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우량 신용도 기업, 단기 스텝업으로 영구채 조달...'무늬만 영구채'

파이낸셜뉴스       2025.09.25 15:10   수정 : 2025.09.25 12:44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비우량 신용도를 보유한 기업들이 단기 스텝업(일정 시간 경과 후 단계적으로 이자율 가산) 구조로 영구채 조달에 나서고 있다. 신종자본증권, 후순위증권 등 자본성증권은 회계상 자본으로 인정된다. 이에 기업과 금융사들은 현금확보와 재무건전성 관리를 위해 자본성증권의 활용도를 높이고 있다.

동시에 투자자들의 불안을 고려해 스텝업 개시일을 단축하고 있다. 기업으로선 되도록 자금을 빠른 시기에 회수하겠다는 고육지책인 셈이다.

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롯데컬처웍스가 지난 24일 1500억원 규모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다. 표면금리는 연 5.5%에서 결정됐다.

롯데컬처웍스 영구채의 스텝업 개시일은 채권 발행 후 3년부터 적용된다. 영구채의 스텝업 개시는 통상 5년이었으나 코로나19 이후 스텝업 개시일까지의 기간은 짧아지고 있다.

롯데컬처웍스의 이번 영구채도 발행일로부터 3년이 경과하면 250bp(1bp=0.01%p), 4년이 경과하면 300bp, 5년 후 350bp 순으로 추가 이자가 더해진다.

사실상 해당 영구채 3년물로 여겨지는 이유다. 롯데컬쳐웍스의 장기신용등급은 매겨지지 않았다. 다만, 단기물 신용등급은 A2- 수준이다. 롯데컬처웍스는 롯데쇼핑이 지분 86.37%를 보유하고 있다. 국내 영화시장 회복 지연으로 롯데컬처웍스의 외형성장 및 수익성 회복에는 시간이 다소 소요될 것이란 게 업계의 전망이다.

HL D&I한라(에이치엘디앤아이한라) 역시 같은 날 800억원 규모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다. 표면금리는 연 6.525% 수준이다. 콜옵션은 발행 후 2년이 경과한 2027년 9월 24일부터 가능하며 이자율 상향으로 재조정되는 스텝업이 적용된다. 에이치엘디앤아이한라의 신용등급은 BBB+수준으로 비우량한 편이다.

이랜드리테일 또한 같은 날 1000억원 규모 신종자본증권을 연 6.0%에 발행했다. 스텝업 구조는 발행 후 2년 후 시작되지만, 콜옵션은 발행 당일부터 가능하다. 회사의 지분은 이랜드월드가 100% 보유하고 있다. 회사의 신용등급은 BBB0 수준으로 투기등급(BB+)과 두 단계 차이밖에 안난다.

기업들이 스텝업 개시일에 민감하게 반영하며 대응하기 때문에 스텝업 개시일이 사실상 '기업들의 현금상환일'로 인식하는 상황이다. 스텝업이 시작되면 이자비용이 올라갈 뿐만 아니라 제때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으면 신용도가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스텝업 조항을 적용됨에도 상환하지 않는 기업에 대해 투자자들은 재무 상황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다.


한편 비교적 신용도가 우량한 기업들은 공모 시장에서 신종자본증권 발행에 나서고 있다. 신용도가 우량한 금융사가 대부분이다. 신용등급 AA급에 해당하는 우리금융지주, 미래에셋생명, 메리츠화재해상보험, BNK금융지주 등이 다음달 15일부터 21일 사이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에 나선다.

khj91@fnnews.com 김현정 기자

Hot 포토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