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금감원, 국민에게 봉사하는 자세로 일해야

두 기관, 소비자 보호에 앞장 다짐
특권의식 버리고 범죄척결 나서길

정부 조직과 업무 개편에서 벗어난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금융소비자 보호 기능을 강화하고 조직쇄신 의지를 다졌다. 금융위원장과 금융감독원장이 29일 만나 금융소비자 보호 기능 강화, 현장·소비자 중심의 업무방식 전환, 행정·감독 과정의 공공성과 투명성 제고 등 세 가지 약속을 했고 금감원은 '금융소비자보호 결의대회'를 열었다.

금융 수장들의 다짐과 금감원의 결의대회가 나쁠 것은 없다.

앞으로 금융소비자들을 위해 진정성 있는 마음가짐으로 일을 한다면 그보다 좋을 것은 없다. 그러나 구성원들의 시위를 통해 기존 조직과 기능을 지켜낸 직후 국민들 앞에 잘하겠다는 약속을 하고 결의대회를 하는 자체가 보여주기 행사로 보이는 것은 이상하지 않다.

금융위와 금감원은 금융정책 수립과 집행, 감독권을 갖고 금융기관은 물론 국민 위에서 군림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금융기관에는 이른바 관치로 여겨졌고 국민에게는 금융 피해에 대한 소홀한 행정으로 이어졌다. 두 기관이 그만큼 제 할 일을 하지 않고 권한만 행사했다는 비판을 받았다는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

새 정부의 조직과 업무 개편 추진은 그런 배경에서 나온 것이고 충분한 이유가 있었다. 소비자 보호 기능을 따로 분리해서 강화하겠다는 것은 소비자로서는 쌍수를 들고 환영할 일이었다. 그러나 조직의 약화와 권한의 상실에 대한 구성원들의 강력한 반발이 결국은 조직개편의 유야무야로 종결되고 말았다.

지금 금융권은 해킹과 사기, 보이스피싱, 스미싱, 주가조작 등으로 난장판이 되어 소비자들이 곤욕을 치르고 있다. 그런데도 금감원은 이런 금융범죄를 추적하고 근절하는 데 소홀히 함으로써 사기범들이 날뛰도록 만들었다. 그 피해는 갈수록 늘어나 가히 천문학적인 숫자에 이르고 있다. 이에 대한 책임을 지고 국민 앞에 사죄하는 게 마땅하다.

금융기관들에 대해서는 갑의 위치에서 이래라저래라 하며 금융검찰의 역할을 자임했다. 수많은 금융규제로 한국의 금융이 제대로 날개를 펼치지 못하게 한 것에도 당연히 책임이 따른다. 규제는 곧 권한과 연결된다. 그 기득권을 놓지 않겠다는 태도를 이번 조직개편 과정에서도 여실히 보여줬다.

기왕에 조직개편이 무산된 상황에서 금융위와 금감원이 앞으로 할 일은 소비자 입장에서는 금융범죄 척결과 금융불편 최소화이며, 금융기관으로서는 규제의 간소화다. 두 기관이 국민과 금융소비자를 위해 뛰겠다는 말을 한 적이 지금이 처음도 아니다. 번번이 약속이 지켜지지 않은 것은 그때마다 전시성으로 끝났기 때문이다.

결의대회를 열어 구호를 외친다고 국민이 알아주지도 않는다. 중요한 것은 업무를 소비자 중심으로 개편하고 국민과 금융기관이라는 고객을 떠받들며 일을 하는 것이다. 자신들이 특권을 가진 권력기관이라는 태도부터 버리고 진정으로 국민 앞에서 몸을 낮추어 봉사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호응과 공감을 얻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