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술한 노란봉투법, 보완입법으로 대혼란 막아야
파이낸셜뉴스
2025.10.12 19:31
수정 : 2025.10.12 19:31기사원문
구체성 없고 국제기준에 안맞아
정부 지침만으론 줄소송 불가피
그런데 법 내용을 들여다보면 허술하기 짝이 없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수탁연구인 '집단적 노사관계법의 주요 쟁점과 과제: 비교법적 검토' 내용에도 이 법안의 핵심적 결함들이 담겨 있다. 이미 재계에서 제기한 내용과 유사한데, 구체성이 결여된 법이라는 게 핵심이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가 빠졌다는 점이다. 법안은 사용자 개념을 원청까지 확대하면서 정작 교섭창구를 어떻게 단일화할 것인지는 규정하지 않았다.
일본·미국·독일·영국 등 주요 국가의 법제를 비교한 결과 노란봉투법이 더 규제 강화적이라는 점도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비교 조사 대상국가 중에서 불법파업으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을 제한하는 입법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한다. 오히려 정당성 없는 파업에 참여한 근로자나 단체에 손해를 부담토록 규정하는 내용이 담겼다. 노란봉투법이 국제적 기준과 거꾸로 가고 있다는 얘기다.
노조법상 근로자 정의가 확대된 것 역시 재계가 문제 제기를 해온 사안이다. 임금근로자와 비임금근로자를 혼합하면 법체계의 정합성이 무너진다. 다른 국가들도 법령으로 노무 제공자 전부를 근로자로 인정하지 않는 이유다.
정부도 노란봉투법이 본격 시행될 경우 발생할 혼란을 일부 시인하고 있다. 이에 남은 기간 법 시행에 차질이 없도록 대비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정부의 준비 수위를 보면 해당 부처인 고용노동부 지침이나 매뉴얼로 해결하려는 듯하다. 그러나 지침에는 법적 구속력이 없다. 아무리 명확한 지침을 만들어도 노사 어느 한쪽이 반발하면 협상의 판을 뒤집고 곧장 법원으로 달려갈 것이다.
이에 법 시행까지 남은 기간 노란봉투법의 보완 작업을 밀도 있게 진행해야 할 것이다. 이미 국회를 통과한 법을 거스를 수는 없으니 남은 기간 최소한의 입법 정합성을 갖춰야 한다.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명확히 하고, 사용자 개념을 보다 구체화하며, 불법파업에 따른 손배 제한의 한계를 분명히 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지침이나 매뉴얼 수준에서 방안을 찾겠다는 소극적 마인드를 버리고, 필요하다면 과감하게 보완입법으로 법률적 효력을 부여해야 할 것이다.
물론 노조법 개정의 문제는 단순히 법률 개정만으로 해소되는 건 아니다. 노사뿐만 아니라 국민들의 인식 변화가 수반되지 않을 경우 사회적 갈등을 불러올 것이다. 법안 완성도를 높이는 동시에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작업이 동시에 진행돼야 한다. 부실 입법의 뒷감당을 기업과 국민에게 떠넘기는 사태가 벌어지지 않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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