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 관리=정신건강 관리' 한국인의 피부 철학에 전 세계가 주목
파이낸셜뉴스
2025.10.09 19:14
수정 : 2025.10.13 08:56기사원문
"얼굴이 왜 이렇게 부었어?" "안색이 안 좋네, 피곤한가?"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말이다. 서구에서는 무례할 수 있는 이런 표현이 한국에서는 일상이다.
하지만 최근 K뷰티 열풍과 함께 전 세계가 한국인의 피부 철학에 주목하고 있다.
21년간 피부과 진료를 하면서 깨달은 것이 있다. 한국인의 피부에 대한 관심이 단순한 외모 지상주의가 아니라는 점이다. 우리는 본능적으로 피부와 건강, 피부와 마음의 연결고리를 알고 있었다. "안색이 좋지 않다"는 말은 단순한 외모 평가가 아니라 건강 상태에 대한 걱정이다. 실제로 피부는 몸과 마음의 상태를 가장 정확하게 반영하는 거울이다.
현대 과학이 이를 뒷받침한다.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은 피부 장벽을 약화시키고, 만성 스트레스는 콜라겐 생성을 억제한다. 화가 나면 얼굴이 달아오르고, 우울하면 피부톤이 칙칙해지는 것은 뇌와 피부가 같은 배아 기원에서 발생한 기관이기 때문이다. 이런 지혜는 고대 한의학의 망진법부터 있었지만, 한국은 피부와 마음을 연결하는 문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세계적으로 대중화했다. 그 결과 K뷰티가 연간 10조원이 넘는 규모의 산업으로 성장했고 전 세계 뷰티 시장을 재편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의 젊은 세대들이 한국식 스킨케어 루틴을 일상화하고, '글래스 스킨'이라는 한국어 표현이 글로벌 뷰티 용어로 자리잡았다.
의료계의 변화도 흥미롭다. 예전에는 질환 치료만 하던 피부과가 이제는 레이저 토닝, 보톡스, 필러, 실 리프팅, 고주파 시술 등을 동원해 완벽한 피부를 만들고 있다. 환자들 역시 단순히 아픈 것을 고치는 차원을 넘어 시간을 되돌리고 완벽에 가까운 피부를 원한다. 건강하고 생기 있는 피부가 자신감을 높이고, 이것이 대인관계와 업무 성과에까지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사람들이 깨달았기 때문이다.
앞으로의 변화는 더욱 흥미롭다. 발광다이오드(LED) 마스크, 마이크로커런트 디바이스 등 홈케어 디바이스가 발전하면서 집에서도 전문적인 케어가 가능해졌다. 인공지능(AI)이 개인의 스트레스 패턴을 분석해 맞춤형 피부 케어를 제안하고, 웨어러블 기기가 감정 상태와 피부 변화를 연동해 모니터링할 날도 멀지 않았다.
기존 뷰티 업계가 아름다워지기에 집중했다면, 한국은 아름다움과 건강을 동시에 추구하는 K-뷰티라는 독특한 카테고리를 세계적으로 확산시켰다. 피부 관리가 곧 정신건강 관리가 되는 시대를 연 것이다. 결국 한국인의 얼굴에 대한 관심은 세계인들에게 중요한 깨달음을 주었다. 피부를 돌보는 것은 자신을 돌보는 것이고, 이는 더 나은 삶을 위한 투자라는 사실을 말이다.
전은영 닥터은빛의원장
pompom@fnnews.com 정명진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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