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리 모발 이식이 유독 까다로운 이유

소용돌이치듯 흐르는 모발의 패턴(가마) 이해해야 정수리 이식 가능해

[파이낸셜뉴스] 정수리 모발 이식은 모발 이식 수술 중에서도 가장 고난도로 꼽힌다. 복잡하게 흐르는 모발의 패턴은 물론이고 DHT에 민감한 특성과 두피의 강한 장력 등 여러 요소 때문이다.

편집자 주: 모발 이식은 외과적 기술과 심미적 디자인이 조화를 이루어야 하는 복합적인 수술입니다.
그러나 현실에는 저렴한 수술비로 환자를 현혹하여 마구잡이식 수술을 일삼는 병원도 많습니다. '이승용의 두른자' 코너에서는 모발 이식 수술 전문가 이승용 원장이 모발 이식, 혹은 모발 이식 재수술을 앞둔 환자들에게 꼭 필요한 의학적 정보와 모발 이식 학회의 트렌드를 제공합니다.

'남성 탈모의 상징' 정수리 탈모

정수리는 탈모와 밀접한 DHT(디하이드로테스토스테론)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영역이다. 따라서 정수리 탈모는 '남성 탈모의 상징'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M자 탈모에 비해 비교적 늦게 발견된다. 매일 정수리를 관찰하는 사람이 흔치 않은 데다, 빛의 방향에 따라서도 모발의 밀도가 다르게 보여 탈모를 확신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정수리 모발 이식이 M자(헤어라인) 모발 이식보다 더 난도를 요한다는 것이다.

정수리 모발 이식: 방향, 각도, 밀도 모두 중요한 수술

정수리에는 '가마'라고 불리는 이 구조가 있다. 모발이 정중앙에서 사방으로 퍼지며 소용돌이 모양으로 흐른다. 그렇다고 모든 가마가 중앙을 기준으로 완벽하게 대칭적인 원형을 이루는 것은 아니다. 사람마다 다르다.

모발이 자라는 각도도 다르다. 수직으로 가깝게 자라는 모발이 있는가 하면 비스듬하게 기울어 자라는 모발도 있다. 보통 가마의 중심부에서는 거의 수직에 가깝게, 가장자리에 갈수록 점차 눕히며 부드럽게 회전하는 흐름을 만든다. 물론 각도 역시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에 환자의 패턴을 꼼꼼하게 살피고 환자에 따라 모발의 방향을 90도에서 360도까지 바꾸어가며 이식하는 기술이 필요하다.

정수리는 피부의 장력(당기는 힘)이 강한 데다 환자에 따라 탈모 양상도 다채롭다. 어느 한 방향에만 탈모가 나타나기도 하고 때에 따라서 원형으로 벌어지기도 한다. 정수리 이식 시 혈류와 모낭 방향, 두피 탄력까지 입체적으로 분석해야 하는 이유다.

정수리 가마의 흐름과 탈모 양상을 무시하고 단조로운 방향으로 이식하면 시간이 지나 머리가 자랄 때 모발의 흐름이 어색해 보인다. 모발이 자라는 일률적이기 때문에 각도에 따라 모발 이식이 무색할 정도로 머리숱이 빈약해 보일 수 있다. 가지런하게 줄 세워진, 앙상한 나무만 자라는 숲을 상상하면 쉽다.

실제로 정수리 이식은 '숲을 가꾸는 수술'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의사가 모낭을 하나하나 심는 과정은 넓은 숲에 크고 작은 나무들을 적절하게 배치하고 사이사이에 풀과 덩굴까지 자연스럽게 구성하는 것이다.

정수리 모발 이식에 필요한 기술: 예측 설계

정수리 모발에 반드시 필요한 기술이 바로 '예측 설계'다. 예측 설계란 환자의 향후 헤어스타일과 라이프스타일 등을 고려하여 맞춤 설계하는 것을 말한다. 단순하게 머리 숱을 채우고 탈모를 커버하는 것과는 다르다.

예로 들어, 정수리 볼륨을 원하는 환자에게는 중심부의 밀도를 높게 유지해 이식한다. 평소 짧은 헤어스타일을 선호해왔다면 이식 부위와 주변 부위의 편차가 쉽게 드러날 수 있으니 신경 써서 디자인한다. 마지막으로 탈모가 진행될 가능성이 있는 환자라면 향후 탈모가 확장될 부위까지 계산하여 설계하는 것이 중요하다.

만약 모발 이식 부위에만 머리숱이 풍성하고 주변과 어루어지지 않는다거나 향후 탈모가 진행되어 이식 부위와 진행 부위가 명백하게 구분된다면 이는 '예측 설계'가 실패했다고 볼 수 있다.

지금까지 정수리 모발 이식이 어려운 이유와, 정수리 모발 이식 시 '예측 설계'의 중요성에 대해 알아보았다.

정수리 탈모는 M자 탈모에 비했을 때 오히려 외형적인 변화는 덜한 편이다. 그러나 심리적인 위축감이 강하게 생길 수 있다. 어떤 각도에서도 자신감 있는 정수리, 머리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모발 이식 전 앞서 언급한 항목들을 체크하여 실패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e-mail] 김현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