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미술의 새 발신지 꿈꾸는 '해운대 지그재그아트센터'

파이낸셜뉴스       2025.10.01 18:27   수정 : 2025.10.01 18:27기사원문
예술을 일상 가까이 느끼도록
엘시티 상가 1층에 문 열어
대규모 전시관 옆에 교육 공간도
新사실주의 작품 250여점 전시
이수정 대표 "佛 니스 지역처럼
젊은 혁신예술가들 태동지 목표"
남녀노소 인문학적 소양도 넓혀



"해운대 '지그재그아트센터'에서 선구자적 현대미술 변화를 만나보세요."

해운대해수욕장 해변가 엘시티 상가 1층에 위치한 '지그재그아트센터(Zigzag Art Center·대표 이수정)'가 학생과 미술 애호가는 물론 부산을 방문하는 국내외 관광객들의 발길을 사로잡는 새로운 명소로 떠올랐다.

지난 6월 1일 문을 연 지그재그아트센터는 3300㎡에 달하는 실내 전시관과 4950㎡ 규모 야외 조각공원, 교육 아카데미, 아트샵·복합문화시설을 갖춘 현대미술전시관이다.

이곳에서는 현재 '지그재그 콜렉션 1958-2025'라는 제목으로 개관기념 전시가 다채롭게 열리고 있다.

선구자적 현대미술 변화를 다양한 콘텐츠와 함께 미술사에 중요한 발자취를 남긴 1958년 이후 신사실주의적 경향의 작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이수정 지그재그아트센터 대표는 1일 "현대미술을 통해 지역 시민과 관광객이 예술을 가까이에서 접하고 자연스럽게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을 꿈꿔왔다"면서 "전시를 보여주는데 그치지 않고 일상 속에서 미술이 친숙하게 다가올 수 있도록 돕는 것을 출발점으로 삼고 싶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프랑스 니스의 신사실주의 작가들이 지역에서 출발해 세계적으로 인정받았던 것처럼 대한민국 지역 역시 예술가들이 성장할 가능성이 충분하다"면서 "이들이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 지방에서 새로운 문화 예술운동의 발판이 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지그재그아트센터는 현대미술 이해를 넓히는 복합문화공간 역할을 목표로 하고 있다. 관람객이 단순한 감상자가 아니라 참여자이자 체험자가 될 수 있도록 전시 동선과 공간을 구성해 다양한 교육과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다.

이 대표는 "학생들에게는 미술감상을 통한 창의성 계발과 진로 탐색을, 교사들에게는 현장수업을 통한 창의적 교육 실천을, 기업체 직원들에게는 예술적 체험을 통한 직무역량 향상을, 경영자들에게는 예술을 통한 창조적 경영 이해를, 일반인들에게는 현대미술을 통한 인문학적 소양을 제공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이곳에서 전시되고 있는 신사실주의 경향 작가들의 작품은 평면(회화, 판화, 사진), 입체(오브제, 조각), 디지털(영화, 영상) 등 모든 분야를 망라한 250여점에 이른다. 이브 클라인(Yves Klein), 세자르(Cesar), 아르망(Arman), 벤 보띠에(Ben Vautier), 소스노(Sosno), 패트릭 모야(Patrick Moya), 데미안 허스트(Damien Hirst) 등 국외 유명 현대미술 작가의 작품이 중심을 이루고 있다.

프랑스 신사실주의 거장들의 작품부터 영국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데미안 허스트 작품까지 한 공간에서 만나면서 이들 작품의 영향력을 제시하고 있다.

사실주의는 19세기 프랑스에서 등장한 예술 사조다. 당시의 낭만주의와 신고전주의가 보여주던 이상화되고 과장된 표현에 대한 반발에서 비롯됐다. 쿠르베(Gustave Courbet)는 '안녕하세요 쿠르베 씨'에서 자신을 직접 등장시켜 화가의 사회적 위상을 드러냈다. 밀레(Jean-Francois Millet)는 '이삭 줍는 여인들'을 통해 농민과 노동자의 삶을 사실적으로 표현했다. 사실주의 작가들은 사회 변화를 직접 마주하며 현실을 있는 그대로 담아냈다. 귀족이나 신화 대신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과 노동을 주요 주제로 삼았다. 산업혁명으로 인한 도시화와 계층 변화는 이러한 경향을 가속화했고, 예술이 사회 현실을 반영하는 도구가 될 수 있다는 인식을 널리 확산시켰다.

신사실주의는 20세기 중반 프랑스에서 등장했다. 당시 국제 미술계를 지배하던 추상주의의 한계 속에서 형성됐다. 추상주의는 개인적·내면적 감정에 초점을 맞추었기에 급격히 변화한 소비사회와 대량생산의 현실을 충분히 담아내지 못했다. 전후 급격한 사회 변화와 대량생산·소비 문화는 기존 회화만으로는 포착하기 어려운 새로운 현실을 드러냈고, 이에 따라 1958년 평론가 피에르 레스타니가 주도한 신사실주의가 등장했다. 작가들은 일상의 사물과 기성품을 직접 작품 재료로 삼으며 현실을 드러내고자 했다. 사실주의가 인간의 삶을 있는 그대로 재현했다면 신사실주의는 소비사회의 사물을 활용해 현실 자체를 예술로 전환했다.

누보 레알리슴(Nouveau Realisme, 신사실주의)의 창시자인 평론가 피에르 레스타니와 함께 이브 클라인(Yves Klein), 세자르(Cesar), 아르망(Arman), 마르시알 레이스(Martial Raysse), 플럭서스의 주자 벤 보띠에(Ben Vautier) 등이 창작의 자유를 찾아 프랑스 남부의 도시 니스에 모였다. 1961년에는 사샤 소스노(Sacha Sosno)가 잡지 '남부 커뮤니케이션'에 조형 예술 이론을 발표하며 '니스파(Ecole de Nice)'가 결성됐다. 니스파는 지역 도시 니스를 현대미술의 새로운 발신지로 만들며, 세계적 주목을 받는 예술가 집단으로 성장했다.

신사실주의 작가들은 전후 파리의 고전적 미술 문법을 거부했다. 이들은 비공식적이고 단절적인 작업으로 국제 미술계에 강렬한 파장을 일으켰다.
1960년대 기존 권위적 미술계에 도전한 젊은 예술가들은 새로운 조형언어로 동시대 예술계를 당혹하게 했으며, 미국의 팝아트에 선명히 대응했다. 신사실주의 특징은 '현실의 사물'을 작품 재료로 삼아 소비와 물질문명을 비판적으로 드러내는 데 있다. 기존 회화의 재현 방식을 넘어서는 새로운 미학을 제시하고 있다.

lich0929@fnnews.com 변옥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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