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굴기는 현실인가, 착시인가

파이낸셜뉴스       2025.09.25 18:26   수정 : 2025.09.25 18:33기사원문
‘중국제조2025' 발표 10년 만에
세계 2위 선진공업국가 발돋움
이제 창조영역으로 발전할 시점
中 주력산업에 천문학적 보조금
해외 저가출혈수출, 제조업 유지
민주화 없이 세계정상 가능할까

80주년 전승절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함께 톈안먼 망루에 서서 강력한 연대를 보였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집권 이래 민주주의 국가들의 결속이 약화되는 것과 대비되어, 권위주의 연대와 중국의 강화된 위상을 보여주었다. 중국 경제도 비약적인 성장을 통해 미국과 경쟁을 하는 존재감을 보여준다.

중국 제조업은 '중국제조2025' 발표 이후 불과 10년 만에 거의 모든 분야에서 세계 2위 수준의 선진 공업국가로 발돋움했다. 특히 인공지능(AI), 양자컴퓨터, 로봇 등 첨단기술에 있어서도 미국과 경쟁하는 세계적 수준으로 발전하였다. 얼마 전 동중국해상의 중국 항공모함 푸젠에서 전자사출기를 이용하여 J35 스텔스전투기가 발진하는 모습은 중국 굴기의 새로운 시대가 시작되고 있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 불과 1~2년 전만 하더라도 중국 경제는 지금이 최고치이고, 향후 추락할 것이라는 '차이나피크(China Peak)'론이 회자되고 있었다. 지금 우리가 목격하는 중국 굴기는 현실인가?

서방 전문가들은 얼마 전까지 공산당 체제의 경직성으로 중국이 선진국 문턱에서 주저앉을 것이라는 평가가 일반적이었다. 소위 '중진국 함정'이다. 역사상 많은 국가들이 경제발전에 있어서 중진국까지는 올라서지만 좀처럼 선진국 문턱을 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중진국 문턱을 넘어 선진국이 된 성공한 나라들의 사례를 보면, 예외 없이 권위주의 체제로부터 민주주의 국가로의 전환이 있었다. 한국과 대만의 경우가 극명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민주화 없이 선진국이 된 나라는 없다. 권위주의 체제는 일정한 경제성장을 이루는 데 효율적이지만 선진경제로 성장하는 데는 한계를 갖는다는 것이다. 권력분산을 통한 다원적 민주화가 필요한데, 중국은 정반대의 길로 역행했다. 덩샤오핑 이후 집단지도체제로 정착되던 정치체제는 시진핑 집권 이래 다시 마오쩌둥 시대처럼 1인에게 권력이 집중되고 있고, 사회에 대한 통제도 디지털 기술을 통해 전면적으로 강화되고 있다. 코로나 사태 때 중국의 모습은 개방으로부터 전면적 사회 폐쇄와 통제로 회귀하는 모습을 보였다. 중국 경제는 연이은 부동산 버블의 붕괴, 기업들의 도산, 높은 실업률, 첨단기술에 대한 접근을 차단하는 미국의 공급망 재편 등으로 심각한 위기 국면으로 보였다.

그런데 불과 1~2년 만에 중국 쇠퇴와는 정반대 되는 상황이 우리 앞에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의 굴기는 현실인가 착시인가? 중국의 현실은 밝은 면도 분명히 존재하지만 어두운 부분도 상당하다. 즉 명암이 동시에 존재한다고 보는 것이 적절할 듯하다.

현재 중국의 모습은 일정부분 민주주의 국가들의 정치적 혼란, 특히 미국 트럼프 정권이 취하는 갈팡질팡 행보와 대비되어 중국의 굴기가 두드려져 보이는 착시적 측면도 있다. '중국제조2025'를 통해 중국 제조업이 경이로운 발전을 이룬 것은 사실이지만 철강, 화학, 전기차 등 대부분 주력산업들은 국가의 천문학적 보조금 없이 지탱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보조금과 덤핑으로 해외에 저가 출혈수출을 통해 제조업을 유지하고 있는 현실이다. 물론 AI, 양자컴퓨터, 그린에너지 등 첨단기술에 있어서 중국이 경이로운 발전을 이룬 건 사실이지만 고용창출이나 경제적 비중은 아직 미미하다.

중국의 한계는 얼마 전 항모 푸젠에서 전자사출기로 스텔스기를 사출하는 장면에서 엿볼 수 있다. 항모 푸젠은 미국의 항공모함 제럴드포드함과 전자사출기를, 스텔스 전투기 J35는 미국의 F35를, 조기경보기 KJ600은 미국의 E2C를, J15전투기는 러시아의 SU35를 외형적으로 구별하기 어려울 정도로 모방한 것이다. 중국의 정치경제체제는 지금까지 후발주자로서 기존 기술을 습득하고 모방하여 현재 위치까지 빠르게 선진국 수준의 기술력을 따라왔다. 이제 중국은 모방을 넘어 신기술 창조영역으로 발전해야 할 시점이다.
중국은 새로운 도약을 위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 개개인의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는 자유와 민주화가 없는 가운데 국가 주도로 어디까지 가능할까. 상식을 뛰어넘은 중국의 굴기는 계속될 것인가.

1989년 톈안먼 사태로 실각한 자오쯔양 총서기는 평생 연금상태였지만 죽기 전 유언 같은 말을 남긴 것으로 알려진다. '조국의 발전을 위해서는 의회제 민주주의 도입이 필요하다.'

■약력 △66세 △게이오기주쿠대학교 법학박사 △위스콘신대학교 대학원 △주일대사 △한국외국어대 석좌교수 △국가안보자문단 외교분야 위원 △국립외교원장 △외교안보연구원 교수

윤덕민 한국외국어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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