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국가비상사태法에 韓 국민안전 '비상'

파이낸셜뉴스       2025.09.23 19:16   수정 : 2025.09.23 19:55기사원문
"美불법이민 단속, 韓근로자 쇠사슬
무역적자 쌓인다고 상호관세 폭탄
모든 정책 국가비상사태 전제 제정
中 반간첩법 혐의로 우리국민 구금
민간 교류의 활성화 요구 어불성설
韓 국민권익·권리 보호 최우선해야"

지난 5월, 미국과 중국의 첫 무역협상이 개최된 데는 정치적 동기가 작용했다. 중국에서 '잘못된 구금(wrongfully detained)' 중인 미국인 5명의 석방 문제가 있었다. 이들은 2023년 3월 중국 당국이 개정 이전의 반간첩법을 적용해 구금한 미국 민츠그룹 중국사무소의 직원들이었다.

기소 이유는 '사업 허가를 벗어난 활동' 혐의였다. 이들은 첫 무역협상을 앞둔 3월 26일에 석방됐다. 미국의 국가 비상사태법에 따라 바이든 정부가 2022년 7월에 공표한 '불법 억류 및 인질로 잡힌 미국 국민의 송환을 위한 노력 강화' 행정명령(14078호)에 의거해 일궈낸 결실이었다.

오늘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은 모든 정책을 국가적 비상사태의 맥락에서 제정한다. 역사적으로 그만의 전유물은 아니지만 말이다. 1976년 국가 비상사태법(NEA) 제정 이후 역대 대통령은 국가 비상사태를 심심치 않게 선언했다. 올 4월 기준 국가 비상사태 선언은 90건에 달한다. 이 중 49건이 아직 유효한 이유는 이들 대부분이 미국의 제재와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바이든 때와 트럼프 2기가 소개한 국가 비상사태 행정명령은 결이 다르다.

안보와 경제 영역에서 바이든과 트럼프가 선언한 국가 비상사태는 외국 주체에 일방적으로 적용되는 성격의 것이 아니다. 미국의 국가안보와 공공의 안전을 위협하는 사안들, 즉 미국 사회에 해악을 끼칠 수 있는 요소들에 적용되는, 쌍방향의 것이다. 가령 불법이민 단속과 미국 남부지역의 장벽 강화(행정명령 10371호)가 대표적인 사례다. 미국 내의 에너지 공급망(14156호), 펜타닐의 북방 국경(14193호), 남방 국경(14194호)과 중국(14195호)으로부터의 유입, 그리고 상호관세(14275호) 등도 이런 쌍방향성을 보여주는 사례다.

상호관세는 1974년의 무역법뿐 아니라 1977년의 국제비상경제권법(IEEPA)에 기반을 둔다. 상기한 사안에 대한 통제와 미국의 무역적자 감축에 대한 외국 정부의 노력이 부족하다고 판단되면 상호관세에 정당성이 부여된다는 뜻이다.

중국도 국가 비상사태임을 암시하는 그림자가 이런저런 법안 제정으로 드리워지는 것을 감지할 수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정권 장악 이후부터 국가 비상사태를 인지하는 맥락에서 관련 법을 연쇄적으로 제정했다. 2014년의 신국가안전법을 시작으로 2015년의 테러방지법, 2016년의 네트워크안전법, 2017년의 국가정보법, 2020년의 홍콩 국가보안법, 2021년의 데이터안전법과 반외국제재법, 2023년의 반간첩법과 대외관계법 등이다. 즉, 중국 정권에 대한 도전 행위를 대내외적으로 징벌하는 것이 핵심 골자다.

특히 2023년의 반간첩법은 1993년 국가안전법과 2014년 신국가안전법 개정안으로 그 범위와 영역의 대상을 해외 주체로 확대한 것이 특징이다. 게다가 사이버공간과 외국, 외국인을 망라하고 중국 공산 정권을 위해하는 모든 개체와 세력에 대한 처벌이 가능해졌다. 가상공간을 포함한 정보통신 체계에서 간첩행위로 의심을 받는 모든 국내외 주체 또한 처벌의 대상이다. 더 나아가 해외 조직이나 개인의 사주를 받고 이들과 결탁해 중국 국내에서 활동하는 개인과 개체, 조직과 단체가 간첩 혐의를 받으면 국내외의 모든 관련 대상을 처벌할 수 있게 되었다.

미국은 국가 비상사태, 중국은 이에 준하는 국내 정치 분위기다. 우리의 접근 전략이 복잡해지는 이유다. 이를 무시한 채 접근 전략을 짜는 것 자체가 우리 국익과 국민의 권익이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 있다. 최근 미국 조지아주 구금 사태나 작년 우리 국민이 반간첩법 혐의로 중국에서 복역 중인 사실에서 나타나듯. 미국은 IEEPA에 근거하여 상호관세를 매겼다. 그렇다고 우리의 대미 무역흑자를 인위적으로, 작위적으로 감축하기는 어렵다. 미국이 투자를 요구하는 이유다.


또한 중국이 반간첩법의 함정을 묵인한 채 우리에게 민간교류 활성화를 요구하는 건 어불성설이다. 중국인 스스로가 교류를 꺼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투자의 원활한 집행과 민간교류를 위해서라도 우리 국민의 권익과 권리 보호를 우리의 대미, 대중 전략에 최우선시하는 습관을 길러야겠다.

■약력 △58세 △미국 웨슬리언대 정치학과 △중국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 석박사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중국연구센터장(현) △한국세계지역학회 회장 △한중사회과학회 회장 △미국 브루킹스연구원 방문학자 △외교부·국방부·통일부 자문위원

주재우 경희대 중국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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