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은 왜 ‘술 픽업’에 빠졌나

파이낸셜뉴스       2025.10.12 08:00   수정 : 2025.10.12 08:00기사원문
정가·편의성 앞세운 주류 스마트오더 확산
GS25·이마트 등 플랫폼 별 예약 서비스 경쟁 치열



[파이낸셜뉴스] #. "예전엔 원하는 술을 찾으려고 남대문이나 보틀숍을 돌아다니곤 했는데, 요즘엔 앱으로 필요한 날에 맞춰 예약합니다."

20대 주류 애호가 이모씨는 "오프라인 주류 매장은 보유 품목과 가격이 제각각이라 허탕치거나 덤터기를 쓰는 일이 많았다"며 "픽업 서비스가 생기고 나서는 정가에 원하는 제품을 받아볼 수 있어서 훨씬 편리하다"고 말했다.

최근 주류 마니아층을 중심으로 사전예약·픽업 서비스가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과거에는 남대문 주류상가 등 개별 소매점 중심으로 거래가 이뤄졌지만, 대형 유통사가 주류 픽업 서비스를 본격화하면서 소비 패턴이 변하고 있는 것이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GS리테일과 이마트 등 주요 유통업체는 프리미엄 주류를 간편하게 주문·수령할 수 있는 스마트오더 플랫폼을 확대하고 있다. 복잡한 주류 시장의 가격 불투명성을 피하고 정가 기반의 합리적 거래를 원하는 소비자가 늘어난 영향이다.

GS25의 주류 스마트오더 플랫폼 '와인25플러스'에는 현재 1만여 종의 주류가 등록돼 있다. 모바일 앱 '우리동네GS'나 카카오톡 선물하기를 통해 원하는 주류를 검색해 주문하면 전국 1만8000여개 매장에서 수령 가능하다. 이 같은 편의성을 기반으로 와인25플러스 주문 건수는 전년 동기 대비 지난 2023년 174% 2024년 193.1% 신장했다.

특히 2030세대의 참여가 두드러진다. 기존 주류시장이 4050 위주로 형성된 반면, 와인25플러스의 전체 주문 중 2030의 비중이 49.5%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GS25 관계자는 "정가 기반 거래와 간편한 수령 방식, 다양한 상품군이 젊은 고객 유입의 핵심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희귀주류 및 해당 플랫폼에서만 만나볼 수 있는 MD(상품기획자) 기획 세트, 기념일 패키지 등 차별화 전략을 통해 마니아들의 수집욕구를 겨냥하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지난 8월 셰프 에드워드 리와 공동개발한 '이균 말차막걸리'는 사전예약 방식으로 출시됐으며, 출시 당일 준비수량 9000병이 조기 완판됐다.

이마트도 주류 스마트오더 플랫폼 '와인그랩'을 통해 경쟁에 가세했다. 와인그랩은 프리미엄 위스키·와인 등 한정판 주류를 선착순 판매한다. 프리미엄 주류는 국내 수입 물량이 적어 과거 수도권 중심의 몇몇 오프라인 매장에서만 구매가 가능했으나, 본 서비스를 통해 전국 각지의 고객이 구매할 수 있게 됐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개인별 구매 내역을 바탕으로 맞춤형 와인 추천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이 같은 전략에 힘입어 와인그랩의 올해 상반기 대비 하반기 월평균 매출은 약 50% 신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 관계자는 "주류 소비는 이제는 단순 음용을 넘어 '수집'과 '경험' 중심으로 확장되고 있다"며 "사전예약·픽업 서비스는 합리적인 가격과 편의성을 모두 갖춘 새로운 주류 유통 모델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localplace@fnnews.com 김현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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