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귀에 경 읽는 국회

파이낸셜뉴스       2025.09.29 18:17   수정 : 2025.09.29 18:17기사원문

22대 국회가 출범한 지 불과 1년밖에 되지 않았음에도, 야당의 최후 수단으로 불리는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위한 무제한토론)는 벌써 4번째 진행됐다. 그만큼 여야 협치가 실패해왔다는 방증이다. 4번의 필리버스터 중 3번은 최근 두 달 사이에 벌어졌다.

이재명 정부 초기라는 점에서는 이례적이다. 통상 새 정부 출범 직후 여야는 협력 분위기를 조성한다. 최근 상황은 이같은 '허니문 기간'이 옛말이 됐다는 의미다.

필리버스터가 잦아졌다. 여야가 서로의 의견을 귀 담아 듣지 않았다는 얘기다. 그 결과는 여야 갈등만 깊어지는 악순환으로 연결된다. 악순환은 상당 기간 이어질 전망이다. 다수 의석에다 이재명 대통령을 등에 업은 거대 집권여당 더불어민주당은 개혁이라는 기치 아래 자신들이 옳다고 믿는 입법을 완고하게 밀어붙이고 있어서다. 달리 수단이 없는 국민의힘은 필리버스터 연단과 5년 만에 나선 광장에서 국민에게 호소만 쏟아낸다.

극단으로 치달은 정치상황이 꼭 어느 한 당의 잘못이라고는 할 수 없다.
민주당은 독단적인 행보가 문제라면, 국민의힘은 제1야당으로서 정부·여당을 설득해내지 못한 게 실책이다.

미래에 큰 사회적 문제가 불거지고 비난의 화살이 민주당으로 쏠리게 된다면, 역사는 민주당의 입법독주를 두고 '소귀에 경 읽는' 격이었다고 평가하지 않을까. 이재명 정부의 정부조직개편이 국회 문턱을 넘으면서 새 정부의 시대가 본격화됐다. 지금이라도 여야 협치에 적극 나서는 게 '미래의 독박'을 피하는 지름길이다.

uknow@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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