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버려지는 옷 없게 '순환 고리' 만들 것"
파이낸셜뉴스
2025.10.20 18:39
수정 : 2025.10.20 18:38기사원문
한강진 그린루프 대표
순환율 10%… 대부분 행방 몰라
헌옷 배출 과정 디지털 전환 나서
IoT 스마트 수거함 곳곳에 설치
단순 수거 넘어 재유통으로 확장
"옷은 플라스틱과 달리 별도의 공정처리 없이도 바로 재사용할 수 있는 가장 즉각적인 환경운동이다."
패션 산업은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의 약 10%를 차지하지만, 정작 의류 폐기물은 플라스틱이나 캔처럼 정교한 재활용 체계조차 갖추지 못했다. 의류는 분리배출 대상에서조차 뚜렷이 다뤄지지 않으며, 많은 양이 일반 쓰레기와 함께 매립지로 향한다.
한 대표가 이 문제에 주목하게 된 계기는 일상 속에서였다. 20일 한 대표는 "직장 다닐 때 출근길마다 마주치던 환경미화원들의 수거 현장이 언제나 쓰레기봉투 속 의류들로 가득 차 있었다"며 "특히 빌라 밀집지역은 관리 주체가 불분명하고 수거 인프라도 미비해 재활용 가능한 옷들이 전량 폐기되는 경우가 많았다"며 창업을 결심한 이유를 설명했다.
그린루프(Greenloop)라는 이름에는 '친환경적인 순환의 고리'라는 뜻이 담겨 있다. 기존의 '생산-소비-폐기' 구조를 넘어 한 차례 사용된 옷이 다시 순환해 가치를 회복하는 '지속 가능한 고리'를 완성하겠다는 비전이다. 그린루프는 사물인터넷(IoT) 기반의 스마트 의류수거 시스템을 개발해 '페이옷' 서비스를 세종시 일대와 현대백화점 아울렛, 현대건설 THE H 대치점 등 다양한 거점에서 운영 중이다. 수거된 의류를 선별한 후 재사용 가능한 것은 라이브커머스를 통해 재판매하고, 업사이클링 연구도 병행하고 있다.
국내 의류 폐기물의 순환율은 전체 배출량의 5~10%에 불과하다. 그마저도 명확한 통계가 존재하지 않는다. 그는 "깡통형 수거함에 모인 옷들은 누군가의 손을 거쳐 사라지거나, 비공식 경로로 판매되는 경우가 많다"며 "결국 얼마나, 어디서, 어떤 옷이 버려지는지조차 모르는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의류 재활용은 기술적으로 '배출-수거-운반-선별' 단계가 각각 다른 주체에 의해 이뤄지고, 대부분이 영세업체라 데이터화가 전혀 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여기에 초기 창업비용, 인허가 절차, 시설유지비 등 높은 고정비 구조가 더해지면서 의류 폐기물 분야는 스타트업이 진입하기 어려운 시장이 됐다. 이 분야에 대한 정책적 관심과 투자 생태계가 특히 중요하다는 것이다.
제도의 한계도 뚜렷하다. 현재 많은 지자체에서 빌라나 원룸촌 인근에 설치된 의류 수거함이 '미관 저해'나 '통행 불편' 등을 이유로 철거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과거보다 옷을 훨씬 많이 소비하지만, 올바른 절차로 배출할 수 있는 거점은 오히려 줄고 있다"며 "특히 소량 배출하려는 시민에게는 문턱이 높은 만큼 상시로 이용 가능한 공공수거 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대표의 포부는 폐의류 배출과 유통을 잇는 디지털 전환 선도기업이 되겠다는 것이다. 그는 "현재는 배출 과정만 담고 있지만 수거 이후의 분류, 재유통, 재사용, 그리고 다시 수거되는 사이클을 만들어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겠다"면서 "최종적으로는 데이터 기반 순환경제의 중심에 서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aber@fnnews.com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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