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비핵화 해법, 과거 실패 교훈삼아 치밀한 설계를
파이낸셜뉴스
2025.09.24 18:25
수정 : 2025.09.24 18:25기사원문
이대통령, END 이니셔티브 제시
단계적 접근 한계 막을 장치 필수
이재명 정부가 표방하는 실용주의 접근이 한반도 비핵화 문제에 투영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END 이니셔티브'는 "비핵화가 단기간에 해결되기 어렵다"는 현실 인식에 바탕을 두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최근 "비핵화는 절대로 있을 수 없다"고 못 박은 상황에서 기존의 '선(先)비핵화, 후(後)보상'으론 교착상태를 돌파할 수 없다는 고민이 반영된 것이다. 앞서 이 대통령이 '중단-축소-폐기'로 이어지는 3단계 비핵화론을 제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특히 'END 이니셔티브'의 가장 큰 특징은 바로 단계적 해법이라는 점이다. 그러나 한반도 비핵화 문제를 단계적으로 풀어가는 접근은 과거에도 시도된 바 있으며, 많은 시행착오와 부작용을 낳은 것도 사실이다. 이에 'END 이니셔티브'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벌어질 리스크를 냉철하게 선제적으로 점검할 필요가 있다.
비핵화 이전에 북한과의 관계 정상화를 추진하겠다는 구상도 실현 가능성을 따져봐야 한다. 이 대통령은 "북미관계를 비롯한 국제사회와의 관계 정상화 노력을 지지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사실상 핵을 보유한 북한과의 수교 가능성을 열어둔 것과 같다. 수교는 곧 북한의 핵 보유를 용인하는 효과를 낳을 것이다. 그렇다면 궁극적 목표인 비핵화는 불가능하게 된다.
비핵화에 앞서 교류부터 시작한다는 점도 실현 가능성이 낮다. 북의 핵보유와 잇단 도발 탓에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가 유지되는 상황이다. 이런 제재 국면에서 남북교류는 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얼어붙은 한반도 정세 전환을 위해 실용적으로 접근하려는 END 이니셔티브의 취지는 일면 타당성이 있다. 그러나 실효성을 가지려면 과거의 실패 경험을 교훈 삼아 보다 치밀하고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수립하는 게 관건이다.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들일 강력한 유인책과 함께 역진을 방지할 안전장치를 동시에 확보해야 한반도 평화로 가는 초석을 쌓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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