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으로 기운 기술추, 韓 다시 잡으려면

파이낸셜뉴스       2025.09.30 18:10   수정 : 2025.09.30 21:11기사원문

"중국 기업들이 보여준 건 단순한 기술이 아니었다. 시장 반응에 즉각 대응하고, 신기술을 과감하게 내놓는 실행력이 인상적이었다. 솔직히 따라잡힌다는 위기감보단, 이미 우리가 뒤처졌다는 걸 인정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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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초 열린 유럽 최대 가전전시회 IFA 2025를 본 한 국내 기업 관계자의 말이다. 올해 IFA 전시장 한복판, 관람객들의 시선은 자연스레 중국 기업들로 쏠렸다. TCL, 하이센스 등 중국 기업들은 핵심 전시관 정면을 차지하고 기술력을 앞세워 무대를 장악했다.

몇 년 전만 해도 변방에 머물던 기업들이 이제는 무대의 주인공이 됐다. 분위기가 확연히 달라졌다.

중국 기업들은 로봇, 스마트홈 등 여러 분야에서 신기술을 쏟아냈다. 로봇청소기 시장은 사실상 중국의 독무대였다. 중국 로봇청소기는 높은 문턱부터 계단까지 자연스럽게 오르며 전시장을 누볐다.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와 같은 미래형 기술도 눈에 띄었다. 부스터로보틱스는 실제 판매 중인 휴머노이드를 출품, 구름 인파를 모았다. 이 밖에 휴머노이드를 전면에 내세운 부스도 적지 않았다. 전반적으로 그냥 '잘 만든 제품'이 아니라, 시장 반응을 실시간으로 받아들이고 다음 단계로 연결하는 속도감이 돋보였다.

중국 기업 변화 배경에는 기술발전 이상의 의미가 있다. 정부의 집중투자와 세제혜택, 거대한 내수시장, 빠른 정책 집행 등이 맞물리면서 신기술이 실제 제품으로 나오는 속도가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느껴진다. 중국의 이 같은 기술전략은 특정 산업에 국한되지 않고 산업 전반으로 확장되고 있다는 점이 위협적이다.

한국 기업의 기술력은 결코 뒤지지 않는다. 삼성, SK, LG 등 주요 대기업들은 TV·가전, 반도체 등 핵심 분야에서 여전히 글로벌 정상급 경쟁력을 갖고 있다. 하지만 깜짝 놀랄 만한 혁신제품이 나오는 과정은 더디다. 기업의 역량 문제를 넘어 제도와 환경이 뒷받침되지 않는 것이 원인 중 하나일 것이다. 글로벌 시장이 실시간으로 변하는데 정책과 제도는 과거에 머물러 있다. 간극이 누적되면 결국 시장 주도권에서도 밀릴 수밖에 없다.


결국 지금 필요한 건 새 규제를 만드는 일이 아니다. 기술의 속도를 따라갈 수 있도록 제도와 환경을 손질, 기업들이 신기술을 과감히 실험하고 시장에 내놓을 수 있는 기반을 갖추는 게 먼저다.

상법·노동법 등 규제성 법안을 무턱대고 쏟아낼 게 아니라 기업의 혁신이 투자와 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정책의 우선순위를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

soup@fnnews.com 임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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