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의 불씨, 강력한 질문의 힘
파이낸셜뉴스
2025.10.02 18:02
수정 : 2025.10.02 18:15기사원문
활력 잃어가는 한국 재도약 위해
기존 정보전달 교육에서 벗어나
개개인의 문제해결 역량 높여야
남보다 먼저 담대한 질문 던지고
그질문에 대한 해법 먼저 제시해
세상 바꾸는 혁신인재 육성해야
인공지능이 세상의 모든 것을 바꾸는 현재도 질문의 힘은 매우 강력하다.
직류전기를 발명한 에디슨은 기존의 가스등이나 촛불보다 깨끗하고 쓰기 편리한 인공조명을 만들 수 있을지 질문했다. 기존 시스템에 대한 불편함에서 혁신은 시작되었다. 그는 전기로 가열해도 타지 않고 오래가는 재료를 찾기 위해 1000개 이상의 재료를 실험했고, 결국 대나무 탄소 필라멘트로 최초의 실용적인 전구를 발명했다. 우리가 그를 전구의 발명자로 기억하는 이유이다.
증기기관 개량으로 산업혁명을 이끈 제임스 와트는 뉴커먼 증기기관의 비효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연료를 적게 쓰는 개량된 증기기관은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한 해답으로 응축기를 독립적으로 분리한 혁신적인 설계를 도입했고, 고온고압에서 견딜 수 있는 재료를 선택하여 이 문제를 해결했다. 와트의 실용적 증기기관 덕분에 대량수송, 대량생산이 가능하게 되어 산업혁명이 가속되었다.
최근의 사례로 스티브 잡스는 전화기, PC, MP3를 따로 들고 다녀야 하는 불편함을 해소하겠다는 질문으로 아이폰을 개발했다. 새로운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여 스마트폰 시대를 활짝 열었을 뿐 아니라 PC 중심의 반도체 산업 구조를 저전력 모바일 AP 중심의 생태계로 재편하는 혁신을 가져왔다. 하나의 질문이 거대한 산업 구조까지 바꾼 것이다.
부존자원이 없는 대한민국은 수출주도형 성장전략으로 발전했다. 산업화 후발주자였던 시절에는 명확한 문제와 정답이 있었고, 선진국의 시행착오를 겪지 않는 이점이 있었다. 그러나 선진국에 진입한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우리 경제는 성장률이 하락하고 있으며, 인구는 급격히 줄고 고령화가 심화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오랜 시간을 일하지만, 더 이상 노동의 양으로 승부할 수 없다. 무서운 속도로 추격하는 국가들과 오랜 기간 실력을 쌓아온 선발주자 사이에 낀 대한민국은 새로운 도약이 필요하다.
활력을 잃어가는 대한민국 산업의 재도약을 위해, 지금이야말로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역량을 높일 수 있는 초중등 및 대학 교육 혁명이 절실한 시기이다. 기존의 정보전달 교육에서 벗어나 학생 개개인의 문제해결 역량을 높이는 교육으로 전환해야 한다. 특히 인구소멸 시대에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소중한 상황이다.
이제 정보를 단순히 소유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질문을 통해 그 정보의 의미를 발견할 수 있는 사람만이 진정한 정보의 소유자이다. 특히 급격한 인공지능 발전 시대에는 존재하는 정보를 내가 원하는 형태로 가공하고 활용하는 능력이 곧 핵심 역량이다.
우리 교육 시스템이 단순히 '답변 제조기'가 아닌 '질문 생성기'를 길러내는 방향으로 혁신한다면, 우리 국민 모두가 잡스와 같은 기술혁신의 주체가 될 수 있다. 남보다 먼저 담대한 질문을 던지고, 그 질문에 대한 해법을 남보다 먼저 제시하여 세상을 바꾸는 창의적·혁신적 인재들이 대한민국에서 많이 나오길 기대한다.
질문하는 인재는 비단 기술혁신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우리 사회의 모든 갈등 역시 질문하고 답변하는 과정 속에서 해결될 수 있다. 공론의 장에서 질문을 통해 서로 포용하고, 조화로우며, 풍요로운 사회가 될 것이다. 질문의 힘이 대한민국을 새로운 도약의 길로 이끌 것이다.
■약력 △ 65세 △매사추세츠공과대(MIT) 전자재료 박사 △한국공학한림원 회장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 초대 총장 △서울대학교 연구처장 및 산학협력단장 △산업통상자원R&D전략기획단 주력산업MD
윤의준 한국공학한림원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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