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 지나니 30원 급락한 원화값...“10월 금리 인하 어렵다”
파이낸셜뉴스
2025.10.13 15:59
수정 : 2025.10.13 15:39기사원문
G2갈등에 심리적 저항선 붕괴
2거래일 장중 1430원 넘어서
구두개입에도 끈적한 환율 레벨
“원화 하방 압력에 금리 동결 전망”
13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달러당 1425.8원(오후 3시30분 기준)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4월 29일(1437.3원) 이후 5개월 14일 만에 최고 수준이다. 이날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전날보다 9원 오른 1430원에 개장한 뒤 장중 1434원까지 올랐다. 연휴 직전인 지난 2일에 장중 1399.5원까지 떨어진 점을 고려하면 열흘 만에 환율이 34원 넘게 급등한 것이다.
원·달러 환율이 심리적 저항선인 1400원을 뚫고 1430원까지 넘나들자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은 이날 “원화의 변동성이 확대되는 과정에서 시장의 쏠림 가능성 등에 경계감을 가지고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밝히며 공동 구두개입에 나섰다. 구두개입은 보유한 달러를 사고파는 실개입(직접개입)과는 다르게 시장에 개입하겠다는 메시지를 통해 환율 급등락을 줄이는 정책수단으로, 외환당국 구두개입은 중동 지역 정세 불안으로 환율이 1400원 부근까지 오른 지난해 4월 16일 이후 1년 6개월 만이다.
외환당국의 대응에도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이 1420원대 후반에 횡보하면서 원·달러 환율은 오후 거래 종가 기준으로 5거래일 연속 1400원을 상회하게 됐다. 특히 추석 연휴 직후인 지난 10일에도 장중 1432원을 기록하고 1거래일 만에 또다시 1430원대를 넘어서면서 최근 원화값 하락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이는 미국 연방정부 '셧다운'이 지난 1일(현지시간)부터 계속되면서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이 확대된 가운데 미·중 무역전쟁 우려가 겹치면서 위험회피 심리가 고조된 결과다. 중국의 희토류 수출통제 강화에 지난 1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중국에 100% 추가 관세를 다음달 1일부터 부과하겠다며 맞불을 놨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원화는 무역전쟁과 위험선호 위축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약세 부담이 커질 것"이라며 "원·달러 환율 상승을 방어해주던 증시 외국인 투심 순매도 전환도 환율 상승 부담을 키우는 요인"고 설명했다.
이날 새벽 미국과 중국이 정면충돌을 원치 않는다고 발표하며 시장의 우려는 다소 완화됐지만 외환시장의 불안감은 여전하다. 미국정부의 3500억달러 규모 현금 투자 압박이 해소되지 않은 가운데 이달 말로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에서 한국과 원화에 우호적인 협상이 타결될지도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권아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원화는 추석연휴 동안 일본 엔화와 동조화되며 큰 폭의 약세를 기록했다. 엔·달러 환율 상승 되돌림에도 미중 무역분쟁 우려가 고조되자 재차 상승 압력 확대됐다”면서 4·4분기 평균 환율 전망치를 기존 1350원에서 1380원으로 상향했다.
이에 오는 23일로 예정된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의 기준금리 결정은 '동결'로 무게추가 기울고 있다. 원론적으로 달러와 같은 기축통화가 아닌 원화 입장에서 기준금리가 미국보다 크게 낮아지면 더 높은 수익률을 좇아 외국인 투자자금이 한국에서 빠져나가고 원화 가치가 떨어질 위험이 커진다. 원화 약세는 수입물가에도 영향을 끼쳐 인플레이션을 부추기게 된다.
실제 지난해 10월 이후 시작된 금리 인하 기조에도 한은은 외환시장의 높은 변동성 등을 이유로 월평균 환율이 1400원 중반대를 기록한 지난 1월(1455.8원), 4월(1444.3원) 금통위에서 금리동결을 결정한 바 있다.
윤지호 BNP파리바 연구원은 “대내외 요인에 따른 고환율 등으로 10월 기준금리 인하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인식이 시장에 자리 잡은 상태”라며 “아직 연내 1회 인하가 가능하다는 전망이지만 그때까지 환율이 현재처럼 변동성이 크다면 인하 결정이 부담스러울 수 있다”고 말했다.
eastcold@fnnews.com 김동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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