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승부수와 국가적 도박

파이낸셜뉴스       2025.10.15 18:40   수정 : 2025.10.15 18:40기사원문
절대적 존재감 드러내는 AI
AI 달고 비상 준비 끝낸 중국
우리 목 조이며 생존공간 위협
韓 추락하는 노동생산성 방어
국가적 역량 모아 총력전 펴야
李대통령 리더십과 결단 필요



수도권 한 대학이 발빠르게 코딩 관련 학과들을 만들어 입시에서 반향을 일으키면서, 좋은 신입생들을 확보했다는 평가를 받았던 것이 몇 년 전 일이다. 코딩을 모르면 도태되고 생존하기 어려울 것 같은 분위기가 황사처럼 교육계와 사회를 휩쓸 때였다.

해당 대학에서 교편을 잡아온 지인에게 최근 상황을 물어봤더니 "장밋빛 전망 속에 입학했던 학생들이 막상 졸업할 때가 되니 갈 곳이 없었다"는 한숨 섞인 대답이 돌아왔다.

그새 인공지능(AI)이 광범위하게 활용되면서, 대학이 학생들에게 교육했던 그런 수준과 내용의 코딩은 쓸모없게 된 탓이었다.

소프트웨어공학을 전공한 한 젊은이에게 사회에 나오니 전공이 쓸모 있었는지, 다시 선택을 한다면 어떤 길을 선택할 것인지를 묻자 그는 서슴지 않고 "기계 등 기초공학 분야를 선택하든지, 아예 의대를 가겠다"고 답했다. 시대 변화에 흔들리지 않는 그런 전공과 직업을 택하고 싶다는 태도로 들렸다. 그는 "주변 젊은 프로그래머와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이 대거 일자리를 잃고 있다. AI에 대체되고 있다"고 전했다.

한 치 앞도 내다보기 어려운 주식 시장에서도 AI의 존재감은 절대적이다. 상승장은 AI 혁명을 이끄는 빅테크들에 쏠리는 자금과 기대로 가능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일방주의와 관세폭탄 등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도 AI 열기는 꺾지 못했다. 외국어 번역부터 전통 제조업의 생산 현장, 크고 작은 세상사의 해법들이 AI를 통해 이뤄지는 AI 혁명의 파고는 빠르고 거세게 일상 속으로 파고들었다. 중국은 일부 민사사건 1심 판결 등에서 AI를 활용하고 있다. AI는 사회와 생산구조의 틀을 송두리째 흔들어대면서 지구촌에서 달라진 삶의 조건을 만들어내고 있다. 시대의 격류에 어떻게 적응해야 할지 개인으로서는 갈수록 난감하다.

국가 역시 생존까지 걱정해야 할 처지이다. AI를 달고 더 빨리 날 준비를 갖춘 중국의 첨단 제조업은 우리의 목을 더 조이면서 생존공간을 더 좁혔다. "중국의 AI 응용이 믿기 어려울 정도로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며 혀를 차는 엔디비아 젠슨 황의 말은 의미심장하다. "전 세계 AI 연구자 절반, 기술 시장의 30%를 차지하는 중국은 미국과의 격차도 크지 않다. 오픈소스 모델은 미국을 훨씬 추월했다"는 그의 지난 8일 CNBC 인터뷰는 미래 전략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

올 초 저비용 딥시크-R1 모델로 고비용 미국 빅테크들에 충격을 줬던 중국은 전통 제조업에 AI를 접목시켜 생산성을 높이겠다는 AI+를 착착 실행하면서 휴머노이드와 AI의 결합까지 고도화하고 있다. 2027년까지 국민의 70%가 AI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면서 2700억위안(약 52조9000억원)을 들여 안후이성 우후시에 중국판 스타게이트로 불리는 AI 데이터센터도 구축하고 있다. 우리는 개별 기업들이 각각의 해당 사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국가적으로 구체적인 실천계획과 실제적인 이행은 아직 잘 보이지 않는다. AI 패권 경쟁을 향한 미중 등 주요국들의 사활적 경주에 끼어들지 못한 방관자일 뿐이다.

미국의 헤게모니를 뒤엎겠다는 중국은 AI를 게임체인저로 보고 범국가적 총력전을 계획적이고 지속적으로 펼쳐왔다. 2017년 '차세대 AI 발전계획'에서 2030년 AI 최강국 자리를 겨냥했고, 2027년까지 인구의 70%가 AI 활용을 목표로 삼았다.

지난달 말 한 모임에서 이한주 민주연구원 원장은 "새로운 생산력을 위한 국가적인 도박이 절실한 때이고, 그것은 AI"라고 강조했다. 미래 먹거리와 성장동력을 위해 국가 역량을 AI에 집중할 때라는 것이다. 국가적 도박이란 표현을 쓸 정도로 다급하고 절박하다는 의미이다. 성장률 0%대로 곤두박질한 한국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으로 더 떨어질 수 있다는 일부 우려와 맥을 같이한다.

대외적 변수의 격랑 속에서 이를 돌파하기 위해서는 AI라는 탈출구에 승부수를 걸어야 한다는 고민이다. 추락하는 노동생산성을 어떻게 끌어올릴 수 있을까. 산업화 시대의 틀과 사고방식으로는 돌파구가 없다.


변혁과 혁신을 가로막는 관료와 독과점적 기업 행태 등에 대한 근본적인 수술과 변혁도 절실하다. 계획, 인력, 자금지원, 대외협력 등 전방위적 생태계를 구축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이끌어낸 정부로 기억될 수 있을까. 국가적 역량을 모을 대통령의 리더십과 정치적 결단이 절실하다. 우리에게 더 이상 잃어버릴 시간이 없다.

june@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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