쪽방주민 퇴거 없이 재개발… 속도 대신 ‘약자와 동행’ 실천
파이낸셜뉴스
2025.10.14 18:33
수정 : 2025.10.14 18:32기사원문
남대문쪽방촌 주민 ‘해든집’ 이주
상담소·자활센터 품은 임대주택
‘민간 주도 순환정비’ 첫 사례로
영등포쪽방촌도 이주 먼저 진행
吳 시장 "소외이웃 없는 서울로"
서울시는 14일 남대문 일대 쪽방 밀집 지역 주민 142세대가 새롭게 조성된 공공임대주택 '해든집'으로 이주를 완료했다고 밝혔다.
이날 '해든집'을 방문한 오세훈 서울시장은 "해든집은 강제 퇴거 없는 약자와의 동행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주거 공간으로 민관의 적극적 협력으로 주거취약계층에게 안정적인 삶의 기반을 제공한 모델"이라며 "도시의 성장 속에서도 소외되는 이웃이 없도록, 누구에게나 따뜻한 보금자리가 있는 서울을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
이 사업은 기존 노후 쪽방촌을 전면 철거하기 전에 먼저 임대주택을 마련하고 주민 이주를 진행한 뒤 철거를 추진하는 '민간 주도 순환정비'의 첫 사례다. 일반적으로 추가 비용이 발생하고 정비기간이 길어져 선호되지 않는 방식이다.
서울시는 "쪽방 밀집 지역과 거주민의 특수성을 감안해 자치구, 사업시행자, 전문가 등과 논의해 쪽방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하며 개발하는 방안을 이끌어냈다"고 설명했다. 특히 "선 이주 후 개발 모델로 '약자와의 동행'을 실천한 모델"이라고 강조했다.
'해든집'은 '해가 드는 집, 희망이 스며드는 집'이라는 의미로, 지난 2021년 12월 정비계획 결정 후 기부채납을 받아 4년 만에 준공된 임대주택이다. 지상 18층, 지하 3층 규모의 복합건물로 이 중 지상 6~18층은 임대주택으로 사용되며, 나머지 층은 남대문쪽방상담소, 자활센터 공동작업장, 빨래방 등 입주민 자립을 지원하는 시설로 구성됐다.
정재엽 서울시 자활지원팀장은 "지난 9월 11일 재개발지역의 170여세대 가운데 142세대가 이주를 완료했다"며 "요양병원에 입주하거나 사망한 분, 자의로 거절 의사를 표한 거주민을 제외하면 모든 거주민이 퇴거 없이 새 집을 찾았다"고 말했다.
현재 영등포쪽방촌도 남대문쪽방촌과 유사한 순환개발 방식으로 정비를 진행 중이다. 영등포쪽방촌 주민들은 현재 거주지역 내 임대주택이 공급되면 이주할 예정이다. LH, SH 등 사업시행자가 토지보상 절차를 진행 중이다. 서울시는 해든집 주민의 생활 변화 등에 대한 연구 용역을 추진해, 결과를 바탕으로 타지역 쪽방 밀집 지역 주민들의 안정적인 주거환경 조성과 기반 마련에 활용할 계획이다.
chlee1@fnnews.com 이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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