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적 금융 실행하려면..."은행 업무범위 확대 필요"

파이낸셜뉴스       2025.09.24 14:00   수정 : 2025.09.24 14:15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정부가 최근 금융권의 '생산적 금융' 역할을 거듭 강조하는 가운데, 은행이 투자자로 참여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생산적 금융은 예대마진 중심의 영업에서 벗어나 혁신·산업·중소기업·지역경제 등 실물경제 성장을 뒷받침하는 영역으로 자금을 공급하는 것을 의미한다.

24일 한국금융연구원(KIF) 주최로 서울 중구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은행 산업의 새로운 도약을 위한 발전방안' 세미나에서 권흥진 KIF 연구위원은 '우리 경제의 지속가능성 확보를 위한 은행의 업무범위 확대 방안' 발표를 통해 은행의 역할 재정립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우선 권 연구위원은 "우리 사회가 저출생·​고령화·인구감소·기후위기·지방소명이라는 지속가능성 문제에 직면해 있다"며 "그동안 이런 문제 해결은 정부 주도로 이뤄졌지만, 금융부문에서 가장 많은 자금이 몰려 있는 은행권의 참여를 유도하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를 위해 은행의 비금융업무 허용을 고려해야 한다는 게 권 연구위원의 설명이다. 현재 은행은 법적으로 본업과 밀접한 부수업무 외에는 참여하기 어렵고, 타 기업 지분도 15% 이상 보유할 수 없어 혁신·지역 재생·기후 대응 같은 사회적 투자 사업에 직접 뛰어들 수 없는 구조다.

권 연구위원은 "은행에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성 확보 관련 사업을 허용하고 은행이 여기에 투자, 이익을 내는 인센티브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며 "은행이 비금융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부수업무 및 자회사 범위를 '우리 사회 지속가능성 확보에 도움이 되는 사업'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관련해 일본 사례를 제시했다. 일본도 은행의 업무범위를 엄격하게 규제해왔지만, 1997년을 시작으로 벤처기업 지원, 사업재생, 지역 활성화 등 사회적 필요에 대응하기 위해 은행 업무범위를 단계적으로 넓혀왔다. 지난 2021년에는 은행법을 개정해 '지속가능 사회 구축에 이바지하는 업무'를 은행 본체와 자회사의 업무로 허용했다. 이를 통해 지방은행들이 벤처기업 지원, 지역경제 재생, 핀테크 협업 등 비금융 영역에서 적극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권 연구위원은 이런 일본의 사례가 우리 금융 정책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언급했다.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성 제고에 기여하는 업무에 대한 민간 금융회사의 자율성을 확대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권 연구위원은 "부수업무는 금융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안전성이 확인되면 신속히 수리하고, 자회사의 경우에도 최소한 부수업무를 수행하는 회사는 자회사 범위에 포함되도록 제도를 운영할 필요가 있다"며 "다만 업무범위 확대 과정에서 경제력 집중이나 무리한 사업 확장을 막기 위해 사전인가 절차와 보유기간 제한 같은 보완 장치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세미나에서 이병윤 KIF 선임연구위원은 '지방은행 경쟁력 강화를 통한 지방소멸 대응방안'을 발표하며 우리나라 지방은행은 2010년대 중반 이후 성장성·수익성·건전성·생산성 등 거의 모든 경영지표가 악화 중이라고 전했다. 지방은행 경쟁력 강화를 위해 △은행의 지방중소기업 대출에 대한 인센티브 제공 △금융위원회의 지역 재투자 평가 제도 개선 △지자체 금고, 법원공탁금 유치 인센티브 제공 등을 제안했다. 아울러 김석기 KIF 선임연구위원은 '국내 금융회사의 글로벌 진출 전략 개편 방향'을 통해 성장 한계에 직면한 국내 시장을 넘어 현지화·대형화를 통한 해외 진출이 가능하도록 금융당국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coddy@fnnews.com 예병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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