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임에게 인감 전달하지 않은 입주자대표 회장…대법 "업무방해 아냐"

파이낸셜뉴스       2025.10.09 10:44   수정 : 2025.10.09 10:44기사원문
1·2심 유죄 판단…벌금 200만원
대법 "업무방해죄 '위력'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어"



[파이낸셜뉴스]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이 후임에게 인감 등을 건네주지 않았다는 이유로 업무방해죄를 적용해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권영준 대법관)는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벌금 2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의정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

경기 남양주시 한 아파트의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을 지낸 A씨는 후임 회장 B씨에게 인감도장과 사업자등록증 원본 등을 건네주지 않는 등 B씨의 회장 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쟁점은 A씨가 인감 등을 반환하지 않은 행위가 업무방해죄의 '위력'에 해당하는지 여부였다. 형법상 업무방해죄는 위력으로써 사람의 업무를 방해한 자를 처벌한다고 규정한다.

1심은 A씨의 혐의를 유죄로 보고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회장으로 새롭게 선출된 B씨에게 인감 등을 반환해줘야 할 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거부함으로써, B씨가 회장으로서의 업무를 정상적으로 수행할 수 없도록 했다"며 "피고인에게 업무를 방해할 의사가 있었음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업무방해죄에 있어 위력이란 사람의 자유의사를 제압·혼란케 할 만한 일체의 세력으로 유형적이든 무형적이든 묻지 않으므로, 폭행·협박은 물론 사회적·경제적·정치적 지위와 권세에 의한 압박 등도 이에 포함된다'는 대법원 판례 등을 근거로 들었다.

2심은 원심을 유지했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행위자가 단순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는 부작위나 그에 준하는 소극적 행위가 업무방해죄의 위력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그 행위가 피해자의 자유의사를 제압할 만한 정도에 이르러 업무방해죄의 실행 행위로서 피해자의 업무에 대해 하는 적극적인 방해 행위와 동등한 형법적 가치를 가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B씨의 입주자대표회의 회장 지위에 관해 다툼이 있는 상황에, 피고인은 자신이 보관하고 있던 임감 등의 인도를 거절하거나 이를 반환하지 않은 것에 불과하다"며 "이러한 소극적인 행위를 넘어 인감 등을 사용해 회장 행세를 하는 등의 방법으로 B씨가 회장으로서 업무를 수행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방해하는 행위를 했다는 사정은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또 "B씨가 정상적으로 업무를 수행하는 데 인감 등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피고인이 B씨에게 인감 등을 인도 또는 반환하지 않은 행위로 인해 B씨가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으로서 업무를 수행하는 것이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됐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부연했다.

jisseo@fnnews.com 서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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