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고액 '20억 지급' 판결 이혼 소송 위자료 현실화 되나

파이낸셜뉴스       2025.10.19 18:50   수정 : 2025.10.19 18:49기사원문
과실 명백한 경우 실질적 배상
최-노 판결서 1억 상한선 깨져

대법원이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 소송에서 20억원 위자료 지급 하급심 판단을 유지하면서 다른 재판에도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위자료 액수가 역대 최고 수준인 만큼, 통상 1억원 밑에 머물던 관행에도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지난 16일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소송 상고심에서 "위자료 액수 산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재량의 한계를 일탈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며 상고를 기각했다.

이로써 지난해 5월 서울고법이 인정한 20억원의 위자료 판결이 그대로 확정됐다.

2심은 1심이 인정한 1억원 위자료보다 20배 높은 금액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최 회장이 장기간 외도를 이어온 점, 혼인 관계가 법적으로 종료되지 않은 상태에서 혼외 자녀의 존재를 공개하고 노 관장을 공개 비난한 점 등을 종합 고려했다. 그러면서 "우리 헌법이 특별히 보호하는 혼인의 순결과 일부일처제도에 대한 전혀 존중하지 않는 태도로 배우자의 권리를 현저하게 침해했다"고 지적했다.

다만 대법원은 재산분할액 1조3808억원에 대해서는 다시 심리하라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판결을 계기로 '1억원 상한'으로 굳어진 위자료 관행이 바뀔 가능성에 주목한다. 유책 배우자의 명백한 과실이 드러난 경우, 그 책임을 보다 실질적으로 반영할 근거가 마련됐다는 점에서다.

지난해 11월 진실화해위원회 소속 이은경 연구위원은 해당 2심 판결을 분석한 논문을 통해 "일반 유책배우자의 1억 위자료 상한을 뛰어넘은 20억 위자료 인정은 유책배우자의 유책성을 충분히 반영해 상대방 배우자에게 실질적인 손해배상이 이뤄지도록 하라는 전원합의체 판결 취지에 부응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위자료 수준이 이제야 현실화되는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부정행위에 따른 위자료는 물가상승률 등을 감안하면 꾸준히 인상되는 것이 타당하지만, 실제로는 1억원을 넘기기 어려웠다. 김동원 의정부지법 고양지원 판사는 2023년 논문에서 2011~2021년 이혼 및 위자료 소송 수백 건 판결문을 분석한 결과, 위자료가 대부분 5000만원~1억원 수준에 그쳤다고 밝혔다. 그는 교통사고 사망자 위자료가 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꾸준히 증액된 점을 들면서 "부정행위에 따른 위자료의 액수만 실질적으로 감소할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 통계에서도 위자료 청구 규모는 커지고 있다. 사법연감에 따르면 유책 배우자를 상대로 한 위자료·손해배상 청구가 포함된 '가사다류사건'은 2023년 5915건에서 2024년 6487건으로 늘었다.
이 가운데 청구액 1억원을 넘는 사건은 같은 기간 755건에서 794건으로 증가했다. 다만 지난 9월부터 이달까지 선고된 이혼 사건의 10여건의 판결문을 살펴본 결과 인용된 위자료 액수는 대부분 1500만~3000만원 수준이었다. 실제 법원 판결로 늘어난 위자료 청구액이 인용될지는 향후 지켜봐야 할 것으로 법조계는 내다봤다.

scottchoi15@fnnews.com 최은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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