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 성장하려면 시장 개방·반독점 유지해야"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들 한목소리

파이낸셜뉴스       2025.10.14 19:04   수정 : 2025.10.14 19:03기사원문
모키어·하윗 교수 기자간담회
한국의 약점은 "저출산" 지적도
한미협상 관련 "새 시장 발굴 중요"

【파이낸셜뉴스 뉴욕=이병철 특파원】 올해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경제학자들은 한국의 미래 성장 조건으로 '개방성과 경쟁, 반독점 규제'를 꼽았다. 이들은 한국은 혁신을 통해 이미 세계 경제사적으로 빈국에서 선진국으로 성장한 국가라는 데는 의견을 같이했다.

올해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세 명 중 두 명인 조엘 모키어 노스웨스턴대 교수와 피터 하윗 브라운대 교수는 13일(현지시간) 각각 노벨상 수상을 기념한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이들은 올해 기술혁신이 어떻게 경제성장의 원동력이 되는지를 이론과 역사적 연구를 통해 규명한 공로로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했다.

■AI는 인간 능력의 확장 도구

모키어 교수는 "한국 경제의 미래를 걱정하지 않는다"며 "지금처럼 개방하고 세계 최고의 기술과 연결돼 있으면 된다. 많은 나라들이 한국과 자리를 바꾸고 싶어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국은 1950년대 낮은 소득 수준에서 오늘날 부유한 나라로 성장했다"며 "한국산 자동차는 세계적 기술력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평가했다.

다만 한국의 저출산 문제는 한국의 약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은 지구상에서 가장 낮은 출산율 중 하나를 기록하고 있다"며 "이것이 사회의 선택일 수는 있지만, 출산율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그는 "한국이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 개방하고 세계 최고의 기술을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윗 교수는 반독점 규제와 경쟁 정책이 지속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과 한국 같이 이미 경제적으로 성공한 나라는 강력한 경쟁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윗 교수는 "기존 기업들이 새로운 혁신을 가로막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미국에서도 최근 몇 년간 여러 산업에서 규제 없는 독점권력이 너무 커졌고, 그것은 혁신과 성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그는 또 최근 한미 무역협상과 관련한 질문에 대해서는 "어떤 교역국이 비우호적으로 변하면 다른 교역 파트너를 더 적극적으로 찾아야 한다"며 "전 세계에 많은 파트너(시장)들이 있다"고 답했다. 혁신과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새로운 시장 발굴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AI, 일자리 대체 아닌 강화의 길로

최근 기술혁신의 정점에 있는 인공지능(AI)과 관련해서도 비슷한 견해를 보였다. 두 교수 모두 AI가 인간을 대체할 수 있는 영역이 생기며, 이를 사회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다만 AI가 인간을 뛰어넘는 것이 아닌 인간의 능력을 확장시키는 도구라는 입장이다.

하윗 교수는 "AI는 놀라운 가능성을 가진 기술이지만 동시에 많은 일자리를 대체할 잠재력도 가지고 있다"며 "문제는 너무 많은 패자(losers)를 만들어내면 그들이 기술진보 자체를 막게 된다"고 설명했다. 시장만으로는 이 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수 없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이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윗 교수는 "결국 기술혁신이 노동을 대체하는 것이 아닌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모키어 교수 역시 AI는 일부 일자리는 없애지만 새롭게 창의적인 일자리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예견했다. 그는 "현미경과 망원경처럼 AI도 새로운 통찰을 가능하게 하는 연구 도구이며, 인류를 위협하지 않는다"며 "AI는 정보 집합체일 뿐 그 안에는 직관, 주도성, 야망 같은 인간의 지능적 요소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기계는 인간을 대체할 수 없고 대신 인간을 더 흥미롭고 도전적인 일로 이동시킨다"고 강조했다.

한편 스웨덴 왕립과학원은 이날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로 모키어, 하윗 교수 외에 필리프 아기옹 교수를 선정했다. 왕립과학원은 "올해 경제학상 수상자들은 혁신이 어떻게 더 큰 진보를 위한 원동력을 제공하는지 설명했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pride@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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