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간 96개 시스템 못 쓴다는데…대체수단도 시민 안내도 부실

뉴스1       2025.09.30 05:00   수정 : 2025.09.30 18:04기사원문

김민재 행정정안전부 차관이 29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국가정보자원관리원(국정자원) 행정정보시스템 화재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5.9.29/뉴스1 ⓒ News1 김기남 기자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서울=뉴스1) 한지명 기자 = 정부는 국가정보자원관리원(국정자원) 화재로 가동이 중단된 647개 행정정보시스템 가운데 직접 피해를 받지 않은 대부분 시스템은 1~2주 내 복구할 수 있지만, 전소된 96개는 최대 4주가 걸린다고 밝혔다.

30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정부는 한 달가량의 시스템 공백을 해소하기 위해 대체수단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대체수단 상당수가 사실상 방문·수기·팩스 접수에 그치고 대체 사이트도 충분하지 않아 시민과 일선 공무원들의 혼란이 장기화할 전망이다.

지난 26일 오후 8시 15분 대전 유성구 국가정보자원관리원 본원 5층 전산실에서 발생한 불로 7-1실에 있던 시스템 96개는 전소됐다. 이에 정부는 시스템을 대전이 아닌 대구 민관협력 클라우드센터로 옮겨 새로 구축하기로 했다.

김민재 행정안전부 차관은 29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전체 647개 행정정보시스템 가운데 화재에 직접 영향받은 96개 시스템은 대구 클라우드 구역에 설치 예정"이라며 "정보자원 준비에 2주, 시스템 구축에 2주 정도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나, 대구센터 입주기업의 협조하에 최대한 일정을 당기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소된 시스템 가운데는 국민 생활과 직결된 서비스도 적지 않다. 안전디딤돌 앱과 국민재난안전포털처럼 재난 상황 정보를 제공하는 서비스는 사실상 대체수단이 없어 이용자 불편이 불가피하다.

여기에 고령층이나 디지털 취약계층은 포털 접속 자체가 익숙하지 않아 대체수단 안내를 제때 확인하기 어렵다는 우려가 나온다. 주민센터를 찾은 30대 A 씨는 "고령자 등 인터넷에 상대적으로 접근이 어려운 이들은 대체수단에 대한 안내를 받기 어려울 것 같다"며 "네이버와 다음 등 온라인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도 대체 수단에 대한 안내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공무원들이 일상적으로 쓰는 클라우드 온나라 등 정부 내부 업무망도 전소 시스템에 포함돼 행정 공백을 키우고 있다. 전자결재와 보고 절차가 막히자 일부 기관은 수기 문서로 업무를 처리하고 있어 현장 혼선이 이어지고 있다.

일부 부처는 핵심 서비스가 여전히 정상화되지 않아 사건 접수와 민원 처리에 큰 차질을 빚고 있다. 부처 관계자는 "메일은 사용할 수 있지만, 내부 결재가 안 돼 일부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밝힌 대체수단도 일부 서비스에 한정됐다. 국가법령정보센터는 국회 입법 사이트를 통해 법령 검색이 가능하고, 국민신문고와 통합보훈 등 민원 신청 서비스는 방문·우편·팩스 등 오프라인 창구를 통해 할 수 있다.

그러나 전체 시스템의 대체 경로가 일괄 공개되지 않아, 국민 입장에서는 당장 자신이 이용하던 서비스를 어디서 대신해야 하는지 확인하기 어렵다.

행안부 관계자는 "전체 서비스별 대체 경로는 아직은 취합중인 상황"이라며 "소방청 내부 전산이나 사이버도서관처럼 국민이 직접 쓰지 않는 시스템은 제외하고 필요한 것만 안내하려고 준비 중"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행안부가 공개한 전소 96개 시스템은 1등급 4개, 2등급 10개, 3등급 31개, 4등급 51개다. 1등급에는 국민신문고(국민권익위), 국가법령정보센터(법제처), 통합보훈(국가보훈부), 안전디딤돌(행안부) 등 생활 접점이 큰 핵심 서비스가 포함됐다.

2등급 가운데서도 행안부 대표홈페이지, 고용노동부 대표홈페이지, 과기정통부 행정포털시스템, 국무조정실 대표홈페이지(전자통합평가 포함) 등 대민 접점이 큰 서비스가 적지 않아 공백 체감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불편 완화를 위해 세금 납부·서류 제출 기한 연장과 오프라인 발급 수수료 전면 면제, 주민등록표 등·초본 및 인감 발급 수수료 면제, 110·120 민원 콜센터 및 포털을 통한 안내, 각 부처·지자체 '민원전담 지원반' 가동 등을 병행하고 있다.

또 네이버·다음 포털 공지사항을 통해 복구 완료 시스템 현황을 실시간으로 알리고 있으며, 대면 민원 처리와 상담 콜센터 안내, 일부 대체 서비스 목록도 공지했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대체 사이트를 이용해야 하는지 설명이 부족하고, 안내된 항목도 제한적이다. 일부 서비스는 방문·팩스·수기 방식으로 처리할 수 있지만, 아예 대안이 없는 곳도 있어 국민들이 체감하는 불편은 여전하다.

행안부는 "대체수단을 통해 수기로 신청한다거나 불편함이 따르겠지만 이용하는 데는 업무 연속성 계획에 따라 다 제공은 된다"며 "국민 생활과 직결된 서비스는 대체 경로를 통해 이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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