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흥망성쇠 패턴과 번영의 알고리즘

파이낸셜뉴스       2025.10.21 18:36   수정 : 2025.10.21 18:36기사원문
국가 부유해지면 관료조직 팽창
관료가 규제양산 경제발전 막아
사회 썩게 만들고 활력 저하시켜
이익단체 영향력 근로윤리 쇠퇴
애국심 소멸하고 쇠락의 길 걸어
문제 직시하고 타산지석 삼아야



인간에게 생로병사가 피할 수 없는 숙명이듯이 국가의 흥망성쇠도 불가피하다. 유구한 인류 역사에서 잠깐 단발적으로 부상하는 국가 및 당대를 주도하는 패권국 등이 수없이 명멸하고 교차하는 가운데 흥망성쇠의 과정에서도 각각의 전개 양상과 시간개념은 각양각색이다. 개인적 삶에서 바람직한 원칙과 모델을 찾으려 하듯이 국가 단위에서도 빈곤에서 번영으로 나아가는 방향과 패턴을 찾으려는 접근도 다양한 방식으로 시도되었다.

도덕과 윤리의 형성과 쇠퇴, 지식의 축적·확산과 진부화, 군사력의 결집과 약화, 경제적 기반의 형성과 상실 등이 각 영역의 관점에 따라 흥망성쇠의 법칙이나 패턴을 찾아보려는 시도들이다. 모두 그 나름대로 타당성이 있지만, 특히 경제력 관점은 다른 요소들의 기반이면서 객관적인 수치로 현상을 분석한다는 점에서 차별성을 가진다.

국가 존립의 기본기능인 국방과 행정의 출발점은 결국 인구와 재산으로 귀착된다. 수천년 전 고대 세계에서도 일단 국가 단위가 형성되면 인구와 재산은 무조건 조사되었다. 인구를 파악해야 군대를 편성하고, 재산을 기반으로 세금을 징수해야 군대 운영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초기 문명시대의 고대 이집트, 메소포타미아의 바빌로니아, 그리스 스파르타 등에도 관련 기록이 남아 있어 당시 상황 파악이 가능하다. 미국의 경제학자인 토드 부크홀츠는 이러한 점에 착안하여 역사적으로 당대를 주도한 국가들의 흥망성쇠 패턴을 분석하였다. 인구와 재산을 기본으로 당시 사회상과 결합시켜 '다시, 국가를 생각하다'(2017년)에 집약한 핵심 내용은 다음과 같다.

빈곤에서 탈피한 경제적 번영은 '출산율 저하와 공공부채 증가'로 이어지고, '근로윤리 쇠퇴와 애국심 소멸'이 수반되면서 파국을 맞게 된다. "국가의 연평균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25년 단위로 두 번 연속 2.5% 이상을 기록할 때 출산율은 대체출산율(여성 한 명당 2.5명의 자녀 출산)을 밑돌게 된다"는 패턴은 고대 스파르타, 로마제국, 나폴레옹 이후의 프랑스와 빅토리아 시대 영국에서 공통적으로 관찰된다. 군사강국 스파르타조차 기원전 4세기의 인구가 전성기 대비 80% 감소해 군대를 편성하는 데 애로를 겪었다. 출산율 저하와 반려동물에 대한 선호도 상승은 동전의 양면이다.

"국가가 부유해지면서 관료조직은 방대해지고, 이는 부채 문제를 더욱 악화시킨다"는 현상의 여파는 비대해진 관료조직이 규제를 양산하면서 경제 발전을 가로막는다. 이는 역사적으로 3700년 전 바빌로니아의 함무라비 왕이 가축을 보살피는 목동들에게 시행한 임금과 가격 통제정책까지 연원이 거슬러 올라간다. 중국 명나라에서도 당시 유학자들은 상인들을 기생충으로 비하했다. 그리고 관료조직을 확대하여 상인들을 감시하고 궁극적으로 억압했다. 하지만 이러한 정책은 경제의 숨통을 옥죄고, 왕조를 내부적으로 몰락시켰다고 분석한다. 비대한 관료제에서 발생하는 높은 수준의 통제는 사회를 부패하게 만들고, 활력을 저하시켜 열심히 일하기보다는 제도를 이용해 이익을 취하려는 경향이 강해진다. 중세 유럽의 길드처럼 강력해진 이익단체들이 정치적 영향력을 활용하여 기득권을 지키면서 근로윤리가 쇠퇴하고 "국가에 대한 존경심을 잃어갈 때, 우리는 개인의 자존심에 집중한다"는 현상으로 애국심은 소멸한다.

이러한 관점과 핵심 개념을 국내 상황에 대입시켜 보면 역사적 맥락에서 현재 상황을 조망해 볼 수 있다. 경제성장 이후 개인적 삶이 풍요로워지면서 '출산율 저하, 반려동물 증가'라는 사회적 현상이 나타났다. 이어서 '관료조직 팽창, 사회적 통제 강화, 공공부채 증가'로 공공부문 팽창과 민간부문 통제가 가속화되고 있다. 결과적 측면인 '이익단체 발호, 근로윤리 쇠퇴, 개인적 각자도생'도 현재 우리 사회의 부정적 단면이다. 이런 상황에서 특히 20~30대 젊은 세대 사이에서 미래에 대한 낙관적인 전망이 위축됨은 당연한 귀결이다. 국민연금, 건강보험 등의 주요 사회적 정책에서 보듯이 미래세대의 가능성을 키우기보다는 현재 기득권 세대의 이익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고착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19세기 영국의 사상가 토머스 칼라일은 '인간은 역경(逆境)을 이기는 이가 100명이라면 풍요를 이기는 이는 한 명도 안 된다'고 통찰했다. 이는 개인은 물론 국가적 차원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오늘날 우리나라가 당면한 문제를 직시하고 미래로 나아가는 방향 모색에서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하는 역사적 교훈이다.

김경준 전 딜로이트컨설팅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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