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AI 생산·소비국가 기로… LLM 국산화로 산업구조 혁신"
파이낸셜뉴스
2025.09.29 18:23
수정 : 2025.09.29 20:12기사원문
백준호 퓨리오사AI 대표와 이활석 업스테이지 CTO 기조대담
"AI 통해 혁신" 기업 등 힘모을때
韓 반도체 등 3개 요소 자체 생산
글로벌 시장서 스케일 확대 관건
에이전트 등 업무현장 활용 부족
미·중 프런티어 모델 따라잡아야
"AI컴퓨팅 리더로 산업전환 주도"
한국 인공지능(AI) 산업이 맞고 있는 위기와 이를 극복할 기회는 어디에 있을까. AI 산업 전선에서 반도체와 모델을 대표하는 두 스타트업은 현 상황을 어떻게 진단하고 있을까. 백준호 퓨리오사AI 대표와 이활석 업스테이지 공동창업자 및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지난 25일 서울 송파구 롯데시네마에서 파이낸셜뉴스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공동 개최한 'AI월드 2025' 행사에서 기조 대담자로 만나 '한국 AI의 위기와 기회'라는 주제로 청중들 앞에서 생생한 의견을 교환했다. 이들은 무대에서 "정부와 민간을 모두가 'AI로 혁신하겠다'는 강력한 의지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한국 AI의 위기 상황과 기회에 대해 진단한다면
누구나 알고 있다. AI라는 큰 패러다임의 변화가 지금 일어나고 있고 지각 변동이 있을 때 결국 이제 새로운 승자가 있을 것이고, 거기에 합류하지 못하면 낙오되는 그런 상황이다. 사실 한국은 지금 모델·데이터·컴퓨팅(반도체) 등 AI의 중요한 3가지 요소를 모두 자체적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 기술과 능력을 가지고 있다. 이 부분은 기회다. 다만 여기서 우리가 글로벌에서 경쟁력 있게 빠른 속도로 스케일(규모)를 만들어낼 수 있는 지가 관건이다. 우리가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진 산업 분야의 과거를 살펴보면 어마어마한 속도로 선진 사업을 따라잡았던 전례가 있다. AI도 마찬가지로 우리가 여기서 얼마나 집중력을 가지고 자신감을 가지고 빠르게 능력과 규모를 키워낼 수 있는 지가 위기의 측면이라고 말하고 싶다.
▲이활석 CTO= AI 강국이 되기 위해서는 AI 기술을 만들어낼 수 있는 근간부터 해서 AI 기술이 퍼져가는 전체적인 생태계 입장에서 우리나라가 얼마나 잘 할 수 있냐가 중요한 부분이다. 백 대표의 지적대로 스케일의 성패가 위기 상황이라는 것에 공감한다. 최근 MIT 보고서에 기업 AI 도입 비율은 90%인데 성공률이 5%라는, 'AI 버블'에 관한 보고서가 나왔다. 한국 상황도 유사하다. 기업 입장에서 풀고 싶은 문제가 굉장히 다양하게 있고 또 산업과 깊이 연관되어 있는 문제들이 많다. 최근 업계에선 거대언어모델(LLM)이 점점 똑똑해지고 있으나 능력 과잉이라는 말도 같이 나오고 있다. 기술이 발전했으나 기업 입장에서 이거를 쓸 때 그만큼 가치를 느끼느냐는 차이가 있다. 이 차이는 LLM이 아무리 똑똑해도 디지털 전환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아 필요한 정보나 맥락을 연결 시켜줄 수 없기 때문에 LLM이 제대로 일을 할 수가 없다는 점이다. 그래서 기업 차원에서 LLM이나 에이전트를 활용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고, 스케일 부분과 관련해 한국은 아직 미·중에 비해 늦은 감이 있다. 현재까지 기업에서 AI를 단순 업무에 적용하는 걸로 그치는데 이는 사실 도입한 AI의 가치를 보면 거의 인건비 대체밖에 안 되는 상황이다. 가장 앞서있다는 미국조차도 아직 성공률이 5%라는 것은 기회의 측면으로 볼 수 있다. 아직 발전 여지가 남은 것이다.
―한국 AI 발전에 가장 필요한 부분은 뭘까
▲백준호 대표=국내가 그냥 갈라파고스처럼 '우리만의 생태계를 만들겠다'가 아니라 글로벌한 흐름과 궤도를 같이 해야 된다. 국내에 특히 우리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하는 많은 활동들이 옛날보다 글로벌화 됐으나 어떤 영역들은 과거에 묶여 있다. 조직의 형태나 비즈니스 방식들이 그렇다. 가장 대표적인 문제로 국내 산업들이 소프트웨어에 돈을 잘 지급하지 않는다. 용역적인 그런 정도로 굉장히 박하게 가치를 평가하고, 요금을 매긴다. 부가가치를 정확히 평가해야 비즈니스가 커지는데 이제 과거에 우리가 하던 방식대로 그렇게 하면 산업이 성장할 수가 없다.
▲이활석 CTO=AI 기술은 전에 나왔던 혁신 기술들과 유사한 패턴을 따라가는 것도 있지만 다른 점도 있다. 이 기술의 발전 속도가 빠르고 예전에 비해서 더 빨라지고 있고 그만큼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력도 훨씬 더 크다. IT 기술이 나오면서 일하는 방식이나 새로운 산업들이 막 등장할 때 어떤 기업들은 잘 적응을 했고 어떤 기업들은 잘 적응을 못했지만, 모두에게 어느 정도 시간은 주어졌다. 그러나 AI 기술은 더 파괴적이라는 얘기가 많은데, AI 기술에 적응할 기간이 그때만큼 주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본다. 글로벌하게 들어올 수 있는 여지도 훨씬 많고, 더 빠르게 변하고 있기 때문에 여기에 적응할 시간이 그렇게 많지 않다. 한국의 가장 큰 장점은 빠르게 적응하고 움직이는 건데, 이런 방면에서 AI를 중심에 놓고 다시 아예 판을 새로 짜는 그런 혁신적인 스타트업이나 그런 변화들이 생태계에 있어야 한다. AI를 아예 중심에 두고 관련 법 자체를 다 바꾼다면 어떻게 될까. 기존의 레거시 조직 구조에 맞춰 AI를 도입하게 되면 적용할 수 있는 한계가 딱 정해지게 된다. 그런데 AI는 계속 무한히 발전을 할 것이라고 가정하고, 이 한계를 깰 수 있도록 AI를 중심에 두고 다시 판을 짜야 한다. 이런 고민들이 산업 현장 곳곳에서 일어나면 한국에서도 충분히 많은 기회가 있을 것이다.
▲백준호 대표=지금도 우리는 계속 도전하고 있다. 여러 우려도 있고 도전 과제가 남아있지만 지금 비즈니스와 기술의 규모를 봤을 때 안 되는 이유들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안 되는 100가지 합리적인 이유들이 중요한 게 아니라 되게 하는 한 가지 이유가 되게 중요한 건데, 그 길을 가기 위해선 우리가 조금 더 용기를 가지고 '프롬 스크래치'부터 가야 한다. AI라는 게 어쨌든 근본적으로는 기술 전쟁에 해당하기 때문에 우리가 새롭게 뭔가를 만들 수 있다는 그런 자신감을 가질 필요가 있다.
―업스테이지와 퓨리오사AI의 다음 계획은
▲이활석 CTO=업스테이지는 '챗GPT 모먼트'가 AI 판 자체를 흔든, 새로운 출현에 가깝다고 봤다. 이거는 안 하면 안 된다라는 생각으로 근간부터 기술을 잘 쌓아야 된다고 생각을 했다. 국가 전략 자산 측면에서 이 LLM 기술은 꼭 만들어져야 되고 외산보다는 우리나라에서 만든 기술을 필요로 하는 그런 전략적 자산 측면이 있다. 또 하나의 측면은 그냥 가격이 싸고 성능이 좋은, 시장의 논리에 맡기는 기술이 있다. 업스테이지가 만드는 모델은 사실 당장은 따라가는 것에 현실적으로 집중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빠른 시일 내에 미·중 프런티어 모델들을 따라간다면 그 다음부터는 이제 차별점 얘기가 나오기 시작할 것이다. 이미 일반적으로 많이 쓰는 사용처에서는 LLM은 이미 많이 똑똑해졌다. 그 다음부터는 커스터마이징 영역이다. 언어적인 측면이나 그 기업 도메인에 대한 지식 측면도 있다. 저희는 그 이후를 보고 가고 있다. LLM 자체를 만들어서 국가적으로 기여하는 것도 분명히 있겠지만, 그냥 일반적인 자율 시장에 맡기는 그런 측면에 있어서는 저희 모델 자체가 정말 잘 나와도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사실 선택받기는 현실적으로는 어렵다. 저희만의 차별점을 만들어야 되는데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많이 고민하고 있고 그 경험을 계속 쌓아가고 있다. 프론티어 급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 기술력은 빠른 시간 내에 가능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백준호 대표=퓨리오사AI는 글로벌 차세대 컴퓨팅의 리더가 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하드웨어는 반드시 글로벌하게 가야 한다. 우리가 경쟁력 있는 제품을 이제 개발해 나가는데 AI 모델도 그렇고, 우리는 이제 큰 산업의 전환기에 선택의 기로에 놓여있다 예를 들면 과거 많은 나라들이 자동차의 생산국이 되고 싶어 했으나 대부분 실패했다. 자동차의 생산국이 됐을 때의 그 효과는 어마어마하다. 산업을 중심으로 기술이 자라게 되고 주도권도 생기는 거고 전체 산업에 미치는 파급 효과가 크다. 우리는 AI 강국이 되는 데 있어 도전과제가 산적해있다. 우리가 'AI의 생산 국가가 되냐' 아니면 'AI의 단순한 소비 국가로 가냐' 우리 선택의 위기에 있다. 자동차에서 보자면 당시에 포드도 너무 잘하고 GM도 너무 잘하고 일본 회사도 잘하고 해서 너무 힘들 것 같으니까 그냥 '우리는 그냥 여기서 그만하자' 했으면 이제 영영 소비 국가로 남았을 것이다. 그래서 지금 이 시기에, 반도체 분야에서 우리가 해야 될 일이 많다. 반드시 우리가 전 세계를 제패하자는 게 아니라 우리 고유의 영역을 지키고, 우리 영토를 만들고, 또 그로 인해 우리가 가질 산업의 파급 효과를 지키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AI 컴퓨팅 영역도 어려움이 있고 도전이 있겠지만 반드시 우리가 AI 컴퓨팅의 '생산 국가'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한국의 AI산업 발전을 위해 마지막으로 할 말은
▲이활석 CTO=분명히 위기이기도 하고 그만큼 기회도 크다. 그 기회를 잡을 수 있는 기간이 얼마 남지 않다는 게 AI 필드에 있는 사람들의 공통 의견이다. 잘 헤쳐나갈 수 있는 분명히 DNA가 한국에는 있다고 믿는다. 정부와 민간을 포함해서 여기 계신 모든 분들이 정말 'AI로 뭔가 혁신을 해보겠다'는 의지가 있어서 다 같이 움직여야 국가 차원에서 좋은 결과가 맺을 수 있을 것.
▲백준호 대표=무(無)에서 유(有)를 개발하는 과정에서도 우리 인적 자원들이 굉장히 자라고 있다. 그래서 전략적인 목표를 높게 잡고 달성해야 그걸 중심으로 힘을 내서, 최선을 다해야 우리 모두가 더 한 단계 더 나아갈 수 있다.
wongood@fnnews.com 주원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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