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00억달러 퍼준 日, 한국은 3500억달러 주지 마라"…美 언론의 트럼프 비판

파이낸셜뉴스       2025.10.23 09:25   수정 : 2025.10.23 08:50기사원문
WSJ "현실성 떨어지는 한국 대미 투자금" 지적
"韓日, 차라리 그 돈을 자국 국방비에 써라" 제안



[파이낸셜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에 관세 인하를 대가로 3500억 달러(약 500조원)의 대미 투자를 요구하는 것과 관련해 미국 유력 언론조차 "도대체 그 돈을 어떻게 마련하라는 거냐"고 비판하며 "한국은 차라리 그 돈 국방비에 지출하라"고 주장했다. 한국 정부가 대미 투자를 고민해야 한다며 근거로 든 건 이미 미국에 5000억 달러(약 770조원)를 투자하기로 결정한 일본이었다.

현재 한국과 미국 정부는 워싱턴DC에서 무역 합의를 최종 도출하기 위한 막판 협상을 벌이고 있다.

일본 투자 약속 보니


월스트리트저널은 22일(현지시간) ‘트럼프의 외국인 투자 기금에 관해’라는 제목의 사설을 게재했다. 부제목은 "도쿄와 서울은 믿기 어려울 만큼 엄청난 액수의 지원을 약속했다"였다.

사설은 “일본과의 양해각서(MOU)는 세부 내용을 살펴보기 전까지는 성공처럼 보인다"며 한국과는 여전히 협상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일본과의 MOU에는 해당 투자금이 금속, 에너지, 인공지능(AI), 양자컴퓨팅 등 경제 및 국가 안보 이익을 증진하는 것으로 간주되는 분야에 투자될 것이라고 명시돼 있다"고도 했다.

성공처럼 보이는 이 협상 결과의 내면을 보면 사실과 다르다는 점도 짚었다.

사설은 "TSMC가 애리조나주에 반도체 공장을 건설하기로 결정한 것과 같은 민간 기업 투자가 아니다"라며 "전적으로 미국 정부, 즉 대통령과 그의 대리인의 재량에 달려 있는 정부 간 투자다. 이는 의회의 예산 책정이나 법률 없이 운영되는 사실상의 국부펀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일본과 미국간 MOU 내용을 들여다 봤다. 한국에 앞서 미국은 일본과 대략적인 틀에서 관세 협상을 타결하면서 상호관세를 15%로 인하하는 대신 5500억 달러의 대미 투자를 약속받았다. 양국이 서명한 MOU에는 해당 투자금이 미국 대통령의 결정에 따라 국가 안보와 경제에 이바지하는 부분에 투자된다고 적혀 있다.

일본이 투자금을 제공하는 날짜도 45일 이내로 특정했다. 이를 거부하면 높은 관세가 부과될 수 있다고도 했다. 투자 이익이 발생해도 그 이익이 일본에 돌아가는 것도 아니다. 미국과 일본은 “정해진 배당액”에 도달할 때까지만 수익을 나누고 이후에는 미국이 수익의 90%를 차지하도록 합의했다.

이런 일본과의 투자 협정을 근거로 트럼프는 한국에도 3500억 달러의 대미 투자금을 전액 선불로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일본처럼 할 거면 차라리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이 요구하는 한국의 대미 투자금의 규모부터 지적했다. 미국의 다국적 투자은행이자 금융 서비스 회사인 파이퍼 샌들러의 앤디 라페리에르가 작성한 보고서를 토대로 했다.

해당 보고서는 “한국의 대미 투자금(3500억 달러)은 트럼프 2기의 남은 임기 3년간 한국 GDP(국내총생산)의 6.5%에 해당하는 규모”라며 "일본은 MOU에 따라 매년 1830억 달러(약 260조원)를 지출해야 하는데 이는 GDP의 4.4%다. 일본 국제협력은행(BIC)은 현재 자산이 350억 달러(약 50조원)에 불과하다“고 분석했다.

미국에 3500억 달러를 투자하느니 그 돈을 자국 국방비로 지출하는 게 낫겠다는 제안도 했다.

사설은 “차라리 트럼프 대통령이 촉구한 것처럼 한국과 일본이 (거액의 대미 투자 대신) 국방 지출을 늘리는 게 더 낫지 않겠나"라고 반문한 뒤 “한국과 일본은 미국에 (현재 국방비의) 2~3배 규모의 투자를 약속한 셈인데 도대체 그 돈을 어떻게 마련하겠나”라고 주장했다.

현재 한국은 GDP의 2.3%, 일본은 1.8%를 국방비에 지출하고 있는데 미 국방부는 지난 6월 한국 등 아시아 동맹국들이 GDP의 5%를 국방비로 지출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APEC 앞두고 막바지 협상 중인 한국




우리 정부는 오는 31일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미국과 막바지 협상을 벌이고 있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과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이날 워싱턴 DC에 있는 미 상무부 청사에서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과 약 2시간 동안 만났다.

김 실장과 김 장관이 미국을 찾아 러트닉 장관을 만난 것은 지난 16일 이후 엿새 만이다.

김 실장은 러트닉 장관을 만난 직후 기자들에게 "남아있는 쟁점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다. 일부 진전이 있었다"면서 "아주 많지는 않다. 잔여 쟁점이 한두 가지다. 논의를 더 해야 한다"고 밝혔다.


'협상이 막바지 단계라고 보면 되느냐'는 질문에는 "막바지 단계는 아니고, 협상이라는 건 끝날 때까지 끝난 건 아니다"라고 답하기도 했다.

다만 잔여 쟁점이 무엇인지, 어느 정도까지 진전이 이뤄졌는지 등 자세한 내용은 언급하지 않았다. 현재 쟁점이 되고 있는 3500억 달러 대미 투자와 관련한 패키지 구성 방안 등이 의제에 올랐을 것으로 보인다.

y27k@fnnews.com 서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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