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 강국으로서의 다자외교 활용 전략

파이낸셜뉴스       2025.09.30 18:10   수정 : 2025.09.30 18:29기사원문
국제안보환경 불확실성 가중
다자외교 적극활용 협력확대
우방국 네트워크 구축계기로
'평화공존과 공동성장'의 비전
10월말 APEC정상회의서 공유
연말 한중일 정상회의도 기회

바야흐로 다자 외교의 시간이다. 이미 이재명 대통령이 뉴욕을 방문하여 유엔총회에서 기조연설을 하였고, 안보리 의장국 역할도 수행하였다. 10월 말에는 경주에서 미국 및 중국의 지도자들이 참가하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개최될 예정이다.

차기 일본 총리가 선출되면 올해 말에 한중일 정상회의가 개최될 가능성도 있다.

공교롭게 필자도 최근 1개월 사이 국내외에서 개최된 다자간 국제회의에 참가할 기회를 갖게 되었다. 지난 9월 초에는 국방부가 각국의 장관급 인사들과 안보전문가 수백명을 초청하여 개최한 제14회 서울안보대화(SDD)의 기획과정에 참여하였다. 9월 중순에는 육군본부 주관으로 17개국 육군의 군수담당 관계자들을 초청하여 개최한 제5회 한국·아세안플러스 국제군수포럼의 본회의 사회를 담당하기도 하였다.

이 같은 다자간 외교는 한국처럼 민주주의의 정체성을 갖고 개방적 시장경제를 발전시켜온 중견 강국의 입장에서는 자주국방의 노력이나 동맹을 보완하는 중요한 안보전략의 수단이기도 하다. 이 대통령이 유엔총회 연설에서 그러했듯이 우리 정부의 외교안보정책 방향이나 대북정책의 기조를 대외적으로 천명하는 중요한 기회가 될 수 있고, 또한 국제사회에서 입장을 같이하는 국가들과 연대를 형성할 계기가 될 수 있다. 잠재적 대립국가들과 상호 신뢰구축을 모색하는 무대가 될 수 있기도 하다.

2020년대 이후 전개되고 있는 국제질서는 냉전기와 탈냉전기를 거치면서 구축된 기존 질서에서 벗어나는 듯한 불확실성의 양상들을 보여주고 있다.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러시아는 인접 우크라이나에 대한 직접 무력공격을 감행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하의 미국은 유럽이나 인도태평양 지역의 동맹국들에 대해 전례 없는 고관세 압박을 가하고 있고, 방위비 분담 증대를 요구하고 있다. 중국은 미국과의 전략경쟁을 지속하면서 대만이나 남중국해 등에 대한 영향권 확대 추구를 지속하고 있다. 그에 더해 북한은 남북관계를 '적대적 2국가론'으로 재규정하면서, 러시아와의 군사동맹하에서 핵전력뿐 아니라 드론 같은 첨단 재래식 전력의 강화도 추진하고 있다.

이 같은 불확실한 국제정세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자주국방 노력과 한미동맹 강화에 더해, 다자외교도 안보전략 면에서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이를 통해 우리와 안보이익을 공유할 수 있는 일본, 호주, 캐나다 등 여타 중견 강국들과의 연대를 강화해야 하고, 중국 등과는 상호 신뢰구축을 증진할 수 있다. 이미 우리 정부는 국방부뿐만 아니라 외교부, 통일부 등 관련 부서에서 적지 않은 예산을 들여 매년 다자간 국제회의를 개최한다. 이왕 국가 예산을 들여 각국의 고위정책결정자나 전문가들을 초청한다면, 정부 전체적으로 국제회의 이슈나 참석자들을 조율하여 보다 체계적으로 우리의 안보정책 기조에 대한 공감대를 넓히고, 우방국들 간 네트워크 구축의 계기로 활용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10월 말 경주에서 개최되는 제32차 APEC 정상회의는 미국과 중국을 포함한 21개 회원국의 정상이 참가하는 중요한 다자외교의 무대이다. 우리로서는 대통령이 유엔 연설에서 표명한 바와 같이 '평화공존과 공동성장'의 비전을 여타 우방국가들과 공유하면서 강대국 간의 경쟁구도를 완화시키고, 글로벌 서플라이 체인의 안정 등 경제안보적 현안들이 논의되는 무대로 이를 활용해야 할 것이다.

또한 미국과의 협력을 통해 북한을 국제대화의 장으로 견인하기 위한 계기로 삼을 수도 있다.

올해 말에는 한중일 정상회의가 일본에서 개최될 가능성이 크다.
지난 2008년부터 정례화된 이 회의체는 그간 캠퍼스 아시아 사업 등의 합의를 통해 당사국들 간 사회경제 분야에서의 협력 증진에 큰 역할을 해 왔다. 이 같은 성과들을 바탕으로 새로 선출될 차기 일본 총리 등과 더불어, 예컨대 한중일 3국 사관생도 교류 등 전향적인 정책논의를 통해 역내 안보협력의 토대를 다지는 기회로도 삼을 만하다. 국제안보환경의 불확실성이 가중되는 지금 시기야말로 다자외교의 자산들을 적극 활용해 우방국들과의 협력을 확대하고, 국가이익도 확보해 가는 전략적 지혜가 요구된다.

■약력 △62세 △일본 도쿄대학교 국제정치학 박사 △국방대 전략학부 교수 △미국 하버드대학 Program on US-Japan Relations 방문학자 △한국정치외교사학회장, 현대일본학회장, 한국평화학회장 △국가안보회의·국방부·외교부·합참 등 정책자문위원

박영준 국방대학교 국가안보문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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