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호주의 소다자 협력 비교, 어떻게 변화되고 있을까?

파이낸셜뉴스       2025.10.23 06:30   수정 : 2025.10.23 06:3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최근 신냉전 기제가 강화되면서 전 세계가 양분화·진영화되자 전 세계적 차원의 협력이 어려워지고 있다.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표적인 사례다. 그렇다고 혼돈에 빠지고 있는 국제질서를 방치할 수도 없으니 임시방편 차원에서라도 그 빈틈을 메울 수 있도록 부상한 개념이 유사입장국 외교다.

G7은 서방을 중심으로 자유주의적 국제질서와 규칙기반질서를 지키는 대체 플랫폼으로 주목을 받아왔다. 한편 G7보다도 참가국 수가 적은 소다자 플랫폼도 각광을 받고 있다. 한국이 포함된 한미일 소다자 플랫폼과 호주가 미국 및 영국과 출범시킨 오커스(AUKUS)가 그 주인공이다.

그런데 트럼프 2기 행정부들어 국제질서 공백기를 보완하는 대체 플랫폼 성격의 소다자 플랫폼도 그 동력이 약화되는 모양새다. 트럼프는 MAGA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양자 담판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따라서 소다자 협력이든 유엔과 같은 대다자 플랫폼이든 멀리하고 있다. 지난 제80차 유엔총회 연설에 나선 트럼프가 메시지는 온통 유엔 때리기였다는 것에서도 이러한 인식을 확인할 수 있다.

이처럼 트럼프 행정부가 소다자 협력에 거리를 두지만, 출범 초기 한미일 협력이 오커스보다 탄력을 받을 가능성이 높게 평가된 바 있다. 그 이유는 트럼프가 한미일 협력은 트럼프 1기 때 자신이 설계한 외교전략의 산물이라고 본다는 평가 때문이었다. 즉 바이든 행정부때 결실을 맺은 것이기에 자신에게 지분이 있다는 판단과 인식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반대로 오커스에 대해서는 트럼프가 관심도 없을 뿐 아니라 미국의 기술로 호주 잠수함을 전력화하는 것 자체에 부정적 인식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그리고 트럼프 행정부 출범 후 이러한 추정이 맞는 것처럼 상황이 전개되었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후 1개월도 지나지 않은 상태에서 한미일 외교장관회의가 개최되는 등 한미일 소다자 협력은 빠르게 재신임 과정을 거치게 되었다. 반면 지난 6월 미 전쟁부가 미영호 합의를 재검토하는 등 오커스가 도전에 직면하는 듯한 상황이 연출되었다.

그런데 전략적 환경의 변화는 동맹 아키텍처에도 영향을 미치는 주요 변수임을 보여주는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 중국이 희토류 수출통제로 미국에 대한 경제적 강압에 나서자 핵심광물을 자원으로 보유한 호주의 전략적 가치가 급부상하게 된다. 이러한 인식은 2025년 10월 20일 미-호 정상회의를 통해 “핵심 광물 및 희토류 협력에 관한 협정” 체결로 이어졌다. 이 자리에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오커스가 “아주 신속하게 진행되고 있다”며 사실상 오커스 동맹을 재신임했다.

한편 한미일 협력 아키텍처는 캠프 데이비드 동력이 둔화되어 장관급 회의로 그 명맥을 이어가는 수준이다. 현 시점으로 판단하면 오커스는 부상하고 한미일 협력이 동력을 잃어간다는 의미다. 한미일 소다자 협력은 단지 소다자 공조를 넘어 한국의 실익과 한미동맹을 견인하는 시너지 플랫폼이 될 수 있다. 특히 1) 북핵 공조, 2) G7 플러스 위상 활성화, 3) 핵심기술 협력 등 선순환할 수 있는 여지가 적지 않다. 서태평양 현상변경 시도에 대해서 한국이 책임 있는 목소리는 내야 하는 상황에서 소다자 플랫폼을 활용하는 것은 안보외교와 선린외교를 동시에 추진하는 측면에서도 전략적 탄력성을 제공해준다. 소다자 플랫폼을 활용한 공동성명은 단독성명보다 완충작용 측면에서 유리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강점을 살려내기 위해서 한미일 소다자 협력의 추동력을 강화하기 위해 조치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특히 한미일 협력이 장관급에서 정상급으로 격상되는 전기가 마련되어야 한다. 경주 APEC이 그 전기 마련의 첫 기회가 된다면 소다자 협력 활성화뿐 아니라 한국의 외교적 레버리지 제고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반길주, 국립외교원 교수>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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