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EC서 관세 담판 짓나… 3500억弗 이견 좁히기 관건
파이낸셜뉴스
2025.09.25 18:25
수정 : 2025.09.25 18:25기사원문
정부 "APEC 염두에 두고 협상
시한 때문에 원칙 희생 없을 것"
韓 대출·보증 vs 美 현금 투자
대미투자펀드 방식 접점 찾아야
■"협상 데드라인은 없다"
이재명 대통령이 유엔총회 참석차 방미 중인 가운데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24일(현지시간) 브리핑을 통해 "(한미 무역협상에) 데드라인은 두지 않고 있다"며 "상업적 합리성과 국익을 고려해 상호호혜적 결과를 도출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말했다.
한미 양국이 협상 마무리를 앞두고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가운데 미국은 이날 일본에 이어 유럽연합(EU)도 자동차 관세율을 15%로 확정했다. 이로써 현재 25% 관세율을 적용받는 한국에 대한 압박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자동차 업계는 대미 수출 경쟁력이 빠르게 악화될 수 있다는 위기감을 호소한다. 일본과 유럽이 모두 15%로 내려간 상황에서 한국만 25%에 묶이면 수출단가 차이가 경쟁력 격차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들은 미국과 협상을 이어가는 중이다. 아세안 경제장관회의에 참석 중인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25일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회동을 갖고 후속 협상과 관련한 의견을 교환했다. 여 본부장은 출국길에서 "교착 국면이지만 우리 기업들의 입장을 최대한 반영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대미투자 패키지·통화스와프 관건
한미 협상의 최대 쟁점은 미국이 요구하는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투자 패키지다. 한국 정부는 초기 합의 당시 대출이나 지급보증 등이 주를 이룰 것으로 이해했지만 이후 미국 측은 대부분 현금 투자방식을 제시하며 충돌이 빚어졌다.
김 실장은 "그런 방식은 한국 외환시장에 큰 충격을 줄 수 있다. 무제한 통화스와프가 필요조건"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사실상 투자방식 조정과 통화스와프 수용이 병행되지 않으면 협상이 진전되기 어렵다는 메시지다. 우리 정부는 일본과는 사정이 다르다는 점을 지속적으로 설득 중이다. 우리는 일본과 달리 기축통화국도 아니고, 외환보유액도 차이가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대미투자펀드 방식이나 한미 통화스와프에서 접점을 찾아야만 APEC 기간 양국 정상회담에서 의미 있는 진전을 이룰 것으로 관측했다.
숭실대 글로벌통상학과 구기보 교수는 "미국도 한국 입장을 조금씩 이해하는 기류가 있는 만큼 APEC을 계기로 일정한 변화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면서도 "다만 3500억달러 현금 투자 요구를 완화하거나 통화스와프 체결 등 두 가지 옵션 중 하나는 받아들여야 협상이 타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aber@fnnews.com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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