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커머스가 바꿔 놓은 일상
파이낸셜뉴스
2025.10.21 18:41
수정 : 2025.10.21 19:52기사원문
코로나19 발생 전 첫아이를 출산했다. 당시 필요한 기저귀나 분유 같은 육아 생필품은 온라인에서 가장 싼 금액을 찾아 주문했다. 분유나 기저귀는 떨어지면 안 된다는 생각에 방 한쪽을 내 줄 만큼 많이 주문해 쌓아놓았다.
둘째는 팬데믹이 한창일 때 낳았는데, '핫딜' 정보를 공유하던 맘카페의 공기가 달라져 있었다. 오늘 저녁 주문해도 내일 새벽이면 도착하는 쿠팡의 로켓 서비스를 받아들인 양육자들은 분유는 똑 떨어지기 전에 시켰다. 금세 크는 아이 성장 속도에 맞춰 기저귀도 그때그때 주문했다.
퀵커머스는 물류혁신의 결정체이자 국내 유통산업의 새 패러다임이다. 지난 2020년 3500억원 수준이던 한국 퀵커머스 시장은 올해 약 5조원대 규모로 성장했다. 불과 5년 만에 10배 이상 급등했다. 온라인쇼핑 전체 거래액의 2%에 불과하지만, 이는 성장 가능성이 98% 더 남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오는 2030년엔 6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연평균 성장률이 7~8%인 셈이다. 성숙기에 접어든 일반 이커머스보다 높다.
한국은 특히 '빠름'에 민감한 시장이다. '빨리빨리' 문화에 도심 밀집 구조, 맞벌이 증가, 1인 가구 확산 등이 모두 퀵커머스 수요로 연결된다. 퀵커머스의 구조적 핵심은 도심 내 물류센터다. 이 거점들은 소비자와 물류 간 거리를 최소화해 빠른 배송을 가능케 한다. 퀵커머스에 뛰어든 업체들은 물류비를 줄이기 위해 인공지능(AI) 기반 수요예측, 경로 최적화 기술, 친환경 배송수단 도입 등을 통해 유통산업의 다음 패권을 잡기 위해 경쟁하고 있다.
퀵커머스는 배송 속도의 경쟁을 넘어 생활리듬을 재설계하는 산업이 될 전망이다. 빨리 받을 수 있는 편리함에 필요할 때 바로 해결된다는 안도감이 더해진 새로운 소비철학이 번지고 있기 때문이다. '있으면 좋은 서비스'가 아닌 '없으면 불편한 서비스'로 진화한 것이다. 2030세대가 사용자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는 조사도 퀵커머스의 전망이 밝은 이유다.
wonder@fnnews.com 정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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