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이시바 총리, 부산서 셔틀외교 완성…韓日 공통 사회문제 대응

파이낸셜뉴스       2025.09.30 19:43   수정 : 2025.09.30 19:41기사원문



【부산=성석우 기자】이재명 대통령과 퇴임을 앞둔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30일 부산 해운대에서 셔틀외교를 가졌다. 일본 정상이 양자 정상회담을 위해 방한하면서 서울 이외의 도시를 방문한 것은 21년 만이다.

이 대통령과 이시바 총리는 이날 해운대 누리마루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하우스에서 정상회담을 열고 친교 산책과 만찬을 이어가며 '실용 협력' 기조를 재확인하고 지속적인 관계 발전을 위한 실무 협의체 구성에 합의했다.

특히 이시바 총리가 임기 막바지 한국을 마지막 외교 무대로 선택하면서 이번 회담은 '포스트 이시바' 체제와도 연계 가능한 지속적인 틀을 다지는 데 의미를 더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대통령과 이시바 총리는 이날 정상회담을 통해 '한일 공통 사회문제 대응과 관련된 당국 간 협의체 운용 방안'을 채택했다. 이는 △저출산·고령화 △국토균형성장 △농업 △방재 △자살대책 등 5대 공통 사회문제를 양자 협의체를 통해 상시 논의하겠다는 내용이다. 각 분야 소관 부처 주도로 전문가들이 참여해 단순 정보 교환을 넘어 정책에 바로 반영할 수 있는 실질적인 협의를 진행하기로 하고, 양국 외교 당국이 정기적인 점검과 총괄을 맡기로 했다. 이 대통령은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사회문제부터 경제·안보 문제, 나아가서는 정서적 교감도 함께하는 아주 가까운 한일관계가 만들어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시바 총리의 방한으로 완성된 셔틀외교가 제대로 정착돼 양국 발전의 밑거름이 되기도 기원했다. 이 대통령은 "처음 뵀을 때 한국과 일본은 앞마당을 같이 쓰는 이웃과 같은 관계라고 말씀드렸는데, 세상이 점점 어려워질수록 가까운 이웃들 간에 정리와 교류가 정말로 중요하다고 생각된다"며 "셔틀외교를 정착시켜서 한국과 일본 사이에 정말 시도 때도 없이 함께 오가면서 공동의 발전을 기약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양국 발전 방안 외에도 이 대통령은 이시바 총리에게 북핵 문제 해결과 한반도 평화를 위한 우리 정부의 긴장 완화·신뢰 구축 노력에 대한 협력도 당부했다. 이에 양 정상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구축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재확인했다.

양 정상은 격변하는 지정학적 환경과 무역질서 속에서 유사한 입장을 가진 이웃이자 글로벌 협력 파트너로서 국제사회의 과제에 공동 대응할 필요성에도 공감했다. 이 외에도 북극항로 협력 등 다양한 의제에 대해서도 심도 깊고 허심탄회하게 논의했다.

한일 과거사 문제는 과거를 직시하되 미래 지향적 협력을 계속해 나가야 한다는 원칙을 다시금 확인했다. 이 대통령은 "양국 간 의미 있는 협력의 성과를 축적해 나간다면 양국의 현안 관련 대화에 있어서도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선순환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전했다.

한일 정상회담에 앞서 이시바 총리 내외가 누리마루에 입장할 때는 조선통신사 행렬을 재현한 취타대 전통군악대 선도와 전통의장대 도열이 있었다. 이어 양 정상은 십이장생도를 배경으로 기념촬영을 진행했다. 정상회담 후에는 이 대통령과 이시바 총리가 누리마루 인근을 산책하면서 우의를 다졌다. 이 대통령은 이날 금색 포인트의 넥타이를 맸다. 금색은 귀중함을 상징하는 색깔로, 상대국인 일본과 이시바 총리와의 관계를 귀하게 여긴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실무 방문이지만 사실상 국빈에 준하는 예우인 셈"이라고 설명했다.

정상회담 이후 진행된 만찬은 도토리현 대게·가평 잣 냉채부터 민어·오골계 등 보양식, '치쿠와'를 부산 어묵으로 재해석한 요리, 봉화 송이·전복찜, 안동 햅쌀밥·한우 갈비찜 등의 음식들로 구성됐다. 만찬은 한일의 화합과 협력의 연속성 의미를 담고 있다.

한편, 이시바 총리는 이날 정상회담 직전 부산 금정구 영락공원에 있는 한일 우호의 상징적 인물인 이수현 씨 묘를 찾아 헌화했다. 현직 일본 총리가 이씨 묘소를 찾아 참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수현 씨는 일본 유학 중이던 2001년 도쿄 신오쿠보역에서 선로에 떨어진 일본인을 구하려다 목숨을 잃어 한일 우호의 상징적 인물이 됐다.

한일 정상회담에는 당초 김혜경 여사가 동행하기로 예정돼 있었지만, 전날 저녁 이석증 진단을 받고 안정이 권고돼 결국 일정에 불참했다. 따라서 김 여사는 일본 측에 정중히 양해를 구했고, 이시바 여사는 김 여사의 쾌유를 바란다는 뜻을 전해왔다.



west@fnnews.com 성석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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