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윤성 감독 첫 AI영화 '중간계' 직접 보니

파이낸셜뉴스       2025.10.14 00:02   수정 : 2025.10.14 10:53기사원문
변요한, 김강우 등 주연, 15일 개봉, 61분, 8000원







[파이낸셜뉴스] 위기에 놓인 한국 영화계가 새로운 돌파구를 찾기 위해 다양한 실험에 나섰다.

넷플릭스 드라마 ‘지옥’ ‘기생수’로 이름을 알린 연상호 감독이 지난 9월 11일 제작비 2억 원대의 상업영화 ‘얼굴’을 공개한 데 이어, 디즈니플러스 ‘카지노’ ‘파인: 촌뜨기들’의 강윤성 감독이 오는 15일 AI 기술을 활용한 첫 장편영화 ‘중간계’를 선보인다.

13일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첫 공개된 ‘중간계’는 강 감독의 전작처럼 다채로운 남성 캐릭터들이 중심을 이루는 범죄 드라마이자, 이승과 저승 사이의 세계 ‘중간계’를 배경으로 펼치는 판타지 액션물이다.

러닝타임은 일반 장편의 절반 수준인 61분으로, 속편 제작을 염두에 둔 구성이다.

이승과 저승의 경계, 중간계서 AI 영상 적극 활용


영화는 동남아시아에서 불법 자금으로 수천억 원을 축적한 젊은 재력가(양세종 분)가 국정원, 경찰, 범죄조직의 감시 속에 어머니의 장례를 치르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초반 20분간은 다양한 인물과 관계망을 차근히 풀어내며 배우들의 연기 앙상블이 빛난다. 이후 국정원 요원(변요한), 경찰(김강우), 여배우(방효린), 방송국 PD(임형준)가 납치된 재력가를 쫓던 중 교통사고를 당하고, 눈을 떠보니 이승과 저승의 경계인 ‘중간계’에 들어서면서 또 다른 추격전이 펼쳐진다.

이 지점부터 AI 영상이 본격적으로 등장한다. 주인공들은 범·돼지·원숭이 등 12지신의 얼굴을 한 저승사자들에게 쫓기며 지하철, 조계사, 광화문광장을 가로지른다. 이 과정에서 정체불명 존재와의 조우, 건물 붕괴, 크리처 액션 등 여러 장면이 AI와 CG 기술로 구현됐다.

크리처 디자인이나 합성 영상에서 인공적인 흔적은 뚜렷하다. AI 영상의 제한된 색감, 실사와의 질감 차이, 크리처 액션 연기의 어색함 등은 기술적 완성도 면에서 개선의 여지가 크다. 하지만 첫 시도라는 한계를 감안하면 서사 전개 자체는 큰 무리 없이 따라갈 만하다.

핵심은 영화적 재미다. 강윤성 감독의 말처럼, AI는 CG처럼 또 하나의 제작 도구일 뿐이다. 도구의 혁신보다 중요한 것은 영화가 얼마나 관객을 몰입시키느냐는 점이다.

그는 “액션 추격 블록버스터로 기획했다”며 “처음부터 끝까지 롤러코스터를 태운다는 기분으로, 중간계의 비주얼과 스토리의 긴박감을 유지하고자 했다. 관객이 손에 땀을 쥐길 바랐다”고 말했다.

이러한 목표에서 본다면 영화는 절반은 성공이다. 일단 충무로 첫 AI영화인데, 궁금해서 안볼 수 없다. AI기술에 대한 배우들의 관심도도 확연한 게 스타급 배우들이 붙었다. 이들의 앙상블이 초반 서사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중간중간 AI 기술의 활용 방식을 관찰하는 재미도 있다. 저승사자 캐릭터가 동물의 생김새만 달리하며 반복되는 것은 지루하나, 알록달록 사대천왕이 주성치 영화에서 볼법한 염라대왕 캐릭터와 대결을 펼치는 장면은 색다르다. 이 때문에 한 영화 내에 여러 장르가 오간다는 인상을 준다.

중간계 파트에서는 크리처 액션에 비중을 두다 보니 주인공들의 역할 역시 제한적이다. 질겁하며 소리 지르고 도망치는 장면이 반복돼 긴장감이 점차 희석된다. 결론이 나지 않고 속편을 예고한 점도 호불호가 나뉠 수 있는 지점이다.

‘중간계’는 제작비와 촬영 기간이 많이 소요되는 장면을 AI 기술로 대체하며 효율성을 추구한 프로젝트다. 덕분에 기존에는 쉽게 도전하기 어려웠던 장르 영화를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구현할 수 있었지만, 기술적 한계를 드러냈다. AI 활용이 최대한 드러나지 않는 장르를 택해 영화적 몰입도와 재미를 높였다면 흥행 가능성은 더 커졌을 것이다. 이 작품은 일종의 반대 전략을 택한 셈이다. 변요한은 이날 "제한된 일정과 제작비 안에서 모두가 최선을 다했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흥행 결과를 떠나서, ‘중간계’는 한국 영화계가 AI 기술을 활용해 어떤 실험을 이어갈 수 있을지 가늠하게 하는 흥미로운 시도임에는 틀림없다. 관객의 반응과 흥행 성적, 그리고 향후 산업적 파급효과에 귀추가 주목된다.

강윤성 감독, 시리즈형 영화로 계획


강윤성 감독은 이날 언론시사회 후 기자간담회에서 "이미 2편 시나리오를 완성했고 시리즈형 영화로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드라마 ‘파인’을 촬영할 때 AI 영화를 보며, 앞으로 영상 산업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 생각했다"고 돌이켰다. "프리 프로덕션 단계에서 선(先)비주얼 작업을 해보니, 당시엔 아직 한계가 느껴졌다. 그런데 촬영이 진행되는 동안 AI 기술이 눈에 띄게 발전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운 기술이 등장해서, 발전 속도를 따라잡기 어려울 정도였다"고 짚었다.

초반엔 AI 영상이 실사와 잘 섞이지 않았는데, 촬영 중 AI 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해 최신 버전으로 교체하며 완성도를 높였다. 그는 “시각효과(VFX)로 처리하면 폭파 장면 하나에 4~5일이 걸리는데, AI를 활용하니 한두 시간 만에 끝났다”며 “정확한 절감액은 모르지만 시간·비용 면에서 효율이 컸다”고 설명했다.


강 감독은 또 "AI는 머지않아 영화 산업 현장 곳곳에서 아주 적극적으로 활용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AI는 매우 유용한 도구이고, 영화 산업 현장에 적극적으로 사용되는 날이 머지않았다. 영상 산업이 어려운 시기에, AI가 더 많은 창작자들이 작품을 만들 수 있는 길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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