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건 든 한덕수, 함께 살펴보는 장관들... '계엄의 밤' 대통령실 CCTV 법정 공개
파이낸셜뉴스
2025.10.13 19:39
수정 : 2025.10.13 19:38기사원문
韓 전총리 '내란방조' 2차 공판
1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이진관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한 전 총리의 2차 공판에서 내란·외환 특별검사팀(조은석 특검)은 대통령실 CCTV 약 32시간 분량 중 주요 장면을 선별해 재생했다. 영상에는 지난해 12월 3일 오후 8시부터 비상계엄이 선포된 직후인 11시 무렵까지 대통령실 대접견실 내부 모습이 담겼다.
영상에 따르면 이날 오후 8시 40분쯤 한 전 총리는 대통령 집무실에 들어가기 전 대접견실에서 김영호 전 통일부 장관과 대화를 나눴다. 특검은 이를 두고 이미 계엄 선포 계획을 인지한 정황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김 전 장관은 증인으로 출석해 "인사와 일반적인 대화를 나눈 것으로 기억된다"며 "비상계엄이라는 말은 대통령 집무실로 들어가서 대통령으로부터 처음 들었다"고 진술했다.
오후 9시 35분쯤 한 전 총리가 누군가에게 전화를 거는 장면도 등장했다. 특검은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에게 직접 독촉 전화를 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또 오후 10시 18분 윤석열 전 대통령이 국무위원들을 상대로 계엄 선포 취지를 설명할 때, 한 전 총리는 고개를 끄덕이며 별다른 반대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고 특검은 지적했다.
이어 계엄 선포 직후 한 전 총리와 이 전 장관이 단둘이 대접견실에 남아 16분간 문건을 주고받으며 대화하는 장면도 재생됐다. 이 전 장관이 웃는 모습이 포착되자 특검은 국회 봉쇄나 언론사 단전·단수 등 실행 논의를 한 것으로 판단했다. 계엄 해제 이후 한 전 총리가 강의구 전 대통령실 부속실장이 들고 온 결재판을 함께 살피는 모습도 있었다.
특검은 절차적 정당성을 보완하며 실질적으로 내란 행위를 도운 정황이라고 주장했다.
영상 재생 뒤 "국무총리인 피고인이 국민을 위해 어떤 조치를 취했나"라는 재판부의 질문에 한 전 총리는 "계엄 문제에 대해 반대했다"며 "좀 더 많은 국무위원이 모이면 반대할 것이라 생각했고, 의견들을 대통령 집무실에서 개별적으로 말씀드렸다"고 답했다.
scottchoi15@fnnews.com 최은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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