는 이지스자산운용이 국민연금과 함께 2021년부터 추진해온 ‘빌드 투 코어(Build-to-Core)’ 전략의 대표적 사례가 됐다. 완성된 건물을 사들이는 전통적 투자 방식에서 벗어나 개발 단계부터 참여해 자산 가치를 극대화하는 새로운 투자 패러다임이 통한 것이다.
앞서 2021년 8월 이지스자산운용과 국민연금은 마곡 CP4블록(구 이마트 부지)에 지어질 복합단지를 2조3000억 원 규모 선매입 투자를 결정했다. 연면적 46만3180㎡(약 14만평)에 달하는 이 프로젝트는 지난해 서울 상업용 부동산 거래 규모(약 22조 원)의 10%에 달하는 대규모 투자였다.
원그로브 프로젝트의 차별점은 3년간 진행된 치밀한 '밸류애드(Value-add)' 과정에 있다. 실제 이지스는 개발 전 과정에 적극 개입했다. 원래 설계안에서는 오피스 이용자들이 지하 1층과 1층의 판매시설을 통과해야 2층 오피스 로비에 도달하는 구조였으나, 오피스 전용 에스컬레이터와 보이드(VOID) 공간을 신설해 동선을 완전히 분리했다.
리테일 공간도 기존 80개였던 MD 구획을 110개로 세분화해 다양성을 확보했고, 지하 1층에는 147m 길이의 곡면 LED ‘그로브웨이’를 설치해 단순 통로를 문화 공간으로 탈바꿈시켰다. 지상 3층에는 해비치 호텔앤드리조트가 운영하는 2개소, 총 700평 규모의 ‘그로브 라운지’가 입주사를 위한 어메니티 시설로 제공되어 라운지, 회의실, 수면실 등을 운영 중이다.
앞서 2023년 12월 시공사인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에 들어가면서 원그로브 프로젝트는 최대 위기를 맞았다. 공정률 70% 상황에서 공사가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 국민연금은 약정된 투자금 중 일부를 이미 투자한 상태였다. 개발 중단에 따른 채무 상환 우려도 커졌다. 하지만 국민연금은 매입 결정을 철회하지 않았고 개발사업 대주단 3700억원을 추가 투입해 사업 정상화에 나섰다. 결과적으로 지난해 9월 성공적으로 준공했고, 2025년 6월 그랜드 오픈을 거쳐 9월 현재 리테일 임대율 95% 이상을 달성했다. 통상 신축 대형 상업시설의 점포 임차인 모집이 마무리되는 데 수년이 걸리는 것을 고려하면 이례적인 성과다.
여기에 글로벌 자산운용사들이 원그로브를 선택하며 오피스의 국제적 위상을 높였다. 그레이스타, 스타우드, 티시먼스파이어, 누버거버먼 등 세계적 운용사 10곳이 이미 입주했고, 10곳 이상이 추가로 입주 예정이다. DL그룹은 전 계열사의 원그로브 이전을 완료해 오피스 면적의 약 15%를 사용하는 핵심 임차인이 됐다.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는 “원그로브는 빌드 투 코어 전략의 교과서적 사례인 동시에 개발 단계부터 참여해 오피스와 리테일 동선 분리, MD 구획 세분화, 147m 그로브웨이 설치, 오피스 어메니티 구성 등 적극적인 밸류애드를 통해 자산 가치를 극대화한 케이스”라며 “시공사 워크아웃이라는 위기에서도 자산의 본질적 가치와 마곡의 성장 잠재력을 믿고 사업을 완수한 것이 주효했다”고 말했다.
kakim@fnnews.com 김경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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