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핵 고수 속 다자외교 복귀....美 대화는 열어둬
파이낸셜뉴스
2025.09.30 23:32
수정 : 2025.09.30 23:32기사원문
유엔총회 고위급 회기 중 북한에서 고위급 대표가 연설한 것은 2018년 이후 7년 만이다. 북한은 지난 2014∼2015년엔 리수용 당시 외무상이, 2016∼2018년 리용호 당시 외무상이 유엔총회에 참석했다. 그러나 ‘하노이 노딜’ 이후인 2019년부터 작년까지는 고위급 대표단을 파견하지 않았다.
김선경 북한 외무성 부상(차관)은 29일(현지시간) 유엔총회 연설에서 “우리는 핵을 절대로 내려놓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이 헌법에 핵 보유를 ‘성스러운 절대적 권리’로 명시했기 때문에 비핵화 주장은 북한의 주권을 부정하고 헌법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부상은 미국과 동맹들이 북한을 직접 겨냥한 군사훈련을 하고 있어 핵을 포기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그는 “전 세계 어디에서도 한반도처럼 핵무기와 전략자산이 연중 상시 동원돼 대규모 다국적 합동군사훈련이 벌어지는 곳은 없다”며 “이러한 군사적 위협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확고한 전쟁 억지력으로 한반도의 힘의 균형을 보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은 이례적으로 미국의 관세 정책을 비판하기도 했다. 동맹인 중국의 입장을 대변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 부상은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하는 무차별적인 관세 전쟁으로 세계 경제 전반이 침체와 불안정의 늪 속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미국과의 대화 재개 가능성은 열어 두었다.
김 부상은 “북한의 외교 정책은 독립, 평화, 우호”라며 “이념이나 제도의 차이에 관계없이 우리를 존중하고 우호적으로 대하는 나라들과 다방면 교류와 협력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한국은 이날 김 부상의 연설에 답변권을 행사하지 않았다. 지난해에는 김성 유엔 북한 대사의 유엔총회 연설 직후 주유엔 한국대표부의 김상진 차석대사가 답변권을 행사해 북한이 핵무기 추구를 정당화하기 위해 한미 등을 비난한 것을 두고 “전혀 근거 없는 주장”이라고 반박한 바 있다.
북한은 김 부상의 유엔 총회 참석으로 다자 외교에도 복귀했다. 김 부상은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과 면담했다. 유엔 사무총장 대변인실은 면담 사실을 알리며 “구테흐스 사무총장과 김 부상이 유엔과 북한 간 협력 강화를 위해 한반도 및 주변 지역 상황을 논의했다”라고만 전했다.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북한 고위급 인사를 만난 것은 지난 2018년 9월 유엔총회 참석차 뉴욕을 방문한 리용호 당시 북한 외무상 이후 처음이다.
앞서 김 부상은 브루노 로드리게스 쿠바 외교부 장관, 베네수엘라의 이반 힐 외교부 장관 및 니카라과 데니스 몬카다 외교부 장관과도 각각 회담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pride@fnnews.com 이병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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