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대참사”… 브라질에 0-5 완패, 무너진 자존심과 홍명보호의 현실

파이낸셜뉴스       2025.10.10 22:01   수정 : 2025.10.10 22:02기사원문
손흥민 슈팅 0개, 최악의 밤이 된 A매치 최다 출전 경기



[파이낸셜뉴스] 서울월드컵경기장의 조명이 눈부시게 밝았지만, 그 안에서 한국 축구의 현실은 처절하게 드러났다.

“세계와 싸운다”는 각오로 맞섰지만, 결과는 0-5. 그것도 홈에서, 그것도 손흥민의 최다 출전이라는 상징적인 날에 벌어진 대참사였다.

후반 시작과 동시에 모든 것이 무너졌다.

김민재가 공을 빼앗기며 이스테방에게 0-3을 허용했을 때만 해도 “설마 여기서 끝이겠지”라는 희망이 있었다. 그러나 1분 뒤 백승호의 실책이 나왔고, 브라질은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카세미루가 짧게 내줬고, 비니시우스가 또다시 재치있게 흘렸다. 호드리구의 침착한 오른발 슈팅이 골망을 갈랐다. 0-4. 그리고, 잠시의 정적. 비니시우스가 공을 잡았다. 양쪽 윙백이 따라붙었지만 그는 완벽히 다른 차원의 움직임으로 그들을 농락했다. 오른발로 내주고, 왼발로 다시 끌어왔다.

이태석이 태클을 시도했으나, 그저 허공만 가를 뿐이었다. 그의 왼발이 마지막으로 볼을 감아 올렸고, 조현우의 손끝을 스치며 공은 천천히 골문 안으로 흘렀다. 전광판에 0-5가 찍히는 순간, 서울의 공기가 멎었다.

관중석에서는 탄식이 터져 나왔다. 손흥민은 경기 종료 직전까지 뛰며 몸을 던졌지만, 동료들의 몸은 이미 굳어 있었다. 이강인의 패스는 방향을 잃었고, 황인범은 상대 압박에 고개를 숙였다. 백승호는 실책 후 내내 흔들렸고, 김민재는 고개를 숙인 채 하늘만 바라봤다.

홍명보 감독의 얼굴엔 당혹감이 짙게 묻어났다. 후반 내내 교체 카드가 늦었다. 전술 전환도 없었다. 브라질은 90분 내내 한국의 허술한 간격을 파고들었다. 그리고 한국은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이번 경기는 홍명보 감독이 말한 ‘정예 멤버’였다. 손흥민, 이재성, 이강인, 김민재… 이름값만으로도 ‘베스트’였다. 그러나 내용은 최악이었다. 브라질은 공격 5명이 유기적으로 움직이며 한국의 스리백을 마치 연습상대 다루듯 헤집어댔다.

패스 한 번, 시선 한 번, 몸의 방향 한 번에 한국 수비는 무너졌다. 이날 경기에서 한국이 기록한 유효슈팅은 단 1개. 그마저도 상대 수비 맞고 굴절된 슈팅이었다. ‘이기는 법’을 잊은 게 아니라, ‘버티는 법’조차 잃어버린 경기였다.

이 경기는 원래 손흥민의 밤이 될 예정이었다. 137번째 A매치 출전으로 홍명보, 차범근을 넘어선 ‘한국 축구사의 상징’으로 기록될 순간이었다. 그러나 브라질의 쇼는 잔인했다. 비니시우스의 댄스 세리머니가 이어질 때, 손흥민은 그라운드 한가운데 서 있었다.

한국은 이제 브라질을 상대로 1승 8패. 1999년 김도훈의 골 이후 26년 동안 단 한 번도 이기지 못했다. 홍명보호는 미국·멕시코 원정에서 보여준 희망을 이 경기에서 모두 잃었다.


이 경기는 단순한 패배가 아니다. ‘우리가 어디에 있는가’를 보여준 냉혹한 리트머스였다. ‘세계’와 ‘한국’의 간극, 그리고 아직도 멀기만 한 우리의 현실을 확인한 밤이었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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