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 품격

파이낸셜뉴스       2025.10.15 18:44   수정 : 2025.10.15 18:44기사원문

'고성, 파행, 충돌.'

과거부터, 또 지금까지 언제나 국회에 따라붙는 단어들이다. 국민의 삶에 밀접한 영향을 미치는 민생법안보다 서로 정쟁만을 앞세우는 국회는 우리에게 그다지 낯선 풍경은 아니다. 하지만 여야가 맞붙을 때마다 본회의장은 전쟁터가 되고, 결국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간다는 점이 문제다.

이번 정기국회도 크게 다르지 않다. 여야 모두 서로를 겨냥해 목소리를 높이지만 정작 국민의 삶을 살피고 개선하는 입법은 뒷전이다. 정쟁의 불씨는 매번 새롭게 타오르고, 민생의 불빛은 그사이 점점 희미해진다.

국회가 정쟁에 빠져 있는 기간이 길수록 국민의 삶도 함께 무너진다.

국회의 품격은 절차를 지키고 약속을 지키며, 국민이 위임한 권한을 책임 있게 행사하는 태도다. 그러나 요즘에도 국회는 상대를 이기기 위한 정치적 기술만 남았다. 여야 모두 '이기는 정당'보다 '신뢰받는 국회'를 만드는 데에는 큰 관심이 없어 보인다.

앞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민생경제협의체를 가동키로 합의하고 첫 회의를 열기로 했지만 좌초됐다. 민주당이 검찰청 폐지를 핵심으로 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 등을 단독 처리하면서 여야 간 다시 갈등이 증폭됐기 때문이다. 이후 국민의힘이 모든 법안에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하겠다고 나서면서 정국은 더욱 경색됐다.

다행히도 지난 13일 우원식 국회의장 주재로 여야 원내 지도부가 만나 신경전 끝에 합의점을 찾고 오는 26일 본회의를 열기로 했다. 통상 국감 기간에는 본회의를 열지 않는 게 관례이지만, 민생법안 심의가 시급한 만큼 일요일에 본회의를 열기로 한 것이다.

이날 여야는 합의한 70개 법안을 상정해 처리할 것으로 보인다.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 방지법'을 비롯해 보증금 대신 관리비 꼼수인상 방지, 취약지역 어린이집 지원 등의 법안이 국회 문턱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멈췄던 국회 시계가 다시 돌아가려 한다. 국민은 손에 잡히는 민생을 원한다. 이번만큼은 대립보다 협력, 명분보다 민생이 앞서길 바란다. 정쟁의 불씨를 잠시 내려놓고, 민생경제의 불빛을 다시 켜야 할 때다.


국회가 품격을 되찾는 길은 거창하지 않다. 싸울 땐 싸우더라도 서로를 향한 맹목적인 공격은 잠시 멈추고, 국민을 향한 걸음을 다시 내딛는 일이다. 이번 본회의가 협치와 민생의 출발점이 되길 바란다.

cjk@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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