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수의 '문화차이의 경영인류학'
파이낸셜뉴스
2025.10.23 10:45
수정 : 2025.10.23 09:10기사원문
지난 2024년 4월부터 올해 4월까지 1년여간 ‘인류학자 전경수의 세상속으로’라는 제목의 시리즈를 본지에 장기 연재했던 전경수 서울대 인류학과 명예교수(76· 사진)가 신간 '문화차이의 경영인류학'(소명출판)을 펴냈다.
우선 첫번째는 한국 기업의 해외 진출과 그 적응 과정을 논구하기 위해 경영학자는 물론, 사회학자와 인류학자 등 다방면의 연구자들이 머리를 맞댔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학자들이 상아탑에 안주하지 않고 현장으로 나가 기업과 함께 뛰며 연구 과제에 천착했다는 점이다.
기업경영의 국제화와 문화간 커뮤니케이션 문제를 다룬 제1장에서부터 중국(2장), 베트남(3~4장), 인도네시아(5장), 멕시코(6장)까지 각국의 당시 현황과 특수성을 면밀하게 관찰·분석한 리포트에서 각 분야 전문가 및 연구자들의 피, 땀, 눈물이 느껴지는 이유다.
그리고 또 하나, 우리의 기업이 이역만리 타국에 나가 외화벌이를 했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이 땅에 들어와 삶의 터전을 마련하고 우리의 이웃이 되어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놓치지 않고 있다는 점도 이 책의 통찰력과 탁월성을 보여준다.
20여년 전 현장 연구를 총괄 지휘하고 새로 생긴 이슈들을 추가해 이번에 한 권의 책으로 엮어낸 전경수 교수는 이 책의 결론이나 다름없는 종장(終章)에서 '공생(commensalism)'을 제안한다. "결국 중요한 것은 한국 기업의 경영 관행을 현지에 이식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회의 문화적 특수성을 고려한 새로운 경영 문화를 정립하는 것"이라면서다.
또 경영학의 목표가 '관리(management)'를 넘어 '공생'으로 나아가야 한다고도 주장한다. 저자에 따르면 공생이란 다름을 전제하고, 다른 것들끼리 만나서 함께 살아보자는 것이다. 그런 태도가 전제돼야 이번 연구가 빠질 수 있는 식민주의(colonialism)의 함정에서도 벗어날 수 있다면서다.
"관리의 틀로부터 벗어날 때 경영학에 미래가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과거 지향의 관리에 목적을 두는 한 경영학은 미래 비전을 만들어낼 수 없다. 인류학과 손을 맞잡은 경영학의 미래 공생, 이것이 사람을 위한 경영학이라고 나는 믿는다."
jsm64@fnnews.com 정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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