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용지로 독재와 싸운 여성', 노벨평화상 수상자 마차도

파이낸셜뉴스       2025.10.10 18:30   수정 : 2025.10.10 18:41기사원문
"총이 아닌 투표용지를"…20년 독재에 맞선 불굴의 여성
8백만명이 떠난 나라에 남은 단 한 사람의 희망
"민주주의 없는 평화는 없다"…노벨위의 경고



[파이낸셜뉴스] 노르웨이 노벨위원회가 2025년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 (사진)베네수엘라 민주화운동가를 10일 선정했다. 위원회는 "그녀는 베네수엘라 국민의 민주적 권리를 지키고, 독재에서 민주주의로의 평화적 전환을 위해 헌신한 인물"이라며 "어두워지는 세계 속에서도 민주주의의 불씨를 지키는 용기 있는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마차도는 20년 넘게 독재정권 아래에서 민주주의 회복을 외쳐온 베네수엘라 야권의 상징적 인물이다.

수많은 탄압과 체포 위협 속에서도 비폭력 저항 노선을 유지하며 정치적 통합의 중심축 역할을 해왔다. 위원회는 "그녀는 깊게 분열됐던 야권을 하나로 묶은 인물로, 선거와 대표정치라는 민주주의의 본질을 지켜냈다"고 밝혔다.

"총이 아닌 투표용지를"…독재에 맞선 20년의 항거


한때 남미에서 가장 번영한 국가였던 베네수엘라는 현재 극심한 경제난과 인권 탄압에 시달리고 있다. 전체 인구의 대부분이 빈곤층으로 전락했고, 약 800만명이 탈출했다. 위원회는 "정권의 폭력 기계가 자국민을 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마차도는 2000년대 초 시민단체 '수마테(Súmate)'를 창립하며 공정한 선거 제도를 요구했다. 당시 그녀는 "총이 아닌 투표용지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이후 국회의원과 야권 지도자로 활동하며 사법 독립, 인권, 국민대표성 강화를 주장해왔다.

2024년 대선을 앞두고 야권의 단일후보로 선출된 마차도는 정권에 의해 출마가 금지됐다. 그러나 그는 동료 정치인 에드문도 곤살레스 우루티아 후보를 지지하며 선거 감시 운동을 주도했다. 수십만명의 자원봉사자들이 전국 투표소에서 개표 과정을 지켜보며 부정행위를 막았다.

야권은 각 지역의 투표 결과를 직접 수집해 정부의 조작을 폭로했고, 국제사회는 이를 지지했다. 하지만 마두로 정권은 패배를 인정하지 않고 권력을 유지했다. 위원회는 "이들의 투쟁은 혁신적이면서도 평화적이고 민주적이었다"고 평가했다.



"민주주의 없는 평화는 없다", 세계에 던진 경고


위원회는 "지속 가능한 평화의 전제조건은 민주주의"라며 "전 세계적으로 법치가 훼손되고 언론이 침묵당하며 권력이 집중되는 흐름 속에서 마차도의 투쟁은 민주주의의 본질을 일깨운다"고 강조했다.

위원회는 또 "2024년은 역사상 가장 많은 선거가 치러진 해였지만,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면서 "그녀의 용기와 평화적 저항은 세계 민주주의 후퇴 시대의 희망"이라고 덧붙였다.

위원회는 그러면서 "독재자들이 권력을 장악한 시대일수록 마차도와 같은 자유의 수호자들이 더욱 필요하다"며 "그녀는 목숨의 위협 속에서도 조국을 떠나지 않고 싸움을 계속했다. 그 용기가 수백만 명의 국민에게 영감을 주었다"고 설명했다.


마차도는 알프레드 노벨의 유언이 명시한 세 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한 인물로 평가됐다. 위원회는 "그녀는 분열된 야권을 하나로 묶었고, 베네수엘라 사회의 군사화를 끝내려 했으며, 평화적 전환을 위한 확고한 신념을 지켰다"고 밝혔다.

마차도는 '민주주의의 도구로 싸워온 진정한 시민 지도자'라는 찬사를 받으며, 베네수엘라의 어두운 현실 속에서도 자유의 불씨를 꺼뜨리지 않은 인물로 기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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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m@fnnews.com 김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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