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신미약’ 이유로 사직 철회한 조합원…법원 “자진퇴사”
파이낸셜뉴스
2025.10.20 10:07
수정 : 2025.10.20 10:07기사원문
사직서 제출 3시간 뒤 ‘철회’ 주장...실업급여 등 논의만
극심한 스트레스 받아 심신미약...“인정할 근거 없어”
[파이낸셜뉴스] 사직서를 냈다가 “심신미약 상태였다”며 이를 철회하려던 고참 직원에게 법원이 자진퇴사를 한 것이라는 판단을 내렸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강재원 부장판사)는 지난달 11일 협동조합 직원 A씨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부당해고 구제 재심판정 취소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그는 새 지점에 첫 출근한 다음 날 응급실에 입원했고, 이후 10일간 휴가를 사용했다. A씨는 다시 출근한 날 20분 만에 지점장을 만나 자필로 사직서를 제출했다. 사직서는 본점에 전달됐고, 조합은 이튿날 이를 근거로 해직 처리했다.
하지만 A씨는 사직서 제출 약 3시간 뒤 지점장에게 “온전한 정신이 아니었다”며 사직 의사를 철회하고 휴직을 요청했다. 이후 그는 “조합이 근로관계를 일방적으로 종료해 부당해고를 당했다”며 경남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냈지만, “해고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기각됐다. 중앙노동위원회 역시 재심에서 같은 결정을 내렸다.
이에 불복한 A씨는 중노위의 재심판정을 취소해 달라며 행정소송을 제기했으나, 법원 판단도 달라지지 않았다.
A씨는 조합장의 지속적인 괴롭힘으로 부당 전보되는 등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아 응급실에 실려 갔고, 지점장의 독촉으로 출근한 뒤 불안과 심신미약 상태에서 사직서를 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A씨와 조합의 근로관계는 사직 의사가 조합에 수리됨으로써 종료된 것”이라며 “조합이 A씨를 해고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사직서 제출 당시 A씨가 심신미약 상태였다는 객관적 근거도 부족하다고 봤다. 또 인사담당자와 지점장과의 통화 및 메시지 내용을 볼 때 명확한 철회 의사 표시로 보기 어렵다며 “사직서 제출 당일 점심 무렵 철회했다”는 A씨의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실제 A씨는 같은 날 점심 무렵 인사담당자와 진단서 및 실업급여 관련 연락을 주고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A씨는 사직서를 제출하고 며칠 뒤 남편이 지점장을 찾아가 A씨 상태를 설명했고, 지점장이 사직처리를 취소하겠다고 했다고 주장하기도 했지만, 이 역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인사담당자가 다음 날 A씨에게 전화로 퇴직처리 사실을 통보한 점을 고려하면 사직의사가 수리된 것으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scottchoi15@fnnews.com 최은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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