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두 국가론'과 북핵 위기
파이낸셜뉴스
2025.09.28 18:46
수정 : 2025.09.28 18:46기사원문
또한 적대행위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 우리 정부 화해 협력 정책의 기본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지난 2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총회 연설에서도 비슷한 입장을 취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한발 더 나아갔다. 정 장관은 이재명 정부 대북정책의 핵심은 '평화적 두 국가론' 실현이라고 강조했다. 정 장관은 북한의 '적대적 두 국가론'을 '평화적 두 국가론'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남북한을 각각 하나의 독립국가로 인정하는 '두 국가론'은 우리나라 헌법이 규정하는 통일 지향 입장과 충돌한다는 평가도 있다. 헌법 제3조는 대한민국의 영토 범위를 한반도 전체와 그에 속한 섬들(부속도서)로 규정한다. 즉 현재의 헌법 체계 내에서는 북한을 별도의 독립국가로 법적 승인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위헌이라는 것이다.
'평화적 두 국가론'을 추구하기 위해 개헌까지 해야 하는지에 대해선 독일 사례를 들어 불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동서독의 경우 지난 1972년 기본조약을 체결하고 1년 뒤 나란히 유엔에 가입했다. 기본조약 제1조는 동서독 관계를 상호 동등성에 기초한 정상적인 선린 관계로 규정했다. 독일 연방헌법재판소는 기본조약이 서독 기본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어찌 보면 한반도 두 국가론은 남북이 양측의 정권에 대해 간섭하지 말고 각자 살자는 모토를 담고 있다. 이산가족 상봉이나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는 구호도 불필요해진다.
하지만 이재명 정부가 평화적 두 국가론을 꺼낸 근본적인 이유는 폭발적으로 급증한 북한 핵탄두 문제 해결을 위한 것이다. 남북 군사대결 구도가 극심했던 윤석열 정부 기간에 북한의 보유 핵탄두는 2배가량 급증해 50기에 달한다. 북한은 외부 위협에 대한 방어 차원이라는 논리를 펴면서 핵무장과 함께 '적대적 두 국가론'을 유지하고 있다.
북한의 핵탄두 보유량 확대가 우려되는 건 남북이 외견상으로 아직 휴전국가라는 점이다. 미국, 중국, 북한이 당사국으로 참여한 휴전협정이 판문점에서 체결된 뒤 70여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종전협정은 이뤄지지 못했다. 군사충돌 속에서 핵 위협이 현실화되지 않을 것이라는 보장이 없는 셈이다. 남북 간의 군사충돌을 막기 위해 체결했던 9·19군사합의마저 지난 정부에서 촉발된 남북충돌로 휴지 조각이 됐다.
'평화적 두 국가론'을 꺼낸 이재명 정부는 북핵위기 해법을 미국과 중국에서 찾고 있다. 한국전쟁 휴전서명 당사국이었던 미국과 중국 정상들이 함께 모이는 역사적 타임라인이 10월 말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시작된다. 이 기간에 미·중·남·북 4개국이 공동 종전선언과 북핵 동결을 이뤄낸다면 역사적인 일이 될 것이다.
노벨평화상을 노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미국과 교섭을 원하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마다할 이유는 없다. 핵 보유와 함께 국제사회에서 고립된 채로 영원히 남게 될지 여부는 북한의 선택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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