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쌍십절’ 역대급 열병식 준비… 김정은 언급 ‘비밀병기’ 주목

파이낸셜뉴스       2025.09.28 18:39   수정 : 2025.09.29 09:38기사원문
노동당 창건 80주년 맞아 대대적 열병식
신형 ICBM ‘화성-20형’ 선보일 가능성 커
판단·타격 가능 3세대 AI드론도 공개 전망
美 ‘사상 첫 800명 장성 소집’ 이유는
헤그세스 국방장관, 이례적 회의 참석 명령
‘장성 20% 감축’ 등 예고, 지휘체계 개편 관측





오는 10월 10일 북한 노동당 창건 80주년 열병식은 북한판 'DPRK-방산' 세일즈와 선전의 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지난 3일 천안문 광장에서 대대적인 전승 80주년 기념 군사 열병식을 개최한 것처럼 북한도 역대급 군사 전력을 과시할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최근 열린 최고인민회의에서 "비밀병기들을 새로 보유했다"고 언급하면서 그 실체가 주목받고 있다.

■ 北 김정은 집권 후 16번째 열병식
북한은 현재 평양 미림비행장 일대에서 대규모 열병식 연습을 하고 있다. 다수의 인원과 장비가 인공위성 등 감시·정찰 자산에 포착된 상태다.

지난 2012년 공식 집권한 김정은은 올해로 집권 14년째다. 그가 북한의 주요 기념일을 계기로 열병식을 개최하는 것은 이번이 16번째다. 이 가운데 야간 열병식은 지난 2020년 10월 노동당 창건 제75주년 기념 이후 7번째 진행됐다. 이번에도 야간에 치러지면 8번째 야간 열병식인 셈이다.

북한은 그동안 열병식을 통해 보유한 최신 무기체계들을 과시해 왔다. 최근 중국이 지난 3일 전승절 기념 열병식에서 신형 ICBM '둥펑(DF)-61'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쥐랑(JL)-3', 다탄두 탑재가 가능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DF-5C' 등을 공개한 것처럼 북한도 대대적인 무력 과시에 나설 가능성이 거론된다.

28일 군과 통일부·외교가에 따르면 지난 22일 노동신문은 김 위원장이 전날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열린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3차 회의 연설에서 "우리는 비밀병기들을 새로 보유했으며 국방과학 연구 성과들도 적지 않게 이룩했다"는 주장을 보도했다.

비밀병기가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밝히진 않았지만, 북한은 지난 8일 탄소섬유 복합재료를 이용한 대출력 고체연료 발동기(엔진) 지상분출 시험을 진행했다면서 미공개 ICBM 화성-20형에 활용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북한이 화성-19형에서 발전한 신형 ICBM '화성-20형'을 이동식미사일발사대(TEL)에 실어 이번 열병식에서 공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전혀 새로운 형태의 무기를 내놓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전망했다. 다만 미국의 방어망을 뚫을 수 있는 다탄두 ICBM, 극초음속미사일, 핵추진잠수함과 같은 무기체계는 진전된 비밀병기의 후보군으로 꼽았다.

군 소식통은 비밀병기라는 표현은 내부적으로 새로운 성과를 과시하려는 메시지로 열병식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복합적으로 겨냥해 도발 수위를 높일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석좌연구위원은 최근 김정은 정권이 핵무기를 손에 쥔 상태에서 한국군에 비해서 현저하게 뒤처지는 재래식 전력의 현대화·확충에 많은 자원을 쏟아붓고 있다. 북한이 러-우 전장에 북한군을 파병하면서 실전을 경험했고 러시아에서 실전 전쟁 환경에 맞는 드론과 같은 기술을 받아들이면서 재래식 전력이 급상승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그러면서 이번 열병식에 선보일 드론은 기존 드론보다 진보된 인공지능(AI) 탑재 자율 드론일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조 석좌연구위원은 김정은이 최근 북한 내 드론 개발 현장에서 AI를 접목시키라고 지시했다며, 드론은 △장착된 카메라의 영상을 전용 고글이나 모니터를 통해 실시간으로 보면서 원격 조종하는 방식의 '1세대 FPV(First-Person View, 1인칭 시점) 자폭 드론'과 △원격 조종 방식이지만, 드론 내부의 주요 센서를 광섬유로 연결해 외부 전파 교란 등에 의한 재밍이 어려운 '2세대 FPV 드론' △인공지능(AI) 탑재로 목표에 이르는 지형 등이 내장되어 있어 발사 후 망각 방식의 자율 주행·판단·타격이 가능한 3세대 드론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북한이 이번 열병식에서 실전 활용도가 우수한 3세대 AI드론을 선보일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 美 국방, 전 세계 800명 장성 사상 첫 긴급 소집
이런 가운데 미국은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이 구체적 의제에 대한 사전 설명 없이 지난 25일(현지 시각) 약 800명에 달하는 미국과 전 세계에 파견된 미군 장성급 지휘관들에게 오는 30일까지 버지니아주 콴티코 해병대 기지에 열리는 긴급회의에 참석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지난 5일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국방부의 명칭을 '전쟁부(Department of War)'로 바꾼다고 공식 서명한 이후 20일 만에 첫 장성급 지휘관 전체 소집 명령을 내린 것이다. 통상 미군은 반기마다 전구(戰區·theater, 대규모 군사작전 지역) 사령관과 군 수뇌부 일부가 워싱턴에서 정례적으로 만난다. 하지만 이번처럼 전 세계 모든 전구 지휘관이 한날한시에 집결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지난 26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는 이번 소집 명령이 해임 및 재배치 통보와 관련됐을 수 있다며, 이번을 계기로 최소 200명 이상의 장성이 해임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헤그세스 장관은 취임 직후 전체 장성·제독의 10%를 줄이겠다고 밝혔다. 실제로 그는 흑인 합참의장 찰스 브라운, 첫 여성 해군참모총장 리사 프란체티 등 고위 장성 다수를 해임하는 등 군 수뇌부 교체 작업을 해왔다.

앞서 지난 5월 5일 헤그세스 장관은 미 국방부 산하 4성 장군을 20% 감축하는 내용 등이 담긴 메모에 서명했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당시 공약한 '미국의 국가이익 중심 외교정책 및 해외주둔 미군 재편' 방침의 후속 조치로 해석된다.

미 국방부는 이날 발표를 통해 "헤그세스 장관이 미군 내 전체 장성급 인원의 10%, 그중에서도 4성 장군은 20%, 주방위군(GNG) 장성은 20% 감축하겠다는 내용의 내부 지시문에 서명했다"며 "현재 미군 내 장성은 약 800~857명에 이른다. 이 중 4성 장군은 44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해외 매체들은 헤그세스 장관이 지난 2월 미 국방부 펜타곤 타운홀 미팅에서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군은 단 7명의 4성 장군으로도 독일, 이탈리아, 일본과 싸워 이겼다"면서 "현재는 합참 규모와 전장에서의 승리 가능성 간에 '역상관관계'가 존재한다. 상층부의 관료화를 개선하고, 실전에서 싸우는 하급제대의 역량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고 전한 바 있다.

군사 전문가들은 대체로 이번 소집명령은 미군의 장군 직위를 정리하려는 시도 또는 사전 작업의 일환으로 보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장성급 직위 감축을 통해 지휘관의 리더십 영역을 극대화하고, 미 국방부를 전쟁부로 개칭한 것에 걸맞은 우수한 작전 성과를 내는 목표를 실행하기 위한 것이라고 관측했다.

한편 한국군사문제연구원(KIMA) 등 군사 전문기관들은 "한반도에서의 주한미군의 역할이 북한의 군사위협에서 점차 중국의 군사적 팽창에 대한 억제력으로 확장되고 있다"며 "이는 주한 미군 감축이라기보다 인-태 전구 내 전략적 유연성에 가깝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마련한 국가방위전략 지침 잠정안에서도 확인된 바 있다"고 진단했다.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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