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이사철 ‘매물 실종’… 전세 악몽 재현되나

파이낸셜뉴스       2025.10.09 18:41   수정 : 2025.10.09 18:41기사원문
서울 전세수급지수 4년만에 최고
임대차법 후유증에 공급 부족 겹쳐
계약갱신 늘면서 신규 전세 씨말라
월세가격 상승이 전세가 끌어올려

서울 등 수도권뿐만 아니라 전국에 '전세대란' 경고등이 켜졌다. 지역 가릴 것 없이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면서 전국 아파트 전세수급지수가 '대란' 위험 단계에 들어선 것이다. 지난 2021년의 전세 악몽이 재현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9일 KB부동산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아파트 전세수급지수는 152.9를 기록하며 전달(149.8)보다 상승했다. 이는 지난 2021년 10월(164.8) 이후 약 4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이다. 지수가 100을 초과할수록 수요가 공급보다 많다는 의미다. 통상 150을 넘으면 매우 위험 단계로 해석하고 있는데, 전국 지수가 이 수치를 넘어선 것이다.

지역별로 보면 전 지역에서 대란 수준이다. 서울은 수급지수가 8월 152.0에서 9월 154.2로 상승하는 등 두 달 연속 지수가 150을 넘어섰다. 수도권도 수급지수가 9월 152.1을 기록했고, 지방 광역시도 157.4(8월 150.0)를 보이는 등 전국에서 전세난이 심화되고 있다.

이 같은 수급지수는 전세대란으로 시장이 신음했던 2021년 가을 이후 최고치이다. KB부동산에 따르면 2021년의 경우 전세가는 전국 12.01%, 서울 11.86% 폭등한 바 있다. 새 임대차법 후유증이 지속된 데다 공급 부족까지 겹치면서 세입자들의 비명이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현재도 비슷한 상황이라는 것이 현장의 설명이다. 일선 중개업소에 따르면 전세 매물이 씨가 말랐다는 후문이다. '6·27 대출규제'에 의해 갭투자가 차단되고, 전세대출마저 축소되면서 상황이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수도권은 물론 지방도 예외는 아니다. 한마디로 전세의 월세화 속도는 더 빨라지고, 계약갱신 비중도 급증하면서 신규 전세 물건은 아예 찾아볼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이현석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전세가가 폭등하는 현상은 나타나지 않고 있지만 현재는 공급이 부족해 난리가 난 상황"이라며 "정부의 규제로 갭투자가 막히는 등 전세시장 시스템이 꼬여버리는 상황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의 '9·7 공급대책' 역시 착공까지 시간이 많이 걸리는 데다 '전월세 시장 안정 방안'은 제외됐다.

문제는 공급 부족이 장기화되면서 전세가 오름폭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우병탁 신한은행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은 "내년까지 입주물량 감소세가 지속되는 등 전세가 상승폭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규정 한국투자증권 부동산전문위원은 "월세 가격 상승이 다시 전세가를 끌어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교수는 "금리 인하 등과 맞물려 전세난은 앞으로 더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며 "시장 안정을 위해서는 공급이 필요한데 정부가 오히려 공급을 막으면서 전세가는 계속 오를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ljb@fnnews.com 이종배 최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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