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간 中기업 95% 성장할 때 韓 15% 성장..성장 내용도 밀렸다
파이낸셜뉴스
2025.09.23 16:01
수정 : 2025.09.23 16:01기사원문
대한상의, 글로벌 2000대 기업 변화 분석 중국 기업 성장속도, 한국 보다 6.3배 빨라 글로벌 2000대 진입 성장 기업들도 중국, 에너지·제조업·IT 등 다양 한국, 금융권에서 주로 성장세
[파이낸셜뉴스] 글로벌 2000대 기업들의 지난 10년간 성장세를 살펴본 결과, 중국 기업들의 성장 속도가 한국 기업들의 속도 보다 6배 이상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기업들이 그만큼 빠르게 성장하고 새로운 신규진입이 많았다는 의미다. 성장의 질적 측면에서도 중국은 알리바바·샤오미 등 에너지·제조업·정보기술(IT)을 포함한 다양한 산업군에서 글로벌 2000대 기업군에 진입해 상당한 성장세를 기록한 반면, 한국은 카카오뱅크·키움증권 등 주로 금융권에서 성장을 이끈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 기업들이 이같이 중국 기업들에 비해 뒤쳐지는 성장 국면에 놓인 것을 놓고 경제계는 기업이 성장할 수록 규제만 늘어나는 현재의 기업 생태계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韓기업 성장 속도·내용, 모두 中에 밀려
23일 대한상공회의소가 미국 경제지 포보스 통계를 분석해 발표한 '글로벌 2000대 기업의 변화로 본 한·미·중 기업 삼국지'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2000대 기업에 속한 미국 기업은 2015년 575개에서 올해 612개로 6.5% 증가했다. 해당 기간 중국 기업은 180개에서 275개로 52.7% 급증한 반면, 한국 기업은 66개에서 62개로 6.1% 감소했다. 한국 기업의 성장 속도 외에 성장 내용 측면에서도 미국과 중국 기업들에 비해 미흡했다.
글로벌 2000대 기업 중 한국 기업의 합산매출액은 지난 10년간 1조5000억 달러에서 1억7000억 달러로 15% 성장하는데 그쳤다.
그러나 미국은 11조9000억 달러에서 19조5000억 달러로 63% 성장했고, 중국은 4조 달러에서 7조8000억 달러로 95% 급성장했다.
중국의 기업생태계가 '신흥 강자'를 배출해서 힘을 키웠다면, 미국은 인공지능(AI) 등 첨단IT를 활용한 빠른 탈바꿈으로 성장했다고 대한상의는 진단했다.
실제 미국은 엔비디아, 유나이티드헬스, 마이크로소프트 등 첨단산업과 헬스케어 기업이 성장을 주도했고 전기차를 내세운 테슬라, 차량공유 업체 우버 등 새로운 분야의 기업들이 신규 진입해 미국 기업 생태계를 성장시켰다.
지난 10년간 엔비디아의 매출 성장률은 2787%, 유나이티드헬스는 315%, 마이크로소프트는 281%, CVS헬스는 267%를 기록한 바 있다.
중국의 경우, 알리바바(이커머스)가 같은 기간 1188%, BYD(전기차)는 1098%, 텐센트홀딩스(온라인미디어·게임)는 671% 성장하면서 첨단기술·IT 분야 기업들이 주로 성장을 이끌었다.
또 파워차이나(에너지), 샤오미(전자제품), 디디글로벌(차량공유) 등 에너지·제조업·IT를 포함한 다양한 산업군에서 글로벌 2000대 기업에 진입했다.
한국은 SK하이닉스가 215% 성장하고 KB금융그룹과 하나금융그룹이 각각 162%, 106% 성장하면서 제조업과 금융업이 성장을 이끌었지만 새롭게 글로벌 2000대 기업에 등재된 곳은 주로 금융기업들(삼성증권·카카오뱅크·키움증권·iM금융그룹·미래에셋금융그룹 등)이었다.
■성장할 수록 규제하는 현실, 전략 바꿔야
이같은 상황에 놓인 위기감을 강조한 대한상의는 현재의 한국기업 생태계에 대해 기업이 성장할수록 '지원'은 줄고 '규제'는 늘어나는 역진적 구조라고 비판했다. 기업이 위험을 감수하면서 성장에 나설 유인책이 적다는 것이다.
김영주 부산대 교수가 상법·공정거래법 등 12개 주요 법률을 조사한 결과, 중소기업에서 중견기업이 되면 규제가 94개로 늘고, 중견에서 대기업을 넘어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이 되면 규제가 343개까지 증가한다는 것을 언급한 대한상의는 성장한 기업에 규제보다 보상에 집중하고 성장 정책도 '규모별 → 산업별'로 전략을 바꿔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종명 대한상의 산업혁신본부장은 "한 해에 중소기업에서 중견으로 올라가는 비중이 0.04%, 중견에서 대기업 되는 비중이 1~2% 정도"라면서 "미국이나 중국처럼 다양한 업종에서 무서운 신인기업들이 빠르게 배출되도록 정책 패러다임을 바꿔야 할 때"라고 말했다. hjkim01@fnnews.com 김학재 조은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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