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원전정책 가늠자’… 고리 2호기 가동 연장하나

파이낸셜뉴스       2025.10.21 18:05   수정 : 2025.10.21 18:04기사원문
원안위, 23일 계속운전 여부 심사
2029년까지 허가 만료 원전 10기
"전력수급 안정" 산업계 연장 찬성
"안전성 검토 부족" 환경단체 소송



고리원자력발전소 2호기(이하 고리 2호기)의 계속운전(수명 연장) 허가 심사가 재개되면서 논란이 다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40년 설계 수명을 마친 고리 2호기는 현재 가동이 중단된 상태지만, 계속운전이 허가될 경우 향후 10년간 전력 공급에 기여하게 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기존 원전에 대해 "안전성이 확보되면 계속 가동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는 가운데, 고리 2호기의 계속운전 여부가 현 정부의 원전 정책 방향을 가늠하는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시험대에 오른 고리 2호기 계속운전

21일 원자력업계에 따르면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오는 23일 회의에서 '사고관리계획서 승인안'과 '계속운전 허가안' 을 동시에 심의·의결할 예정이다.

고리 2호기는 1983년 4월 9일 상업운전을 시작해 설계수명 40년을 맞아 2023년 4월 8일 가동을 중단한 가압경수로형 원전이다. 한국수력원자력은 고리 2호기의 설계수명이 종료되기 전인 2022년 4월 '주기적 안전성 평가(PSR)'를 제출했고, 2023년 3월에는 운영 변경 허가 신청을 완료했다.

이와 함께 2019년 6월 '사고관리계획서'를 제출해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으로부터 심사를 받아왔다.

앞서 원안위는 지난 9월 25일 회의를 통해 고리 2호기 계속운전 허가 여부 및 사고관리계획서 승인을 심의했으나, 의결이 이뤄지지 않고 심사가 이달 23일로 연기됐다. 자료 보완 및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고리 2호기의 계속운전 여부는 단순히 한 개 원전의 문제가 아니라, 앞으로 계속운전 허가를 앞둔 다른 원전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고리 2호기 이외에도 설계 수명이 만료됐거나 만료 예정인 국내 원전이 약 10기 있으며, 이 중 고리 2호기가 첫 번째 심사 대상이기 때문이다.

만약 고리 2호기의 계속운전이 불허되면 나머지 9기의 허가 여부도 불확실해질 전망이다.

이 대통령이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신규 원전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히면서도, 기존 원전은 '합리적 에너지 믹스'(energy mix) 차원에서 계속 활용하겠다고 언급한 만큼, 고리 2호기의 수명 연장은 비교적 순조로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안전 vs 경제성, 법정 공방으로 번지나

정부와 산업계가 고리 2호기의 계속운전을 주장하는 이유는 경제성 때문이다. 원전은 석탄화력발전과 더불어 365일 24시간 안정적 발전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기저 전력의 역할을 해왔고, 이는 전력 수급 안정에 크게 기여해왔다.

특히 인공지능(AI) 산업이 대규모 전력을 소비하고, 정부가 탄소중립을 위해 석탄화력발전을 단계적으로 폐쇄할 계획인 점을 감안하면, 원전의 기저 전력 역할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원자력은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화석연료의 1~2% 수준에 불과한 저탄소 에너지원으로, 고리 2호기의 계속운전은 대규모의 안정적 무탄소 전력을 공급함으로써 화력 발전을 대체하고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달성에 기여할 수 있다.

또한 LNG 등 화석연료 대비 발전 단가가 낮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반면 탈핵단체들은 고리 2호기 계속운전에 강하게 반발하며 소송전까지 불사하는 모습이다.


탈핵부산시민연대와 환경운동연합은 20일 서울행정법원에 '고리 2호기 계속운전 허가안 심의·의결 회의 소집행위 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시민단체들은 "고리 2호기는 심사 과정에서 절차적 위법성과 안전성 검토 미비, 주민 의견 반영 부족 등 중대한 문제가 지속적으로 지적돼 왔다"며 "특히 사고관리계획서 미심사와 중대사고 평가 누락에도 심의를 강행하는 것은 원안위가 스스로의 존재 이유를 부정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원자력 당국과 한수원은 시민단체가 제기하는 '사고관리계획서'와 '계속운전 허가안' 동시 심의의 절차적 위법성 주장에 대해, 법에서 정한 요건과 절차에 따라 안전성 검토를 충실히 진행하고 있다며 "일부 행정 절차가 지연됐더라도 안전성 심사의 본질은 훼손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leeyb@fnnews.com 이유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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