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광고 잠식 위기 나만의 콘텐츠가 살길"

파이낸셜뉴스       2025.10.13 19:59   수정 : 2025.10.13 19:59기사원문
최민영 돌고래유괴단 감독
1000만뷰 화제의 짐 빔 광고 제작
대혐오 시대에 위로 전하고 싶어
최근 AI 다루는 능력 중요해졌지만
'최초의 발상' 남에게 맡기면 안돼

"광고에서 '낙차(落差)'가 있으면 재밌잖아요. '럭키비키'로 긍정의 아이콘인 장원영씨와 '짜증 연기'로 부정의 아이콘인 박정민씨의 대비나, 극내향형인 엄태구씨가 '놀자아'하며 놀이터에서 뛰어다니는 모습도 여기에서 나왔습니다."

13일 서울 강남구 돌고래유괴단 사옥에서 만난 최민영 돌고래유괴단 감독(사진)의 말이다. 최 감독이 총괄한 글로벌 주류 브랜드 짐 빔 하이볼 캠페인 광고는 밝고 희망적인 '원영적 사고'와 현실적이고 냉소적인 '정민적 사고'의 대비를 통해 청춘들에게 위로와 공감을 전하는 내용으로 큰 인기를 얻었다.

동영상 플랫폼 유튜브에서 총합 650만 조회수를 달성했고, 짧은 동영상(숏폼)까지 합치면 1000만뷰 이상에 달한다. 짧은 영화나 드라마처럼 느껴지는 연출 방식이 몰입도를 높였다.

최 감독은 "광고 영상이 유튜브 '인급동(인기 급상승 동영상)'에 올라갔다는 점이 매우 고무적이었다"며 "대혐오의 시대에 묵묵히 열심히 살고 있는 서로를 이해하고 응원한다는 메시지를 담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최 감독의 다음 작품도 '동심'이라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 지난달 17일 공개된 구글플레이의 캠페인 광고 영상에서 내향적인 성격으로 알려진 배우 엄태구가 게임 속으로 들어가 동심을 찾는다는 내용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다. '광고답지 않은 광고'를 제작하는 돌고래유괴단에서 최 감독은 본인만의 스타일로 내러티브 역량을 펼치고 있는 중이다.

그는 "광고를 성공시키는 것이 첫 번째고, 그다음에는 나만의 색깔을 담으려 노력하고 있다"며 "시나리오를 쓰고 영화를 했던 경험에서 큰 도움을 받고 있다"고 했다.

최 감독은 돌고래유괴단에 재직하던 지난 2021년 연출작 '오토바이와 햄버거'로 청룡영화상에서 단편영화상을 수상하기도 했으며 현재는 장편 시나리오를 쓰고 있다.

최근 인공지능(AI) 기술의 급부상으로 광고·영상업계가 위기에 놓일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구글의 '비오(VEO)'나 오픈AI의 '소라(SORA)' 같은 최신 영상 AI들이 짧지만 퀄리티 높은 영상을 제작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의뢰받은 작업을 수행하는 광고업계 특성상 '고객의 말'을 표현해야 하기 때문에 AI가 이를 대체할 수 있다는 인식이다. 이에 대해 최 감독은 "이제 주체적인 자신만의 콘텐츠가 없으면 도태될 수밖에 없다"며 "자신의 것을 꾸준히 만들기 위해 시도하는 것이 중요하고, '나의 말'을 표현할 줄 아는 능력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AI 기술이 좋아질수록 창의력과 기획력 부문의 역량을 늘려야 한다는 것이 최 감독의 생각이다.
그는 "아직까지는 구체적인 주문이나 정밀한 부분을 AI가 구현하지 못하나 점점 더 발전하고 있다"며 "AI를 다루는 능력 역시 중요하나 자신만의 전문성과 역량을 기르는 것이 우선"이라고 조언했다. 이어 최 감독은 "사람의 창의성이 AI에 대체되기는 어렵다고 본다"며 "특히 창작에 있어 AI를 아이디어 발전 과정에는 사용할 수 있으나 최초의 발상은 맡기면 안 된다"고 덧붙였다. AI가 제공하는 수많은 레퍼런스를 참조하다 보면 창의성을 해칠 수 있다는 뜻이다.

wongood@fnnews.com 주원규 기자

Hot 포토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